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story / 에세이
오랫동안 내가 침묵할 수 있는 시간은 단지 수면뿐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주변의 움직임과 들려오는 소리 그리고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침묵은 저 멀리 있었다. 가끔 상대방과 대화를 하다가 잠시 말이 멈추면서 답답함을 느낀 적이 있다. 분명히 할 말이 많았는데, 짧은 시간의 정적은 뇌의 기능을 마비시킨다. 가슴이 뛰고, 동공이 먼 곳으로 향한다. 이런 현상이 강박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말을 해야 하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심할 경우 손에 땀이 나기도 한다. 친한 친구들과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어색한 분위기에 당황하는 경우도 있다. 침묵은 금이지만, 때로는 병이 되기도 한다.
언젠가부터는 침묵과 더불어 ‘멍 때리기’를 가끔씩 하기 시작했다. 흔히 정신이 나간 것처럼 한눈을 팔거나 한 곳에 뭔가에 집중하면서 넋을 잃은 상태를 말한다. 지금까지 멍하게 있는 것은 비생산적이라는 시각 때문에 다소 부정적이라 생각했다.
멍해 있는 것은 뇌에 휴식을 줄 뿐 아니라 자기의식을 다듬는 활동을 하는 기회가 되며, 평소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영감이나 문제 해결 능력을 준다. 문제에 대한 배경 지식과 그를 해결하려는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현대인들은 잠깐의 '먼산바라기'를 할 시간조차 없다.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조작하거나 보고 있으며, 쉬는 시간에도 게임을 즐긴다. 뇌를 통해 무언가를 하기 바쁜 현대인들에게 뇌의 휴식을 위해서 잠깐의 ‘멍 때리기’가 필요하다.
침묵은 말해야 할 이유를 찾고, 현재 상황과 자신을 돌아본 후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하는 데 도움 된다. 침묵이 길어지면 여러 가지 두려움과 불안이 생겨서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게 된다.
침묵하면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어 자기 성찰의 기회가 생겨서 매력적이고, 어떤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혼자 있는 법도 배울 수 있다.
침묵은 가만히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원하지 않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자신이 행복한지, 어떤 사람인지를 질문할 때 자신 있게 웃으며 빠르고 분명하게 대답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침묵을 하고 싶을 때에는 산보를 한다. 주변의 풍경과 호흡을 하며, 걸어가면서 자신과의 대화를 한다. 잠시 쉬면서 아무 생각 없이 멀리 있는 산을 바라본다. 가끔은 ‘멍 때리기’를 하면서, 자기 성찰을 위한 침묵의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인간은 그가 말하는 것에 의해서 보다는 침묵하는 것에 의해서 더욱 인간답다.』 - 카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