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지속가능(Sustainable)이란 말이 트렌드다.
너도 나도 지속가능을 입에 담는다.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풍요해진 환경과 그로 인한 환경에 악영향은 디자인 분야라고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산업의 발전과 함께 해 온 제품디자인, 그리고 빠른 유행과 그에 부합한 기업의 이익추구를 위해 애써 눈 돌렸던 환경을 생각한다면 지속가능은 시대적 화두다.
환경은 빠르게 파괴되어 간다.
플라스틱의 폐해를 알리기 위한 설명 중 몇 십 년, 몇 백 년이 지나도 썩지 않아 육지와 바다를 오염시키고, 지구상의 동식물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는 공익 광고를 봤을 것이다. 기름을 뒤집어쓴 조류와 플라스틱을 삼킨 물고기와 그물에 온몸이 묶여버린 거북이까지. 우리 인간이 편리하게 살기 위해 만들고 버린 쓰레기들로 인해 나뿐만 아니라 자연과 다른 생물이 위협받는다. 산업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빠르게 쓰고, 손쉽게 버리는 것이 거리낌 없는 사회가 되면서 환경에 대한 경각심은 날로 높아진다.
지속가능이라는 말을 생각해 보자.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구체적인 제품의 형상으로 태어나는 과정에서 일조하는 '디자인'은 영원할 수 있을까.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 지속가능하다는 말은 어찌 보면 불가능에 수렴하는 표현이다. 이 말 앞에는 아마도 "최대한"이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생산뿐만 아니라 사용을 넘어 폐기까지도 신경 써야 하는 사회고, 그건 제조자의 몫일뿐 아니라 디자이너도 일정 부분 도덕적 책임이 있다.
1,000원짜리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이다.
그 덕에 손쉽게 사고, 또 그만큼 쉽게 버린다. 필요에 의한 구매보다 즉흥적 소비에 가까울 수 있다. 새로운 대체재 상품은 시장에 쏟아지며 고객을 자극한다. 어찌 보면 균일가 제품은 반 환경적이다. 그만큼 대량으로 빨리 만들어내고, 만들어지는 만큼 버려지지 않은가? 제품수명주기(PLC)라는 표현이 어색할 만큼 빠르게 돌아가는 이 순환에서 디자이너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사용성을 높이고 디자인한 제품을 삶에 녹여야 한다.
또한 품질을 높일 수 있는 디자인이 함께 선행된다면 아마 이 빠른 제품수명주기를 조금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디자인계에서는 재활용되거나 리사이클링 된 재료나 소재로 만든 제품을 지속가능 제품이라고 통상 말한다. 한 번 사용되거나 폐기된 재료를 다시 제품으로 만든다면 가장 직접적인 지속가능일 것이다. 형태와 기능은 달라지겠지만 원래의 재료가 모양만 바꾸는 것이니, 세상에 처음 온 존재가 지속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여기서 하나의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경제성이다.
새로운 재료는 1회의 제조공정만 거치면 된다.
하지만 한 번 폐기되거나 어떤 제품으로 만들어진 상태라고 하면 여기에 몇 개의 공정이 더 붙는다. 회수하고 분류해서 세척이나 소독 같은 공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 후 유사한 물성치의 재료성질로 분류한 뒤 파쇄 공정을 거쳐야 비로소 새로운 제품으로 다시 태어날 기본적인 준비가 마쳐진다. 이 공정에 어쩔 수 없이 수반되는 것이 예산이다. 인건비와 가공비가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기본적으로 리사이클링 재료의 가격은 일반 재료의 가격보다 비싼 것이 보통이다. 자연스럽게 리사이클링, 즉 지속가능이라는 타이틀로 만들어진 제품은 일반 제품의 가격보다 높다. 경제성 외에도 또 하나의 약점이 있다.
품질이다.
사출금형의 예를 들면 신재를 사용했을 때 불량률을 약 20% 정도로 본다면, 지속가능한 리사이클링 재료의 불량률은 아마 적게 잡아도 50%를 훌쩍 넘을 것이다. 사출재료도 금형에서 사출 되는 불량품과 리브나 게이트 같은 부속물을 다시 쓰지 않는다. 시간이 곧 비용인 제조 현장에서 굳이 성공률이 낮은 재료를 쓸 이유가 없다. 게다가 방금 예를 든 불량품이나 게이트 등은 방금 사출기를 통해서 나온 깨끗한(?) 재료다. 이런 재료도 한 번 소성된 후의 물성치가 떨어지는데, 폐기되거나 버려진 제품을 모아서 세척하고 파쇄 후 사용한다는 것은 아주 생산성이 떨어지는 비효율적인 행동이다.
그럼에도 지속가능 재료와 탄소저감 방식등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 이 표현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해야 한다. 비효율적이고 비경제적인 행위임을 뻔히 알더라도 이런 행동 하나하나가 의미 있다. 이런 흐름을 보면 조금씩 재료를 아끼고, 한 번 구매한 제품을 최대한 오래 쓰고 바르게 폐기하는 것을 유도한다는 것이 그 목적이다.
디자이너의 역할은 정해져 있다.
재료의 경제성, 물성치가 신재이든 재생이든 리사이클이든 상관없이 매력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행위를 기꺼이 감수하고 수용할 클라이언트를 만나야 한다. 그건 제조자로서 사회적 책임이며 도덕적 행위다. 대기업이나 국영기업들은 아예 정책적으로 이런 활동을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다이소 역시 대기업이다.
그리고 누구보다 많은 수량의 제품을 취급하며 판매한다. 다이소를 통해 유통되고 사용되며 버려지는 제품의 양은 엄청나다. 다이소의 매출이 올라갈수록 이 그래프의 곡선은 가파르게 우측상향한다. 다이소에서도 브랜드 가치를 위해서라도 일부 제품에 대해서는 스페셜 기획을 해보면 어떨까. 팔리지 않는 제품이나 사용 후 버리지 않고 다이소 매장으로 반납하면 포인트를 주고 다이소는 이렇게 수거된 제품으로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제 다이소도 이런 사회적 활동이 필요할 때가 되었다. 다이소가 만들어가는 세상은 쉽게 구매하고 쉽게 버려지는 제품으로 가득 찬 곳이 아닐 것이다. 생활에 필요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면서도 지구와 환경을 함께 생각하는 친환경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은 당연히 일반 제품에 비해서 조금 비싸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다이소의 리사이클 상품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