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재능기부, 이제는 멈춰주세요

디자인산업계에 대한 도덕적 문제제기

by 송기연

음식값이 지나치게 저렴한 곳이 있습니다.

어떻게 저런 가격으로 식당을 유지할까 싶다가도, 식당 사장이 해당 건물주라는 말을 들으면 아~ 하기도 합니다. 그 외 정말 봉사정신의 차원에서 손해에 가까운 단가를 유지하는 식당도 매스컴을 통해 간간이 접하기도 합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가성비 좋은 식당을 만나게 되면 기쁜 일이지요. 그런데, 이것은 특별한 경우입니다.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건물주인 식당 주인이 본인의 경우를 기준으로 동일한 업종의 식당 주인들 단가가 바가지다, 비싸다고 비난하면 안 됩니다. 적정한 시장 가격이란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을 막는 취지 역시 비슷할 거라 생각합니다. 현실은 다양한 편법으로 진출하기도 하지만요.


마찬가지 사례를 디자인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기부(Donation)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디자인 재능기부가 그것입니다. 물론, 좋은 취지로 디자인을 무료로 혹은 엄청난 저리로 진행해주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의도야 순수하고 뜻 역시도 좋을 수 있다고 봅니다. 쉬운 말로는 기부하는 사람의 의지와 마음이 우선이라고 넘길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산업계가 존재하고 누군가에게는 생계수단이 되는 것이 몇몇 소수의 개인적인 신념 때문에 본래의 취지가 바래지는 경우가 생긴다고 봅니다. 보통, 디자인 재능기부를 하는 사람들은 대학교수, 기관 임원급, 은퇴 원로 등이 계실 겁니다. 모두 디자인 용역을 하지 않아도 별도의 급여가 나오는 직업이 존재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본인들께서는 좋은 의도요, 선한 의도에서 재능기부를 결정하시겠지만 이는 산업계의 입장에서 볼 때는 도덕적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 자체를 그냥 공짜로만 바라보는 합리적인 사람들이 존재하고 좋은 의도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수요와 공급의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생깁니다. 주로 대학교수님들이 학생들(학부, 대학원)과 함께 용역을 실제로 수행하는 케이스가 많습니다. 이는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졸업하는 학생들의 먹거리입니다. 어업에도 금어기가 있고, 지나친 저인망 어업은 법으로도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예산을 아끼고 싶은 사업자들이 연줄과 인맥을 통해 대학과 기관 등의 임원들에게 이를 요청하고 흔쾌히 받아들여지는 현상을 목격합니다. 보통은 그분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대학에서의 디자인 결과물들은 일반 사기업에서 진행하는 건보다 퀄리티가 좋게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진행은 학생들의 과제물 진행 형식이 되기 때문입니다. 대학 졸업자들이 살아나갈 환경을 학계와 업계의 중진들은 토대와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그것이 이후에도 학계와 산업계가 함께 발을 맞춰 나갈 목표이기도 합니다.


특히, 대학에서는 일반 디자인 용역을 진행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요청이 있더라도 자문 정도가 맞습니다. 혹은 정말 연구에 집중하는 것으로만 특화시켜야 합니다. 이후 실제 디자인산업계에서 진행하게 조절을 하거나 초기단계에서 디자인산업계와 함께 역할을 나눠서 수행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의 전문가는 산업계에 존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순수하게 연구가 목적이지 않다면, 학계보다는 산업계가 맞습니다. 다만, 연구가 해당 디자인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면 대학이 함께 진행하는 것은 산·학이 함께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그림일 것입니다. 물론, 교수님들이나 대학도 어느 정도 실적을 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교수님이 연구나 교육에만 몰두하실 수 있는 시스템도 빨리 정리되어야 합니다. 그런 특수한 목적이 아니라면 디자인 재능기부 형식의 활동은 산업계를, 좀 더 과장해서 생각한다면 젊은 디자인 전공자들의 미래 먹거리를 앗아가는 행위라고도 생각됩니다.


누구나 디자인을 얘기하고, 디자인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만큼 디자인의 가치가 평가절하되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기회도 많이 생깁니다. 오늘 이 순간도 어렵지만 묵묵히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어렵지만 묵묵히 현장에서 디자인을 수행하는 루키들과 디자인 산업의 많은 인력들이 맥 빠지지 않고 힘을 낼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생기기 바랍니다. 누구보다 디자인의 가능성과 직업상 멋짐을 자랑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바랍니다. 학계나 산업계의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는 분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이런 현상들을 열린 마음으로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디자인 재능기부, 이제는 멈췄으면 합니다.

keyword
이전 05화젊을수록 창의적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