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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청서 Jul 16. 2021

첫째 날: 알래스카, 페어뱅크스.

백야의 첫날밤, 혼돈의 2시간

페어뱅크스에 도착한 뒤 첫 2시간은 혼돈의 연속이었다.


휴스턴에서 미네아폴리스를 거쳐, 장장 8시간을 날아가 도착한 페어뱅크스, 알래스카.

공항에서 짐을 찾고 나니 밤 10시 - 하지만 여름의 페어뱅크스는 해가 지지 않았다. 이른 저녁 마냥 환한 아침.

처음 보는 백야 현상에 들뜬 마음으로 예약해 놓은 렌터카를 찾으러 갔는데, 거기서부터 계획이 살짝 꼬이기 시작했다.


"픽업트럭 지금 없는데.."

렌터카 직원이 중형차 키를 받아 들고 어리둥절한 우리에게 말했다.

우리는 분명 픽업트럭 예약했는데. 며칠 전에 확인 전화까지 받았는데!

그 다음날 산악자전거를 빌려 디날리 국립공원으로 가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산악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픽업트럭이 꼭 필요했다. 오랜 협상(?) 끝에 일단은 중형차를 오늘 빌리고 자정 즈음 반납될 예정인 픽업트럭으로 다행히 내일 아침 바꾸기로 하고.


오랜 비행과 렌터카 실랑이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예약되어 있는 가정집 비앤비로 향했는데,

안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는 주인은 문을 두드려봐도, 집 주위를 서성여 봐도 기척이 없었다.

아무리 환하다지만, 이미 밤 11시가 가까워 오고 있었고. 구글 맵에 등록되어 있는 전화번호는 없는 번호??

이삼십 분을 서성이던 우리는 결국 포기하고 근처 적당한 숙소를 새로 예약할 수밖에 없었다.

알래스카는 물가가 대체로 비싸다. 하룻밤에 120달러를 줘도 bed bug에 당첨될 수 있는 상황. (뭐 이건 어느 도시를 가도 그럴 수 있지만, 그러고 보니)

깨끗한 방이 걸리길 바라며 새로운 숙소를 예약하자마자, 거짓말처럼 비앤비 숙소 주인이 우리에게 이메일을 날렸다. "집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데, 왜 소리를 못 들었지? 얼른 오세요!"... 흥.


이런 꼬이는 날에는 역시 맥주가 최고지!

새로 잡은 호텔로 가는 길에 보인 주류점 Thrift liquor store로 향한 우리.

내가 차 안에서 기다리는 동안 짝꿍 R은 얼른 다녀오겠다며 나갔는데, 그곳에서 그가 처음 만난 사람은

바닥에 널브러져 "F*** you all!!!"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한껏 취한 중년의 여성.

재빨리 맥주를 골라 계산대로 가자, 점원은

"신경 쓰지 마세요, 여기랑 저기 길 건너 주점 주인이에요. 맨날 저러고 있어요."

라며 친절히 설명해주었다는 이야기.


다음 날은 좀 더 평탄하기를 바라며.

10일간의 여정은 자정이 넘어도 푸르스름하게 밝은 밤으로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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