최종 목적지 아일랜드에 도착했고 이제부터는 실전이었다.
당시에는 정보는 덜하고 패기는 더했는지 심카드도 현지에서 살 수 있다는 말만 듣고 별다른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캡처된 지도만 들고 더블린에서 덩그러니 혼자가 되었다.
나름 캡처해 온 지도를 들여다보았지만 예약해 둔 호스텔을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비록 극 내향인 나지만 이대로 길에 계속 머물러 있을 수는 없으니 용기 내어 행인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그러던 중 갓난아기를 안고 지나가는 여성분이 보여 조심스레 물어봤다. 하지만 여성분도 잘 몰라 난감해하던 차에 내가 누가 봐도 길 잃은 여행객으로 보였는지 웬 탱탱볼을 손 위에서 높이 튕기는 성격 좋으신 남성분이 합류하여 길을 알려주었다. 이런 도움을 받다니 너무나 행운이었다.
도움을 준 행인들에 감사 인사를 연거푸 하고 이동하여 겨우 찾은 호스텔. 호스텔에서의 숙박은 처음이라 신중하게 골랐는데 외관은 일단 합격이었다.
외국에서의 첫 체크인 잘할 수 있을까?
걱정과는 달리 길에서 만났던 남성분처럼 친절하고 쾌활한 직원들 덕에 무사히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그 답례로 도하에서 산 캐러멜을 소량 선물로 건넸다.
체크인을 무사히 마쳤는데 내 방번호가 10x호 여서 1층을 아무리 찾아봐도 없는 것이다.
직원에게 물어보고 아차 싶었다. 그 이론으로만 듣던 영국/아일랜드 에서의 1층은 우리가 아는 2층이었다는 사실.
직원도 나에게 설명해줬어야 했는데 미안하다며 오자마자 소소한 추억이 생겼다.
아마 많은 유럽국가에서 경험할 수 있겠지만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이 참 많다. 특히나 고풍스러운 건물이라면 거의 100퍼센트 확률이다.
방에 들어서니 큰 창이 보이고 하얀 인테리어에 아주 깨끗한 시설까지 외부에 이어 서비스, 내부시설까지 만족스러웠다.
장시간 비행 후 이기 때문에 단장을 하고 더블린 구경에 나섰다.
사실 목적지는 더블린에서 3시간가량 떨어진 골웨이였는데 임시거처로 지내게 될 홈스테이 입주 일정에 맞추려고 하루를 더블린에서 묵게 되었다.
하루를 여행할 기회가 생긴 동시에 날씨도 청량하니 시작부터 좋은 예감이 들었다.
구체적으로 여기가 어디다 라는 사전정보는 없었지만 오히려 선입견 없이 보이는 그대로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주로 지내왔던 서울과는 달리 고풍스럽고 낮은 건물이 위주인 더블린이 참 예쁜 도시로 느껴졌다.
더블린 중심에 있는 저 멀리 보이는 스파이어라는 건축물은 유난히도 이목을 끌었다.
스파이어는 아일랜드의 아픈 역사와 그 반면 놀라운 발전의 내용을 담고 있어서 그런지 그 어떤 빌딩보다 높으며 굳건하고 당당한 기세를 뽐내고 있었다.
걷다가 다다르게 된 리피강. 파란 하늘에 강이라니 여기서 더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6월인데도 한국과는 다르게 좀 쌀쌀한 날씨에 주변 가판대에서 커피를 주문하게 되었다.
처음 외국에 와서 한껏 들떠있는 티가 난 것일까 커피 사장님이 이것저것 물어보셨다.
그러고서는 영어 공부하려면 외국 친구들 사귀고 공부 열심히 하라는 덕담까지 해 주셨다.
내가 생각한 건 커피 한잔이었는데 그보다 큰 가치를 얻은 것 같다.
슬슬 지쳐가던 차에 호스텔로 돌아가던 시간, 대략 8시쯤으로 기억된다.
근데도 대낮같이 밝은 하늘이 신기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백야를 몸소 경험한 것이었다.
저렇게 잔디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참 좋아 보였다. 그 김에 이번 아일랜드 살이에서 내 버킷리스트에도 담아 보았다.
나에게 아일랜드의 첫 이미지는 '따뜻함'이었다.
여정의 시작점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덕분에 온기를 충전하며 시작할 수 있었다.
왠지 아일랜드에서의 생활이 잘 풀릴 것만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