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스와의 조우, 땅다람쥐와의 교감
우리는 뭔가 설명할 수 없는 교감이 있었다고 믿는다.
통했어, 하는 느낌.
짝꿍 R은 오전에 만난 링스 (Lynx)와, 나는 오후에 만난 한 북극 땅다람쥐 (Arctic ground squirrel)와.
디날리 공원에서의 마지막 날,
우리는 여유 있게 캠핑 브런치를 먹기 전 한번 더 곰을 봤던 곳으로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혹시나 곰 가족을 한번 더 볼 수 있을까 하는 R의 사심 가득한 오전 계획.
그렇게 6-7마일쯤, 이글루 캠프장 쪽으로 자전거를 타고 첫날 곰 가족을 봤던 곳에 도착했지만, 이번엔 그만한 행운이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캠프장으로 돌아오는데.
이번에는 뭔가 털이 복실 하고 꼬리가 너무 귀엽게도 동그랗게 짤막한 생명체가 멀리서 도로를 가로질렀다.
R! 저게 뭐야? 링스 아니야?!
이번엔 재빨리 카메라를 장전하지 못한 짝꿍. 놓쳤구나, 싶어 아쉬워하는 찰나에 고개를 돌려보니
링스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우리를 가만 보고 있었다.
이게 신기한데,
난 생전 링스를 실제로 본 적이 없지만, 그리고 이건 전문가가 아닌 온전한 내 추측에 불과하지만,
링스의 움직임이나 표정으로 지금 이 동물이 어떤 분위기로 우리를 대하고 있는지가 본능적으로 느껴진다.
링스와 마주한 순간, 아 우리를 호기심으로 관찰하고 있구나, 라는 느낌이 들자
야생 동물에 겁도 많고 긴장도 많이 하는 내가 떨지도 않고 차분하게 자전거를 멈추었다.
화사한 아침에 하품하는 링스를 나도 가만 서서 보고 있자면 신비로운 기분이 든다.
그렇게 길 건너편에서 우리를 바라보던 링스는 공원 스쿨버스가 나타나자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타지 않고 스쿨버스를 타고 관광했다면 전혀 보지 못했을 장면이다.
디날리 공원을 방문하시는 모든 분들께 자전거 여행을 추천드리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마법 같은 순간들은 이 공원을 조금 더 천천히 둘러볼 때 생기기 때문이다.
텍 캠프장에서 텐트를 정리하고 나오며 4마일 정도 거리의 Savage Alpine Trail을 걷기로 했다.
편도의 등산로이기 때문에, 등산이 끝나면 자전거를 타고 시작점 주차장으로 돌아올 수 있게 우리는 등산로가 끝나는 지점인 Savage Campground에 미리 자전거를 가져다 놓고 출발했다.
올라가는 길에 뜻밖에 눈에 발이 푹푹 빠지는 구간을 몇 분 정도 지나가야 했지만, 그리고 바람이 꽤나 불었지만, 그 외에는 기분 좋은 등산길. 그곳에서 나는 우리를 쫓아다니던 땅다람쥐 한 마리를 그윽이 쳐다봤는데.
이 마지막 사진은 내 휴대폰 바탕화면과 브런치 프로필 사진이 되었다.
내가 그곳에 없었더라면, 만약 구글 사진으로 본 땅다람쥐라면
휴대폰을 켤 때마다 바탕화면에 웃음 짓게 되는 순간은 아마 없겠지.
수많은 정보를 인터넷으로 접할 수 있고 랜선 여행도 가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직접 가고 싶어 하는 이유는 이런 순간들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마법 같은 순간들을 간직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