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숲 일기 / 에세이
오늘은 책을 보러 아침 일찍 도서관에 간다. 집 서재에 꽂혀 있는 책들은 구입 후 관심 있는 것들만 모아 놓았다. 신간 중에 읽고 싶은 책은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어, 요즈음 책을 사본지도 오래된 것 같다.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책을 보내주는 경우도 많이 있지만, 다양한 종류의 책을 보려면 역시 도서관에 가야 한다. 그곳은 내 보물이 여기저기 숨어있어서 재수 좋은 날은 멋있는 보물을 찾아낸다.
도서관에는 고정석을 만들어 놨다. 2층에 있는 그 자리는 인기가 좋아서 늦게 가면 앉을 수 없다. 책을 보다 눈이 침침해지거나 머리가 아프면, 고개를 들어 옆을 본다. 그곳에는 대형 연못이 있고, 이 도서관이 생기면서 자리 잡은 터줏대감인 세 마리의 오리 가족이 있다. 잔디에 올라와서 앉아 있는 그들의 요염한 자태를 보면 부럽기만 하다. 조금 있으면 분수가 물을 뿜으며, 하늘로 올라갈 시간이다.
이곳은 이제 집보다 더 친숙하고, 아늑한 공간이다. 아침에는 여러 가지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있고, 낮에는 주부들이 아이들 데리고 책을 고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늦은 오후에는 학생들이 학교를 마치고 이곳으로 몰려온다. 도서관이 마치는 시간이 되면 정신없이 공부하다 짐을 싸는 그들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대견스럽다. 도서관의 불이 꺼지면서, 아파트 단지 창문의 불빛도 하나씩 꺼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