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 베스트 아이템은 차고 넘친다.
SNS를 통해 추천하고 추천받는 아이템 소개 콘텐츠는 계속 새롭게 공개된다. 나도 역시 다이소에서 산 제품중에서 이른바 성공한 아이템이 몇 개 있다. 보통 자기가 써보고 나서 좋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추천하기도 한다. 한 번 사서 계속 쓰고 있는 제품, 소모성 제품으로 한 번 구매 후 지속적으로 재구매 하는 제품 등 이른바, 내돈내산 베스트템 몇 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운동화라는 이름은 참 정직하다.
운동할 때 신는 신발이란 뜻 아닌가. 요즘에는 여러 운동에 특화된 운동화도 많다. 또 발이 편해서 일상에서도 자주 신게 된다. 나 역시 구두를 신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운동화를 즐겨 신는다. 발이 편해야 몸이 편하다는 말이 있는데 정말 공감한다. 나는 업무 특성상 하루 중 앉아 있는 시간이 많지만 발이 편하면 좋다. 생각해 보면 사람의 발은 참 각양각색이다. 모양도 제각각이고, 발 폭, 발 높이, 발바닥 아치형태, 크기 등이 저마다 다르다. 좌우 발 크기가 다른 사람도 제법 많다. 그렇게 보면 맞춤형 옷보다 발에 맞춘 맞춤형 신발이 더 필요하다. 불편한 신을 신게 되면, 발은 물론이고 발과 연계된 무릎, 대퇴골, 요추, 척추까지 무리가 온다. 그래서, 편한 신발을 신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대부분 운동화에는 끈이 있다.
물론 개중에는 끈 대신 찍찍이 벨크로나 다이얼, 똑딱이 등의 방식을 쓰는 신발도 있지만 보통은 끈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운동화 끈은 단순히 운동화를 조이기 위한 기능성을 넘어 패션 아이템이 되기도 한다. 각양각색의 알록달록한 끈은 물론이고 여러 묶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나 같은 보통 아저씨들의 관심사는 아니다. 그냥 깔끔하게 묶이고 잘 풀어지지 않기만 하면 된다. 너무 세게 묶으면 신고 벗을 때 불편하고, 한 번 풀린 끈은 밟히면 더러워질 수 있다. 풀린 운동화끈은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에스컬러이터를 탈 때는 자칫 안전사고 위험도 있다. 그러다 언젠가 마지막 묶음 매듭이 없는 운동화 끈 방식을 봤다. 아주 깔끔하고 좋아 보였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마지막에 묶은 매듭을 운동화 안으로 밀어 넣는 방식이었다. 바로 따라 해 보니 보기에는 깔끔했지만, 가끔 묶은 매듭이 발등과 운동화 사이에서 걸리적거렸다. 하지만, 트렌드를 따라간다는 생각에서 이 정도 불편은 참을 수 있었다.
다이소에 갔다가 신발용품 매장을 둘러보게 되었다.
아마 액체 구두약을 사러 갔던 것 같다. 역시 다이소답게 매장코너에는 다양한 제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중 내 눈길을 끈 것이 있었다. 바로 '매듭이 필요 없는 실리콘 끈'이었다. 조금씩 길이가 다르게 구성된 이 6개의 실리콘 끈은 검은색과 흰색 2종류였다. 당시 내가 주로 신던 운동화는 흰색 나이키 에어포스였다. 운동화 브랜드마다 신발 끈의 개수와 거리, 구멍의 크기는 조금씩 다르다. 내 에어포스의 구멍은 총 8개다. 다이소의 실리콘 운동화 끈은 좌, 우 각각 6개로 되어 있다. 아쉽다. 하는 수 없이 2개를 구매했다.
구매 후 꼼꼼히 제품을 살펴봤다.
산업디자인 전문가 관점에서 실리콘 끈 표면에 새겨진 천 패턴은 훌륭했다. 실리콘 끈 양 끝 모양은 T자형으로, 한 번 들어간 운동화 구멍에서 빠지지 않게 디자인되었다. 대신 들어가는 것도 도구가 필요할 정도였다. 젓가락으로 T자형 끝을 운동화 구멍에 가까스로 밀어 넣고 나니 외형은 영락없는 운동화 끈이었다. 실리콘 끈이 잘 늘어나서 신고 편기에 편리한 일자형 운동화 끈이 만들어졌다. 이리저리 봐도 잘 만든 물건이다. 탄력도 좋아 좀처럼 끊어지지도 않는다. 뭐가 묻으면 물티슈로 슥슥 닦으니 바로 깨끗해진다. 마지막 매듭이 없으니 발등이 불편할 일도 없다.
흰 운동화는 깔끔한 멋으로 신는다.
여기에 짧은 흰색 양말로 매칭하면 깔끔 그 자체다. 실리콘 운동화 끈은 흰 양말, 흰 운동화로 이루어진 화이트 시리즈의 마지막 화룡점정이다. 검은색 구두용 실리콘 끈도 있지만, 흰 운동화 실리콘 끈의 활용성에는 미치지 못한다.
다이소 실리콘 운동화 끈은 어린이 안전에도 좋다.
어린이는 운동화 끈을 스스로 잘 묶지 못한다. 예전에는 나비모양으로 묶는 법을 필수적으로 배웠는데 요즘 어린이들은 예전 하고는 다른 모양이다. 아무튼 한 번 풀어진 운동화 끈은 상당히 위험하다. 앞서도 말했지만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 보행 중에도 걸려 넘어지기 쉽다. 예쁜 운동화를 신은 어린이가 적어도 신발끈으로 인한 안전사고에서만큼은 안전했으면 좋겠다. 안전사고는 어린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도 해당되는 문제다. 운동화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신발끈도 마찬가지다.
우리 집은 2리터짜리 생수를 사서 마신다.
몇 년 동안 정수기를 계속 사용했는데, 우리 집 물 사용량과 렌털비와 관리비 등을 계산해 보니 사 먹는 것이 경제적이었다. 3명의 가족 수와 낮에는 학교나 직장 등 나가 있는 시간이 많은 것도 중요한 이유였다.
긴 여름시즌이 되면 생수의 위상은 더 높아진다.
냉장고에 잘 보관된 시원한 생수는 말할 것도 없다. 더위에 지쳤을 때 마시는 시원한 생수는 식도를 타고 온몸 구석구석, 세포 하나하나에 짜릿한 시원함을 전해준다. 그래도 가끔은 어릴 때 마시던 보리차가 생각나는 것은 나이 탓만은 아닐 것이다. 시원한 생수와 보리차 중 고르라고 하면 보리차의 손이 고민 없이 올라갈 것이다. 보리차는 여름은 시원하게, 겨울은 따뜻하게, 필요에 따라 즐길 수 있다. 시중에는 티백, 원액 등 보리차를 쉽게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우리 집은 티백으로 된 보리차를 즐긴다.
티백 보리차는 만들기 쉽다. 티백보다 더 쉬운 방식도 있지만 최소한 만들어 먹는다는 것의 최저는 티백이라 생각한다. 그마저도 귀찮아하는 날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튼, 티백 보리차 하나는 2리터짜리 생수 하나가 딱이다. 큰 냄비 가득 생수 2리터와 티백을 넣고 끓이기만 하면 끝이다. 어릴 때 어머니가 만드신 보리차의 맛은 미묘하게 풍미가 달랐다. 하지만 티백 보리차는 균일한 맛을 낸다. 한 번씩은 그 시절 아날로그 감성이 그립기도 하다. 이렇게 티백 보리차는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지만 시원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한 가지 공정을 더 거쳐야 한다. 어딘가에 옮겨 담아야 한다. 예전에는 델몬트 주스 유리병이 국민 보리차병이었다. 유리로 만든 유니크한 디자인은 국민 아이템이 되기에 충분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유리 소재가 주는 열전도성 덕분에 손으로만 잡아도 일차적 시원함이 몸으로 전해졌다. 요즘말로 하면 사용자의 감성을 오감 차원에서 만족시키는 통합적 디자인 제품이었다. 지금은 빈 생수병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한소끔 끓은 보리차가 식기까지는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이제는 냉장고로 향할 만반의 태세는 끝났다. 빈 생수병에 옮기기만 하면 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만 않다. 애매할 때는 물어보는 것이 상책이다. 아내는 알아서 잘해보라고 열린 답을 줬다. 이제 믿을 건 나의 센스다. 숨을 고르고 냄비를 통째로 들어 생수병 입구에 가져다 대고, 기울였다. 결과는 당연히 뭐 난장판이 됐다. 아까운 보리차는 싱크대 표면에 장렬히 전사했다. 뭔가 방법을 찾아야 했다. 얼른 생각난 것이 종이컵. 종이컵의 한쪽 면을 접어서 뾰족하게 만들어 보리차를 조금씩 옮겨 담았다. 이제 밖으로 흘리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엄청난 비효율성이었다. 겨우 1리터 정도의 보리차를 살리고 난 뒤 든 생각이 다이소였다. 깔때기든 뭐든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나는 생각나면 가급적 바로 한다.
특히 사려고 했던 물건이 없으면, 다른 가게나 매장으로 가서 기필코 사야 마음이 편하다. 다이소로 바로 달려갔다. 집 가까이 다이소 매장이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주방 매장으로 가서 둘러봤다. 내 생각에는 깔때기가 제일 적합하고 아니면 액체를 옮겨 담는 뭔가 솔루션이 있을 것 같았다. 우선 깔때기를 찾았다. 어렵지 않게 플라스틱으로 된 작은 주방용 깔때기를 발견하고 상품을 집어 들었지만, 이내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보였다. 자바라식으로 된 실리콘 깔때기가 보였다. 오!!
’쟈바라, じゃばら(蛇腹)‘는 뱀의 배를 뜻하는 일본어로 주름져서 접는 것 또는 방식을 말한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이를 대체할 우리말로 '주름식' 정도를 추천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 미술실기대회 때 쓰던 자바라 물통이 기억났다. 일반 플라스틱 깔때기는 수납에 불리했다. 그런데 실리콘으로 된 주름식 깔때기라면 완전 환영이다. 게다가 가격은 단돈 1,000원이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얼른 사들고 와서 생수통 입구에 꽂아봤다. 아주 그냥 딱 맞춤이었다.
2리터짜리 빈 페트는 중심이 잡히지 않기 때문에 처음 몇 번은 왼손으로 페트통을 잡고 국자로 옮겨 부었다. 깔때기 덕분에 넓은 국자로 대충 부어도 잘 들어갔다. 이후 반 정도가 차면, 나머지는 냄비째 부으면 된다. 이 작고 하찮은 1,000원짜리 다이소 실리콘 깔때기는 우리 집 보리차 확산에 크게 기여했다. 깔때기의 크기는 가로, 세로가 각각 8cm이고 접으면 채 2cm 정도밖에 안 된다. 설거지할 때는 세제로 살짝 씻어주고 흐르는 물로 헹구면 된다. 물기도 한 번 탈탈 털면, 깔끔해져서 바로 서랍 안에 넣을 수 있다. 싱크대 서랍 내 수저통 옆에 두면, 납작하게 접힌 모양이 눈에도 딱 들어온다. 세척도 쉽고, 자리도 거의 차지하지 않는다. 사소한 물건 하나가 삶을 윤택하게 한다. 1,000원짜리 주름식 실리콘 깔때기 덕분에 우리 집 냉장고 보리차는 늘 진행형이다. 사소하지만 중요한 생활제품은 다 다이소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여름이 다가오는 계절이 되었다. 시원한 보리차를 즐기고 싶은가? 냉장고 가득 시원한 페트병에 담긴 보리차를 마시고 싶다면 바로 다이소로 달려가길 권한다.
고민은 보리차를 늦출 뿐이다.
제품에는 원래 사용목적이 있다.
원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1차 목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그 목표 외에 다른 사용처가 ‘발견’되곤 한다. 창의적인 사고력을 가진 사람은 한쪽만 바라보지 않는다. 오늘 리뷰하는 다이소 내돈내산 주제가 좋은 사례다.
스테인리스 도마꽂이.
제품 이름은 ‘재료+용도’로 정직 그 자체다. 듣는 순간 제품의 사용목적이 명확하다. 더도 덜도 없이 스테인리스 재질의 와이어로 만들어진 도마꽂이다. 세워도 쉽게 넘어지지 않는 구조로, 도마를 안정적으로 꽂을 수 있는 제품이다. 그냥 한눈에 봐도 그렇게 보인다. 예전에는 가정에 나무도마만 있었지만, 지금은 용도와 목적에 따라 여러 재질과 종류의 도마가 있다. 그래도 나무도마가 가장 일반적인데, 이게 수납이 참 쉽지 않다. 나무의 특성상 사용 후 물기를 잘 닦고 잘 건조해야 오랫동안 위생적으로 쓸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보통 어딘가 벽에 비스듬하게 기대어 보관하는데 벽을 마주하는 쪽은 그늘이 되어 자주 뒤집어줘야 한다. 제품 겉에 있는 정식 제품명인 '물이 고이지 않아 위생적인 스텐와이어'라는 표현은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킨다.
이렇게 얘기가 끝나면 재미없다.
우리가 누구인가? 사용설명서를 허투루 보는 세계최고의 창의적 민족이다. 원 제품 용도는 물론, 다양한 활용처를 상상하고 실험하는 고유의 능력을 가졌다. 그래서 우리는 또 하나의 머스트해브(Must-have) 아이템을 만나게 된다. 입소문으로 널리 퍼진 이 제품의 활용처를 역으로 따라가 봤다.
우선 도마라는 제품을 조금 자세히 살펴보자.
무게가 있고 모서리가 둥근 넓적한 직사각 형태다. 이걸 안정적으로 거치하는 용도라면 비슷한 다른 제품도 그럴 수 있겠네. 아마도 집에 있는 도마를 여기에 꽂는 남는 빈자리에서 발상의 전환이 시작되지 않았을까. 도마 비슷한 걸 찾아서 기필코 빈자리에 꽂아야만 직성이 풀렸을 것이다. 또 다른 '무게가 좀 있고 모서리가 둥근 넓적한 직사각형'의 꽂을 제품을 찾으면 된다. 혹시, 뭐가 떠오르는가? 주방에는 일단 없다. 뭐가 있으려나.
아이패드.
좋네. 또 없나? 있다! 노트북. 사람들은 기필코 해답을 찾아낸다. 한 번 아이디어가 터지면 이후는 봇물처럼 쏟아지다. 유사한 제품들은 하나의 그룹으로 묶인다. 무선 키보드도 포함이다. 그러고 보니 아이패드나 노트북도 보관이 불편했다. 좁은 책상에서 넓은 자리를 차지하는 일등 공신이다. 어디 세워둘 수 있으면 참 좋지 않을까 하는 무의식적 상상을 누구나 했을 것이다. 비싼 액정이 손상될까 봐 책처럼 어디 쌓아 두는 것도 안된다. 첫 테스트를 해본 누군가의 기분이 어땠을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아이패드나 노트북을 가져다가 스테인리스 도마꽂이에 꽂아본 누군가는 이렇게 외쳤을 것이다.
유레카!!
마침내 도마꽂이는 아이패드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그렇게 없어진 원래 도마 자리는 다이소에 가서 하나 더 사면 된다. 단돈 3,000원만 더 쓰면, 도마와 아이패드의 평화로운 동거가 주방과 방에서 이루어진다. 도마는 주방에서 위생적으로 거치되고, 아이패드는 책상 위에서 안정적으로 거치된다. 노트북도 같이 거치된다. 이런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글을 쓰는 때가 마침 입학시즌이니 핫 아이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제품은 기능보다 공유에 가치가 있다.
누군가의 유레카가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확산된다. 누가 최초로 이 발견을 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누군가의 발견을 기꺼이 함께 나누는 이 문화는 사회현상으로도 의미 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한 나눔에는 긴 시간이 필요 없다. 이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다이소의 순기능이다. 사용자의 신선한 창의적 활용은 제품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 역주행하는 가요와 비슷하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창의성은 완전한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던 것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는 것으로 가능하다.
진정한 디자인적 씽킹 실험이 다이소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낚시는 흔히 손맛이라고 한다.
간접인용으로 쓴 이유는 내가 낚시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산에 살아도 낚시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릴 때도 생선을 좋아하지 않았다. 특유의 비릿함이 내키지 않았다. 뭐 아무튼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낚시에 관심도 없었고 자연스레 낚시는 내 삶에 큰 비중이 없었다. 그러다가 10여 년 전에 지역에 있는 디자인 기업모임에서 단합대회를 갔는데, 프로그램 중에 낚시체험이 있었다. 프로그램 중간에 비는 시간을 때우는 목적이었던 것 같다. 연 얼레같이 생긴 간이 낚싯대를 나눠줬는데, 나는 지렁이 미끼도 끼울 줄 몰랐다. 옆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 겨우 방파제 바다에 밀어 넣었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제법 파닥거리는 느낌이 손으로 전혀 졌는데, 건지고 보니 작은 고등어였다. 초짜 강태공에게 잡힌 초짜 고등어인 셈이다. 당시는 인증샷을 한 번 찍고 다시 바다에 놓아줬지만 어설프게나마 손맛이라는 것을 경험한 인생 최초의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때뿐 여전히 낚시는 나와의 거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나도 가끔 음식을 한다.
아주 단순한 수준이지만 샌드위치나 볶음밥 정도는 충분하다. 그러다 보니 야채는 초보 요리사에게는 자주 등장하는 음식재료다. 파, 양파, 마늘, 당근, 김치, 버섯 단골손님이다. 요리는 준비가 반이다. 그중 하나가 야채 다지기다. 이는 제법 번거로운 일이다. 손질된 씻은 야채가 비싼 이유다. 비싼 건 비싼 이유가 있다. 그래서 이 번거로움을 해소해 주는 다양한 도구가 있다. 채칼이 대표적이다. 그 외 조리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이 많다. 오로지 다지기만을 위한 제품도도 많다. 이 중에서 내가 만난 재미있는 제품이 다이소의 야채다지기다. 이 제품은 줄을 당기는 핸들형과 막대를 누르는 푸시형 2가지가 있는데, 나의 추천 픽은 핸들형 야채다지기다. 큰 것은 5,000원, 작은 것은 3,000원이다. 확신이 없을 때는 적은 예산을 써야 한다. 핸들형 야채다지기 작은 것을 구매했다. 야채가 다져지는 원리는 간단하다. 야채를 투명한 제품 안에 깍둑 잘라서 넣고, 칼날을 제품 중앙 돌기에 잘 맞추고 뚜껑을 닫은 뒤, 뚜껑외부의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된다. 그러면 손잡이와 연결된 내부 칼날이 회전하면서 야채를 다지는 방식이다.
제품의 첫인상은 도통 신뢰가 가지 않았다.
외형부터 문방구에서 파는 애들 장난감같이 생겨먹었다. 이게 제대로 작동이나 하겠나 싶었다. 안되면 3,000원어치 떡 사 먹은 것이 된다. 돈 보다 속았다는 마음이 더 쓰릴 것이다. 실패했지만 좋은 도전이었다고 스스로 위로할 수 있는 예산이다.
아무튼, 준비를 해본다.
뚜껑을 열고, 3중 칼날을 투명한 몸체 안쪽바닥에 살짝 튀어나온 돌출부에 꽂고, 야채를 넣은 다음 뚜껑을 닫으면 스탠바이가 끝난다. 당기기만 하면 된다. 두근거리는 기대감으로 줄을 당겼다. 처음에는 칼날에 야채가 턱턱 하고 걸린다. 그걸 무시하면서 힘으로 끝까지 당겼다가 살짝 놓으면 줄은 다시 말려들어간다. 처음엔 힘들게 당기던 줄이 점점 부드러워진다. 그에 따라 제품 내부에 있는 3중 칼날의 회전이 느껴진다. 당길수록 야채는 작게 부서지고, 점점 더 쉽게 잘려나가는 손맛이 살아난다. 쾌감이다. 손으로 느껴지는 쾌감. 그리고, 비로소 아무것도 걸리지 않는다면, 이제 뚜껑을 열고 감탄을 하면 된다.
다져지는 야채에는 지위고하(地位高下)가 없다.
단단한 당근부터 낭창거리는 김치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만약 김치볶음밥을 한다면 햄을 김치와 함께 넣고 갈아보자. 일타쌍피, 극강의 효율을 경험할 수 있다. 제품에 대한 불충한 의심으로 큰 야채다지기를 사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비슷한 목적의 믹서기는 출생신분이 다르다. 그리고, 내가 관여하는 기능이 다르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야채다지기는 수동미션이고, 믹서기는 자동미션이다. 재료를 넣고 버튼만 누르면 된다. 참 편리하다. 하지만 다이소 야채다지기는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관여해야 한다. 당기면 썰리는 손 맛은 인간의 원초적인 감성을 깨워준다. 식재료가 내 손에 의해 갈려나가는 생생한 프로세스를 체험할 수 있다.
누가 이 제품을 처음 만들었을까.
요리는 먹을 때 좋지만, 준비하는 과정은 번거롭다. 그런 귀찮은 과정 중 하나를 재미있는 경험으로 바꿔주는 다이소의 야채다지기는 참 좋은 제품이다. 어른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집에 아이가 있다면 함께 요리에 참여시켜 보자. 야채다지기로 감자, 양파, 당근, 피망, 파프리카 등을 다지게 하는 것이다. 방법은 엄마나 아빠와 함께 줄을 당기는 것이다. 평소에는 먹지 않던 카레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아이들은 요리 과정을 재밌는 놀이로 인식하지 않을까? 그리고 아마 의기양양하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엄마(아빠), 또 다질 거 없어요? 내가 도와줄게요"
낚시는 여전히 손맛이다.
다이소 야채다지기도 똑같은 손맛이다. 줄을 당기고 걸리는 느낌을 손끝으로 느끼면서 '식자재가 다져지는 맛'을 경험한다. 재미있는 그 경험을 위해 우리가 지불할 예산은 단돈 3,000원이다. 이 선택은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에게도 좋은 경험을 선물할 수 있다.
다이소는 여전히 재미있고 실속있는 아이템으로 넘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