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오찬 Dec 29. 2022

정겨움 가득한 남원의 명문제과

전라북도 남원시 하정동 명문제과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영향력은 군사력과 경제, 외교 등에 국한되지 않고 <생활문화> 영역까지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맥도날드와 코카콜라, 헐리우드 영화로 대표되는 미국의 문화 산업은 세계 각국에 침투하여 그 나라 고유의 문화를 야금야금 잠식해버려 좋게 표현하자면 <글로벌 스탠다드>, 시니컬하게 표현하자면 <로컬 문화의 말살>이라는 결과물을 가져왔다.

미국의 성조기를 연상케하는 캡틴 아메리카의 복장

특히나 거대 자본과 최첨단 영상 기술을 앞세운 헐리우드 영화는 펄럭이는 성조기와 미국 찬양 일변도의 영상을 앞세우고도 전 세계인의 환호를 받고 있는데, 최근 개봉한 대표적인 영화 중 하나가 지구를 수호하는 미국 영웅들의 이야기를 담은 <마블 어벤저스> 시리즈이다.


헐리우드 영화를 국내 베이커리 업계의 <대기업 빵집>으로 단어를 대체해보면 지방 중소도시 노포 베이커리의 생존기가 얼마나 고되고 눈물겨웠을지는 미루어 짐작해보지 않아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와중 이들이 살아남는데 일등공신이 된 시그니처 빵의 경쟁력 역시 굳이 맛보지 않아도 그 완성도를 가늠할 수 있다.

2022년 기준 37년된 남원의 노포 빵집, 명문제과

대전의 성심당, 군산의 이성당, 전주의 PNB 풍년제과 등 이미 그 규모와 영향력이 파리바게트와 뚜레쥬르로 대표되는 대기업 빵집은 넘어선 지역은 논외로 하고, 조그마한 동네 빵집으로 지역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곳이 있으니 그중 하나가 바로 <남원의 명문제과>이다.

명문제과의 시그니처빵, 생크림 소보로

백종원의 삼대천왕에 <생크림 슈보르>라는 당시 대기업 빵집에서는 팔지 않는 빵이 소개되며 전국 빵순이들의 관심을 한눈에 받았고, 하루 3번 빵이 나오는 시간에 방문하여 <여전히> 대기표를 받아야 할 정도로 방송빨이 끝나고도 여러 번 그랬어야 할 시간이 지났건만 여전히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구매한 것은 이 빵집에선 반드시 경험해봐야 한다는 <꿀 아몬드, 생크림 슈보르, 소세지 빵> 3종과 노란 빛이 먹음직스럽데 도는 <카스테라>이다.

명문제과의 걸출한 인기 메뉴, 꿀아몬드

꿀아몬드는 식빵 사이 커스터드 크림을 바르고 겹쳐낸 빵 위에 아몬드와 꿀을 토핑하여 오븐에 구워내었다. 커스터드와 꿀이라는 각기 다른 단맛의 레이어를 가졌기에 별거 아닌 조합임에도 감칠맛이 꽤 깊다. 생크림 슈보르는 대왕 홈런볼처럼 생겼는데, 소보로와 생크림 인심이 꽤 넉넉하여 아주 맛있게 먹었다. 소세지 빵은 누구나 호불호 없이 좋아할 맛이고..

남원 명문제과의 다양한 클래식빵

명문제과는 2016년 춘향제를 보기 위해 남원을 방문한 후 6년 만의 해후이다. 당시만 해도 삼십여 년간 동네빵집을 고군분투 지키셨을 노장들께서 이곳을 지키셨는데, 오랜만에 방문해보니 이젠 자제분들인지, 직원인지 꽤 여럿이 분주하게 빵을 구워내는 모습이 ‘이 빵집의 역사는 이후로도 꽤 오랫동안 이어지겠구나’하는 생각에 흐뭇하기만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조선 어란과 이탈리안 파스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