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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오찬 Jul 24. 2022

새로운 장르, 퀴진브레드를 아십니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 몽핀'

한반도에 제과 제빵의 역사가 태동한 시기는 일제강점기 일본을 통해 생과자 등이 유입되면서부터이고 해방 이후 미국의 원조로 밀가루 등이 대거 시장에 공급되며 국내 제과 제빵업이 비로소 본격화되었다. 이 당시 생겨났던 제과점들이 바로 전설의 고려당, 뉴욕제과, 태극당 등이며 크라운 제과의 전신인 영일당이 창업한 시기도 이즈음이다.

(출처 : 허영만 선생님의 식객, 제5화 밥상의 주인편)

그러나 밥이 주식이었던 한반도에서 빵은 여전히 간식과 디저트로써의 지위를 가졌을 뿐 <밥상의 주인>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수요적인 측면에서 경제 활동의 주체 세대는 여전히 밥과 찌개가 주식이었던 시대에서 자란 이들이었고, 공급적인 측면에서는 돈까스와 짜장으로 대표되는 양식과 중식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힘들었던 데다 식재료의 원가와 회전율 등 수지타산까지 고려하면 빵의 자리를 밥상으로 올리려는 시도는 '무모한 도전'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는 힘(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계기)은 이것저것 재는 사람들이 아닌 '그저 좋아하는 것에 미쳐서 무조건 도전'하는 이들에게서 나온다. 세상은 이들에게 <선구자>라는 영광된 이름을 부여하지만, 아쉽게도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선구자의 시도는 허황된 행동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국내 제과제빵업계에 빵을 <밥상의 주인>으로 격상시키기 위해 이전 한반도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퀴진 브레드 ; 요리와 접목한 빵>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 중인 이가 있다. 바로 식사 메뉴만큼이나 빵에 묵직한 힘을 주어 인기를 끌었던 레스토랑, <르빵 더 테이블>을 운영했던 부암동 몽핀의 <임태언 쉐프>이다.

몽핀의 임태언 오너쉐프와 퀴진브레드 도서(2022.5월 B&C 출판)

분명 이전에도 오픈 샌드위치라는 식사를 대체할 만한 조리빵은 있었으나, 상업 공간에서 분명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을 퀴진브레드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고, 이에 더해 뒤따라올 후학들을 위해 본인의 레시피를 <책으로 출간>한 시도는 분명 선구자라 불리기에 충분하다.


먹을 것이 다양해진 이 시대에 이제 <미식>이라는 행위는 맛있는 음식을 넘어 '새로운 음식의 탄생을 목도하고 이를 응원'하는 부분까지 확대되었다고 생각한다.

몽핀의 퀴진브레드

서울 유일의 동굴 카페이자 베이커리인 몽핀에서 경험한 퀴진브레드는 확실히 기존의 빵과는 결이 다르다.

토마토하몽페스츄리

특히 칭찬할만한 빵은 토마토 하몽 페스츄리인데, 수준 높은 하몽의 짠맛이 스타카토로 입안을 훅 치듯이 자극하면 섬세하게 껍질을 벗겨내어 마리네이드한 방울토마토의 풍미가 따라온다.

몽핀의 가을

몽핀의 가을이란 이름이 붙은 버섯 크림소스 치아바타도 수준급이다. 탱글탱글한 식감의 버섯과 크림소스, 빵의 조화가 마치 빠네 파스타를 농축하여 한입에 들어온 듯한 맛의 향연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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