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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수 May 31. 2024

11화. 오헤어 공항(空港)의 부활

공항 이야기 / 에세이

  처음 가보는 시카고는 겨울이라 폭설과 강풍으로 공항이 여러 번 폐쇄되었다. 동남아 국가의 경찰 통신망 구축사업의 최종 단계인 제품 검사를 위해서 관련 국가의 경찰 책임자와 실무급 인원들과 현지 출장을 위해서였다. 항공 일정을 변경하면서 도착한 시카고는 설국으로 변해 있었다. 오헤어 공항은 시카고에 본사를 둔 유나이티드항공과 아메리칸항공의 허브공항으로 비행기의 이착륙 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다. 여객 수송실적도 세계 제1위를 기록한 북아메리카 지역 최대의 공항이다. 공항의 규모나 시설은 지금껏 가봤던 많은 공항 중 유럽의 허브공항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의 규모를 뛰어넘었다.

  공항에 들어서자, 화려하고 웅장한 오헤어 공항이 우리를 맞이해 줬다. 현지 통신회사 의전 담당자의 도움으로 엄격한 입국심사를 마치고 공항 밖으로 나오면서 잠시 눈을 의심했다.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미국의 전통 복장을 한 기사가 클래식한 버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 안으로 들어서자, 카페를 연상케 하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안락한 의자와 그 안에 비치된 다양한 음료수들이 눈을 의심하게 했다. 비즈니스를 위한 최상의 서비스였다. 며칠간 진행될 제품 검사에서 그들이 호의만큼이나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했다.    


    시카고는 미국 역사적으로 여러 가지 사건으로 점철된 도시이다. 시카고 대화재(Great Chicago Fire)는 1871년 10월 8일부터 3일간 일어난 대형 화재이다. 이 화재로 300명 가까이 사망하고, 시카고의 넓은 지역이 불에 타면서, 10만 명 이상이 집을 잃고 이재민이 되었다. 이 화재로 시카고 도심 지역이 완전히 파괴되었지만, 화재 이후 재건을 통해 시카고는 미국에서 가장 큰 경제 중심지 중 하나로 성장하게 된다. 

  오래전에 본 영화 ‘스카페이스’는 시카고의 유명한 갱단 알 카포네를 모델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제목은 그의 실제 별명인 ‘스카페이스’(그의 얼굴에 난 칼자국 때문에 붙여졌다)에서 따온 것이다. 내용은 1919년 시행된 금주법 시대의 시카고를 배경으로 무법의 10년 동안 술을 밀수·밀송·밀매하는 갱들의 이야기이다. 이 시기는 1929년 공황이 몰고 온 이른바 ‘월가(Wall 街)의 대폭락’으로 사실상 끝을 맺었지만, 그 결과 미국은 극심한 불황의 1930년대를 맞이하였다.


   가장 미국적인 도시를 꼽는다면, 많은 이들이 뉴욕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뉴욕은 식민 시대부터 현재까지 미국 역사의 전 기간을 도시의 내부에 담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 현대 사회의 여러 문제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적인 도시다. 외국인이 미국으로 여행을 갈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경유지가 뉴욕인 이유이다. 어떤 사람들은 LA를 더 미국적인 도시라고 한다. 이민의 나라 미국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 줄 뿐 아니라, 미래 지향적인 산업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미국 역사의 잔재인 유럽과는 차별적인 새로운 미국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시카고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가장 미국적인 도시는 시카고라고 단언한다. 시카고는 뉴욕만큼 역사가 오래 지도 않고, LA만큼 새로운 도시도 아니다. 이 도시는 1833년에 건설되었기에 비교적 짧은 역사를 지녔지만, 성장과 발전 속도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빨랐다. 시카고는 19세기 대화재와 내부의 많은 문제를 극복하고, 미국 인구조사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전국 순위 2위의 고지에 올랐다. 시카고의 미국적인 특성은 바로 이러한 급성장이다. 

  시카고의 역동적인 모습이 미국 발전의 원동력인 ‘개척자 정신’을 일깨울 수 있는 가장 미국적인 도시로 꼽을 만하다. 미국 역사는 서부로 팽창해 가는 과정에서 유럽에서 이민 온 사람들은 거친 서부의 자연과 원주민과의 전쟁을 통해 비로소 미국인으로 거듭났다, 미국의 특징으로 꼽히는 진취적 정신이나 개인주의, 민주주의 등도 바로 이 열린 땅의 존재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서부 팽창의 전초지역인 시카고는 미국의 개척자 정신을 볼 수 있기에 미국의 대표적인 도시로 손색이 없다.     

  통신회사의 생산 제품 사이트를 방문하면서 그 규모와 기술 수준에 놀랐다. 전 세계 통신장비 시장을 장악하는 회사로서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공장 내부에 사이트별로 수요가들의 통신장비를 구현하여 직접 시험해 볼 수 있는 시설과 그 사이트를 그대로 옮길 수 있는 포장 및 운송 능력은 완벽했다. 동행한 장비 검사 직원들도 엄격한 검사를 하면서도 문제를 발견할 수 없는 시현에 감탄했다. 

  통신 사업 중 가장 수주하기 어렵고, 제품의 안정성과 시설 유지 보수가 힘든 사업이 국가의 통신망 구축사업이다. 이런 사업의 성공이 주변 국가사업 수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고, 이번 사업의 절반이 성공했기에 앞으로 국가 통신망 구축사업은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 같다. 이런 장비를 한국에서 생산할 기술이 있다면, 더 많은 사업을 수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카고는 수많은 별칭을 가지고 있다. 5 대호 가운데 하나이며 거의 바다와도 같은 미시간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 탓에 ‘바람의 도시’, 뉴욕 다음가는 도시라는 점에서 ‘제2의 도시’ 그리고 축산, 도축, 육가공업의 중추라는 의미에서 ‘세계적 돼지 도살 도시’, 조직폭력단의 활동이 유명했기에 ‘어깨들의 도시’, 활기차고 역동적인 측면에서 ‘일하는 도시’ 등이다. 이 중심에는 오헤어 공항이 자리 잡고 있다. 

  시카고에는 눈보라가 치고 있었다. 지난번 입국 시 폭설로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다행히 비행기 운항에는 문제가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며칠간 발이 되었던 클래식한 리무진 버스의 기사가 정장 모자를 벗으며 인사하며 배웅을 해줬다. 규모가 큰 공항에는 겨울인데도 많은 사람이 북적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오헤어 공항의 웅장한 모습을 보며, 시카고의 부활은 계속 진행 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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