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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수 Jun 14. 2024

13화. 이스파한 공항(空港)의 보물

공항 이야기 / 에세이

  대통령의 이란 방문 뉴스를 접하고, 그동안 중단했던 현지 합작 버스생산공장의 재가동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현지 출장 준비를 했다. 이란은 미국 등 서방국가의 경제 제재로 중국 또는 제3국을 통한 무역거래가 활성화되고 있었다. 한국도 이란의 원유 수입을 위해서 양국 간 통화 스와프(SWAP)를 통해 대금 결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서류를 정리하면서, 이란에 관해 많은 공부를 하게 되었다. 이스파안이 페르시아의 옛 수도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역사의 보물 속으로 들어간다는 긴장감과 묘한 매력을 느꼈다.  

  1979년에 일어난 이란혁명은 호메이니를 중심으로 팔레비 왕조의 독재를 무너뜨리고, 이슬람원리주의에 입각한 이란이슬람공화국을 탄생시켰다. 이란 국민의 태반을 차지하는 이슬람교 시아파(派)의 종교지도자 호메이니 등이 일으킨 이란혁명은 처음부터 이슬람의 국가이념을 지향한 것은 아니었다. 이슬람 교리를 정치·사회질서의 기본으로 삼아 이슬람교의 원점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하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이슬람교의 율법(코란) 실천을 위한 투쟁을 지속하면서 이슬람 혁명으로 표명되었다.

  이슬람교도는 수니파와 시아파로 구분되는데,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 사후(632년)에 그의 후계자 선정 방식을 놓고 충돌하며 분열한 양대 종파다. 현재 전 세계 이슬람교도 가운데 수니파가 전체의 90%를 차지하는 다수파이고, 나머지 10%가 시아파이다. 수니파의 종주국은 사우디아라비아이며, 시아파의 종주국은 이란이다. '수니'란 말은 코란과 함께 '무함마드의 순나(말과 행동, 관행)를 따르는 사람들'을 의미하며 '시아'는 '알리와 그 후손들을 따르는 사람들(시아트 알리)'을 뜻한다.      


  이스파한은 직항이 없어,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에서 환승 후 도착했다. 이스파한은 이란에서 두 번째로 큰, 이란고원에 있는 교통의 요지로 오래된 도시이다. 10세기 이후부터 상업 도시로서 번성한 페르시아의 옛 수도였다. '이스파한은 세계 아름다움의 절반'이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그 아름다움이 인정되어 세계문화유산으로 유적이 잘 보존된 도시였다. 

  비행기는 페르시안 카펫처럼 하늘을 날아서 이스파한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내부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지만, 최초의 세계 제국으로 알려진 페르시아 제국은 곧 이란과 그 주민의 역사를 지칭하듯, 페르시아 문명의 분위기로 압도하였다. 공항 벽에는 이스파한의 보물들이 그림과 사진으로 찬란한 역사를 자랑하고 있었다. 공항 밖으로 나가자, 고원의 차가운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현지 생산법인대표에게 이스파한 시내에 있는 사무실에서 현지 상황을 브리핑받았다. 한국에서 방문 목적과 협의 사항을 미리 보내, 현지 일정대로 출장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이스파한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생산공장을 방문했을 때, 공장장은 그동안 경제 제재로 생산 부품을 보내 주지 못해서 일부 라인은 중국 등 다른 나라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푸념 아닌 현실을 말했다. 얼마 전 양국 간 정상들의 만남에서 언급되었던, 통화 스와프(SWAP)의 확대를 통해서 중단되었던 버스 생산을 점차 늘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에 공장장은 환한 미소로 고마움을 표했다. 

  생산법인대표가 주지사의 면담을 주선하여 사무실로 방문했다. 입구부터 손으로 직접 짜진 가장 유명한 이스파한 페르시안 러그(카펫)가 깔려 있어 문양의 아름다움과 그 무거움이 주는 느낌이 달랐다. 주지사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입는 검은 옷과 수염을 길러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방에는 ‘반크 대성당’의 벽에 걸린 그림은 유럽의 영향을 받은 종교적인 사건과 관련된 내용이었고, 중앙에는 이란 통치권을 행사하는 최고지도자인 ‘하메이니’의 사진이 보였다. 주지사는 이미 생산법인 대표에게 보고를 받았는지, ‘이번 한국 대통령의 방문에 이곳 버스 생산공장의 재가동이 되길 희망한다.’라는 말로 주지사로 협조하겠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주지사의 지시로 홍보 담당자가 이스파한의 주요 명소를 안내했다. 이스파한은 페르시아의 전통 건축의 보고(寶庫)로 수많은 유적이 있다. 인상에 남았던 건축물은 ‘반크 대성당’이었다. 성당 안 벽에 그려진 벽화에는 유럽의 영향을 받은 종교적인 사건과 관련된 내용을 다양하게 묘사하고 있다. 벽화 중에는 예수가 잡혀가는 모습과 최후의 만찬 그리고 성 그레고리의 순교 장면 등이 있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이맘 광장’은 건축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광장으로 규모와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 이후, 광장에 잔디를 깔고 분수를 만들었다. 금요일 예배를 드리는 사람들, 휴일에 광장으로 나오는 시민들의 모습과 조명으로 빛나는 광장의 야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홍보 담당자의 설명을 들으며, 역사의 한가운데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스파한이 ‘세계 아름다움의 절반'이라는 찬사를 충분히 받을 만했다. 찬란했던 페르시아의 역사가 잘 보존되어 있기도 했지만, 이슬람 시아파의 종주국인 이란의 자존심이 왜 강한지를 알 수 있었다. 


  이스파한의 공항에 들어서면서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그림과 사진들이 뚜렷하게 보였다. 멀게만 느껴졌던 이란이 그들의 첫인상보다 순수함과 따뜻함으로 더욱 가깝게 다가왔다. ‘천일야화(아라비안나이트)‘ 중 ’ 알라딘과 요술램프’에서 알라딘과 재스민공주가 마법 양탄자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장면이 떠올랐다. 이스파한 공항에서 페르시안 카펫을 타고 희망의 보물을 싣고 떠났다. 비행기 차장에서 보이는 이스파안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또 다른 보물을 싣고 다시 올 날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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