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스프레이는 필수! 웰컴 투 알래스카 사파리
디날리 공원에서의 둘째 날 아침. 여전히 눈발은 거셌고 우리는 차에 앉아 히팅을 틀었다 껐다를 반복했다.
어느덧 오후 2시.
이대로 하루를 그저 차 안에서 보내느냐, 눈발에 맞서서 자전거를 타냐 고민하던 차.
드디어 눈이 멈췄다. 무려 해까지 쨍했다!
다시 눈이 내리기 전에 조금이라도 둘러보자고 우리는 얼른 떠났다.
금세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한두 시간 만에 눈은 온데간데없었다.
본격적인 자전거 여행의 시작!
공원으로 들어오기 전, 4박 5일 동안 산악자전거를 빌린 우리.
여름 시즌이 시작하자마자 도착했기 때문에, 우리가 자전거 렌털의 첫 손님이었다.
Fantastic, it will be just you, rangers, and bears!!
우리가 디날리를 텍 캠프장에서 시작해 자전거로 여행할 거라고 하자, 자전거 렌털 주인은 어쩌면 우리보다 더 신나 했다. 아직 캠프장에 아무도 없고 우리랑 공원 순찰대랑 곰만 있을 거라는 주인.
곰 스프레이도 자전거 렌털에 포함되어 있었다. 곰을 위한 페퍼 스프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안전 커버를 제거하고 누르면 치이이익- 하고 나간다.
알래스카엔 곰이 많다.
곰 주의!! Be Bear Aware! 이라는 문구가 어딜 가든 보일 정도로, 곰과 관련된 주의를 많이 듣는다.
그만큼 곰을 만나는 상황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예기치 않게 다가올 수 있다.
어딜 가든 곰 스프레이는 필수로 지니고 다니게 된다. 너무 바람이 많이 불어 곰 스프레이를 뿌렸다가 내가 골로 가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았지만... (바람이 내 쪽으로 불면 내가 그 스프레이를 마시니까.) 그래도 없는 것보다 낫다.
그래서 아니나 다를까, 자전거를 타고 한 시간쯤 지났나? 저 산등성이에서 바위 같은 것이 움직이는 듯했다.
매의 눈을 가진 짝꿍 R은 황급히 자전거를 세워 카메라를 꺼내 들었고, 줌을 한껏 당겨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곰이다...
다행히도 곰은 우리 쪽으로 내려오지 않고 유유히 산 저쪽으로 사라졌다. 멀리서 보는 데도 크더라.
곰을 무척이나 보고 싶어 했던 짝꿍이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있을 때 난 곰 스프레이를 손에 계속 쥐고 있었다는 건 안 비밀. 저어 멀리서 보이는 곰은 내가 딱 바라던 거리였다. 더 가까웠으면 무서웠을 뻔.
하지만 알래스칸 사파리는 여기서 시작이었다.
텍 캠프장에서 시작해서 우리는 가는 데 까지 가 보자! 시작했는데.
우리가 몰랐던 건 출발지인 캠프장에서 몇 시간 동안 1000피트가 넘는 오르막을 자전거로 갈 거라는 사실.
가도 가도 오르막이 계속되니 환장할 지경이었다.
고지인 Sable Pass가 다다를 즈음, 나는 배고픔과 목마름과 수면부족이 겹쳐 도저히 자전거를 탈 수가 없었다. 체력 좋은 짝꿍 R이 대신 자전거를 끌어주고 나는 힘겹게 걸어서 가는데, 우리 눈앞으로 뭔가 개나 코요테 비슷한 사이즈가 소리 없이 나타나 우리를 한 번 쳐다보고는 도로를 지나 사라졌다.
그 사이를 재빨리 놓치지 않고 사진을 찍은 짝꿍.
늑대라면서 너무 신나 했다.
나와 자전거를 타다 만난 세 명의 그룹은 설마, 코요테일 거야, 했는데.
나중에 나가는 길에 여기 국립공원 직원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물으니 늑대가 맞는 것 같다고 한다. 그 지역에 사는 늑대 무리 중 하나일 거라며.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두어 시간 만에 야생 곰과 늑대를 모두 만났다.
첫날이라 아직 자전거 타기가 익숙하지 않기도 하고 해서 이 날은 폴리크롬까지 가는 걸로 마무리.
중간중간 휴식까지 다 포함해 가는 데 3시간 정도 걸렸나?
저녁 7시 즈음인데도 해가 중천에 떠 있으니 해질 걱정 안 해도 되어 좋다.
돌아오는 길은 내리막이니 금방 슝.
이 날은 눈도 오지 않고 자전거로 노곤해졌으니 꿀잠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