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제네시스 뉴 GV70의 바뀐 점과 아쉬운 점을 모아서

인공지능과 내연기관, SDV를 위한 개인화의 가능성들

제네시스 뉴 GV70을 탔지요. 페이스리프트 치고는 꽤 많이 바뀌었습니다. 시승차는 V6 3.5L 트윈터보 380마력 엔진에 AWD와 스포츠 패키지, 스포츠 디자인 셀렉션II 인테리어, 파노라마 선루프와 파퓰러 패키지II, 뱅앤올룹슨 사운드, 빌트인캠 등 거의 모든 옵션이 들어가 7천960만 원입니다.

상위 모델인 GV80을, 6천930만 원인 5인승 기본형(2.5T+2WD)에 헤드업디스플레이와 드라이빙어시스턴트 패키지 I/II, 2열 컴포트 패키지가 포함된 파퓰러 패키지(710만 원)를 더하면 딱 7천640만 원입니다.


물론 GV70에는 더 좋은 내장재, 더 높고 여유로운 출력의 엔진, AWD와 전자제어 서스펜션 등 장비가 매우 충실합니다. (그래도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SUV니까) 적당한 장비에 크고 여유로운 차를 살 것인가, 아니면 크기는 작으나 윗급의 장비를 갖춘 차를 탈 것인가는 선택의 문제일 뿐입니다. ‘그 돈이면 씨…’라고 생각하는 건 취향에 대한 개인의 선호를 무시한 발언이고요. 같은 옵션으로 GV80을 꾸미면 9천210만 원이니까요.

지난 GV70 테크토크 시간에는 GV70 상품 담당(PM)과 R&H(Ride & Handling), NVH(Noise, Vibration and Harshness) 담당자가 나왔습니다. 개선점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부분이라 생각이 들더군요.


우선 전제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시승차는 스포츠 패키지와 21인치 올시즌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었는데요, 여기에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2.5T 엔진이라도, 스포츠 패키지를 선택하지 않더라도 330만 원인 21인치 휠을 고르면 이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포함됩니다. 굳이 이걸 말씀드리는 건 이 사양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테크데이 때도 일반 서스펜션과 전자제어 서스펜션의 장착률에 대해 질문을 하긴 했는데…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옵션을 넣을까 궁금하더라고요.


일단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없어도, 앞뒤 일부 부싱의 변화와 서스펜션 구성요소(스프링, 댐퍼 및 스테빌라이저)를 바꿔 만든 앞뒤 피칭(끄덕임) 각도를 줄이고 바운싱(위아래 움직임) 센터를 뒤로 보낸 것 등, 전체적으로 차가 안정적이 되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의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특히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그렇습니다. 흔들림과 충격이 크지 않고 폭신하게 넘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2015년 EQ900이 나올 때 ‘제네시스 어댑티브 전자제어 서스펜션‘으로 시작해 내비게이션 데이터의 과속방지턱을 반영했고, 2020년 GV80에서 카메라로 과속방지턱의 크기와 높이 등 형상에 따라 감쇠력을 조절하는 것으로 업데이트되었던 것 같네요.


여하튼, 지난번 뉴 GV80 시승 때도 느꼈는데 현대차 그룹이 전자제어 서스펜션의 제어에서 한 단계 레벨업을 했다고 생각이 듭니다. GV70은 상대적으로 휠베이스가 짧은 차인데도 대체로 좌우 또는 앞뒤의 움직임이 줄어 더 큰 차를 타는 느낌을 받습니다. 어느 방향이건 기울어짐이 줄어든 것은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만드는 데 꽤 중요하거든요. 차가 진득하다, 경박스럽지 않고 안정적이다 등등으로 표현하니까요. 느긋하게 운전하면서는 매우 편합니다.


여기에는 비전 센서의 인식율 향상과 학습으로 과속방지턱의 형상에 대응하는 노하우가 깊어졌기 때문이지요. 과거에는 과속방지턱을 넘으며 열 번에 두세 번 정도는 ‘이번에는 실패!!!’를 느낄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GV80부터 지금의 GV70까지는 20번에 한두 번 정도로 빈도가 확 줄었습니다. 학습량이 더 늘면 더 좋아지겠지요.


또 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주행 시의 승차감 향상입니다. 이것도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있는 경우입니다. 갑자기 앞 차가 끼어들어 제동을 할 경우, 미리 앞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바꿔 차가 덜 기울어지도록 합니다. 재가속할 때도 비슷한 것 같은데, 여하튼 고속도로 주행보조 등이 작동하는 동안에도 전체적으로 수평을 유지하며 승차감이 좋아졌습니다. 장거리 주행을 많이 하는 경우 피로도 감소에 분명한 효과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실내 소음이, 특히 일부러 과속 방지턱들을 넘어 다니다 보니 기대했던(?) 중저음의 투닥거리는 울림이 거의 없습니다. 이건 액티브 로드 노이즈 컨트롤(ANC-R) 덕분입니다. 앞뒤 4개의 로어암에 연결된 센서로 바퀴의 충격을 측정하고, 여기서 생길 수 있는 250Hz 이하의 저음을 미리 학습된 프로그램에 따라 상쇄시키는 기능입니다.


물론 실내에 달린 마이크로 소음이 줄어든 정도를 측정하고, 다시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과정도 있습니다. 개발진에게 이게 왜 필요한가 물었더니, 차 실내에 사람의 탑승 여부(위치 등)에 따라 소음의 분산과 발생에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라네요. 그러니까 실시간 모니터링이 필요하지요. 어쨌든 결과적으로 실내는 조용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액티브 사운드가 너무 과하지 않게, 적당히 개입하는 것도 좋았습니다. 이걸 끄면, 꽤나 가볍고 상쾌하게 돌아가는 엔진음이 주로 들리고 최대한으로 선택하면 ‘오로롱’하는 맥동음이 강조되어 들립니다. 켜고 다녀도 어차피 스포츠/스포츠+에서만 나는 거라 괜찮겠더라고요.


앞서 설명한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의 과속 방지턱의 인식과, ANC-R의 소음 분석에는 모두 머신러닝을 통한 학습이 기초가 됩니다. 특히 ANC-R은 이런 분야에 인공지능을 쓴 세계 최초의 사례고요.

또 하나 장점은 정말 뛰어난 품질의 실내입니다. 내장재는 스포츠 패키지에서, 스포츠 디자인 셀렉션 II 중에서 옵시디언 블랙/바닐라 베이지 투톤입니다. 프라임 나파 가죽의 질감, 컬러는 물론이고 다른 내장재와의 조화도 뛰어납니다. 오렌지 컬러의 안전벨트는 시트 스티치 컬러와 매칭되는 거라 더 보기 좋고요.


아쉬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닙니다. 차가 멈출 때 피칭의 여운이 꽤 길더군요. 완전히 멈출 때 후드 끝 라인을 보면 여러 번 흔들리는 걸 볼 수 있고, 실제로 머리가 흔들리며 불쾌감을 줍니다. 잡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쉽더군요.

이 사진은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즐겨찾기’ 세팅 화면입니다. 뭐가 잘못되었냐면요, ’핸들‘이라는 표현입니다. 이거 콩글리시입니다. 핸들은 모터사이클처럼 막대 형태의 ’바‘를 가리킬 때 씁니다. 자동차처럼 둥글게 생긴 조종간은 영어로 ‘스티어링 휠’, 우리나라 말과 법규에는 ‘운전대’로 씁니다. 자동차 회사라면, 아무리 일반적으로 쓴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용어를 사용해야 지요. 언어는 바뀌는 것이라 해도 굳이 잘못된 걸 쓸 필요가 있나요. 또 선택할 수 있는 메뉴도 한정적이고요.

마지막 사진은, 다양한 개인 설정입니다. 저는 어떤 차를 시승히더라도 처음에는 무조건 이 ‘세팅’에 들어가 어떤 메뉴가 있는지, 무엇을 내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지를 확인 합니다. 얼마나 운전자가 자신에 맞춰 바꿀 수 있느냐는 ‘개인화’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이 사진의 우측 상단은, 리모컨으로 도어를 열었을 때 차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선택하게 만든 겁니다. 개인적으로 스마트키를 갖고 차에 접근할 때, 도어가 열리며 사이드 미러가 저절로 펴지는 걸 싫어합니다. 좁은 주차 공간에서 되려 불편하거든요. 열리는 미러에 옷에 이물질이 묻거나 피하는 게 귀찮았으니까요. 이게 라이트와 미러 작동을 켜고 끌 수 있도록 했습니다. 좋더라고요.


이런 ‘Programable’한 기능들을 통해 ’Personalization’을 극대화하는 것. 요즘 많이 이야기하는 ‘SDV’에서 할 수 있을 겁니다. 앞서 칭찬한 ANC-R도 온오프 스위치를 단다면, ‘날 것 그대로의 자동차’로 쓰고 싶은 사람에게 또 다른 선택지를 줄 수 있으니까요.


아, 결론적으로 차는 좋습니다. 제네시스와 이러저러한 인연이 있는데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를 잘 잡아가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제네시스 #GV70 #시승기 #프리뷰전자제어서스펜션 #액티브로드노이즈컨트롤 #변화가크네요 #좋아요 #자동차칼럼니스트이동희

작가의 이전글 뉴 MINI 컨트리맨 JCW 시승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