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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수 May 01. 2024

프롤로그

about story / 에세이

  about story를 쓰면서 다시 하늘을 보기 시작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윤동주의 시 한 구절이 생각난다. 그는 ’ 서시’에서 신과 같은 절대자에게 떳떳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을 다 겪지만, 억울한 누명을 쓰거나 부정한 일을 당했을 때, ’ 하늘에 맹세코 아니다 ‘라는 말을 많이 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어떠한 일이 일어났는지 신만이 알 수가 있다.

  하늘은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푸른 창이다. 기분이 먹먹하거나, 힘든 일이 있으면 하늘을 보는 경우가 많다. 하늘에 구름이 흘러가는 대로 아무런 생각 없이 시선을 쫓아가다 보면, 응어리졌던 것들이 풀린다. 산에 올라가면 하늘이 더욱 가깝게 보인다. 하늘을 향해 손을 뻗쳐서 가슴을 펴고, 하고 싶은 말을 외쳐보자. 가슴이 후련해질 것이다. 일상에서 느끼는 많은 것이 하늘에 다 모여 있는 듯하다.      


  하늘을 보면서 아름답다고 느낀 것은 처음 올랜도를 방문했을 때였다. 파란 하늘에 낮게 떠가는 뭉게구름이 손에 잡힐 듯했다. 파란색과 하얀색이 그렇게 잘 어울리는 것은 처음 보았다. 구름이 흐르는 것인지, 구름에 파란 하늘로 색칠을 해놓은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낮게 깔린 구름을 손으로 잡으려고 하면, 하늘은 그대로인데 잡힐 듯하면서 도망을 갔다. 그런 하늘을 사라질 때까지 쳐다보고 있었다.       

   소리 없이 조금씩 흘러가는 구름은 포근했던 그녀의 모습을 생각나게 하고, 어머니의 따뜻한 품속을 그리워하게 만든다. 잊혀가는 사람들, 사귀었던 여인들 그리고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친구들이 구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가족들도 구름 속에 보인다. 과거와 현재가 함께하는 하늘을 보고 있다. 미래를 볼 수 있는 하늘이 저 멀리서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요즘 자주 하늘을 본다. 처음 느꼈던 감정에 변화 없이 쭉 이어졌던 것처럼 오랫동안 하늘을 본다. 고개를 들어 아무 생각 없이 가끔 하늘을 보자. 하늘에서 보고 싶은 얼굴들이 나타나면, 반갑게 인사를 하자. 잊고 싶었던 얼굴이 보이기 시작하면 구름에 흘려보내자. 행복했던 시절이 파란 하늘에 수를 놓으면, 활짝 웃자. 갑자기 힘들었던 일들이 보이면, 구름으로 덮어 버리자. 하늘은 여전히 파랗다. 비행기를 접어 힘차게 하늘로 날려 보내자.      


『구름이 한 점도 없는 하늘은 꽃이 없는 정원과 같은 것이다.』 - 테리 길리멧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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