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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청서 Jul 24. 2021

여섯째 날: 탈키트나, 디날리 산행의 출발지

그리고 돌아오지 못한 영혼들의 안식처

탈키트나 (Talkeetna)는 디날리 국립공원 입구에서 차로 두세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조그만 마을이다.

북미에서 가장 높은 산인 디날리 산 (맥킨리 산이라고 알고 계시는 분도 있을 거다)의 정상으로 향한다면, 이곳 탈키트나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대부분 간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기 직전,

묘지를 산책하기 즐기는 짝꿍이 으스스하다며 돌아서려는 나를 데리고 간 곳에서 우연히도

디날리 산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한국 산악인들의 넋을 기리는 기념비를 마주하게 된 곳.

한국인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산악인들이 이곳에서 안식을 취하고 있었다.

많은 묘비들은 지금의 나보다 젊은 나이에 디날리에 등정한 산악인들을 위해 새겨져 있었다.

탈키트나에서 우연히 발견한 산악인 고상돈 씨와 이일교 씨를 기리는 비석과 소나무.
김기원 씨와 이상명 씨의 묘비도 근처에 자리하고 있었다.


역사를 좋아하는 짝꿍은, 우리가 가는 도시마다 묘지에 들러 산책하기를 즐긴다.

처음에 나로서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는데, 여기 탈키트나 묘지에서 짝꿍이 이렇게 말했다.

과거와 가장 가까이 소통할 수 있는 곳이 묘지니까.


이 말을 듣고서는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미국이나 유럽의 묘지들을 가면 각양각색의 묘비들에 고인을 묘사하는 짤막한 문구가 새겨져 있는데,

그 문구나 디자인으로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전의 과거와 바로 소통할 수 있다.

화가의 묘비에는 팔레트가 새겨져 있기도 하고,

고인의 유언이나 생애가 한 문단 정도로 적혀있기도 하다.

짝꿍의 어머니도 묘지로 산책 가는 걸 즐기시는데, 그러고 보면 내가 지금껏 짝꿍과 함께 둘러본 묘지들에는 잠시 쉬다 가거나 좀 더 편안히 고인과 대화할 수 있는 벤치들도 곳곳에 있었다.

과거와의 소통, 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찬찬히 둘러보면 사실 그렇게 으스스하지 않다.


디날리 국립공원에서 탈키트나로 가실 분들께 - 디날리 주립 공원 (Denali State Park)도 강력 추천드려요!

구름 한 점 없이 너무도 맑았던 날, 디날리 산 정상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곳에서 간식을 먹을 수 있는 행운을 누린 우리.

디날리 주립 공원 캠핑장 입구 주차장에 픽업트럭을 잠시 세우고,

트럭 뒤편에 앉아 아래 사진에 있는 디날리 산을 바라보며 땅콩버터 샌드위치를 먹으면 그렇게 꿀맛일 수가 없다.

디날리 산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디날리 주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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