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6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쓰지 않는 컴퓨터

사용하면 살아남는다

by 송기연 Feb 10. 2025

지금 사용하는 컴퓨터는 2015년에 구입했다. 

10년 넘게 사용하고 있지만, 어지간한 작업은 아직도 가능하다. 같은 시기에 산 컴퓨터가 몇 대 있다. 동일한 사양으로 구매했는데,  다 어디 가고 한 대가 사무실에 남아있었다. 굳이 2대를 쓸 필요가 없어 그냥 그대로 방치해 두었다. 얼마 전 이 컴퓨터도 같이 써볼까 하는 마음에 전원을 넣어봤는데 전원도 잘 들어오지 않고, 램도 인식을 못했다.  처음 구매할 때는 동일한 사양이었는데, 지금 쓰는 컴퓨터와 비교해 보면, 거의 고장상태다. 물론,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단순한 기계도 사용하지 않은 상태가 오래되니 이제는 쓰지 못하게 되었다. 기계만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의 생물학자 라마르트는 용불용설(用不用說)을 주장했다.

생물의 기관 중 많이 사용하는 기관은 발달하고, 반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된다는 내용이다. 기린이 목이 길어진 이유는 높은 곳에 있는 나뭇잎이나 열매를 먹기 위해 길어지는 쪽으로 진화했고, 동굴 속 박쥐의 시력이 퇴화한 이유는 다른 감각기관을 주로 사용하면서 퇴화했다는 이론이다. 그 형질은 자연스럽게 후손으로 이어지면서 날지 못하는 뉴질랜드의 키위새, 펭귄이 현재 그 증거라는 것이다. 우리 인간의 꼬리뼈 역시 직립보행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퇴화됐다고 한다. 현대 진화론에서는 자연선택설을 채택했지만, 사용하는 기관이 계속 발달한다는 개념은 당시 흥미로운 관점이었다. 


두뇌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 영특했던 천재가 어른이 되면서 평범해지는 경우는 자주 접한다. 또한, 고등학교 때까지는 미친 듯이 공부하던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면 이전만큼의 공부량을 채우지 못해 학업성적이 떨어지는 것도 비슷한 사례다. 명문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인재도 이후 지속적인 학습이 병행되지 않으면 평범한 수준의 사고력을 가지거나 오히려 더 퇴화하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노화의 과정을 가진다. 중년 이후가 되면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두뇌를 미친 듯이 쓰려고 하지 않으면 젊을 때의 영민함은 빠른 시간 내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이런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두뇌를 미친 듯이 써야 한다. 얼마 전 유시민 작가가 공개방송에서 주장한 내용인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두뇌를 쓰기 위한 최선의 효율적인 방법은 읽기와 쓰기다.


나이가 들면 근육량도 따라서 감소한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30세 이후부터 매년 1%씩 줄어든다고 한다. 이런 근육 감소는 근력 저하와 함께 신체 기능의 약화를 가져온다. 중년 이후인 50세부터 75세 사이에는 약 25%가 감소하고, 80세가 되면 최대 근육량의 50%가 줄어들 수 있다. 노년기에 낙상, 대사 기능 저하 등이 급격히 증가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젊을 때보다 근육량 증가를 위한 운동과 식단조절이 필요하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노화의 현상이다. 굳이 서글퍼할 필요는 없다. 이런 사실을 알았으면 본인 상황에서 운동과 식단을 병행하면 된다. 알아도 안 하는 것이 문제다.  


모든 것은 노화한다.

기계든, 두뇌든, 감각이든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하는 것이 자연의 순리다. 한낱 미물인 컴퓨터도 그런데, 적어도 인격을 가진 사람의 삶이라면 기계와는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멋지게 나이 들어가야 한다. 어차피 시간의 흐름을 잡을 수는 없다. 대신, 더디게 늦추는 것은 가능하다. 어려 보이고 싶은 것보다는 멋지게 나이 들어가고 싶다. 신체적 노화는 물론, 생각이 깊은 사람으로 더디더라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인 읽기와 쓰기는 최선의 방식이다. 설렁설렁이 아닌 치열하게 읽고 써야 한다. 효율이 떨어져 가는 지라 다른 대안이 크게 없다. 여기에 삶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함께 장착할 수 있다면 정말 멋진 일이다. 


꼰대와 어른의 차이에서 조금은 성숙한 어른 쪽으로 갈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호박벌의 비밀, 한계를 넘어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