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 가격에 이런 제품이?
다이소는 어떻게 가격을 유지할까.
여전히 다이소는 1,000원짜리 제품위주의 구성을 하고 있다. 아무리 비싼 제품도 5,000원을 넘지 않는 것을 알기에 새로운 신상품이 눈에 보여도 반가운 마음으로 살펴볼 수 있다. 화폐가치는 물가상승에 대비해서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전 글에서도 천 원의 가치에 대해 썼지만 기업이 제품가격을 계속 올리지 않고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이소는 어떻게 이 정도 가격을 유지할 수 있을까.
기업의 경영전략은 사실 단순하다.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원칙이다. 문제는 좋지 않은 제품에서 좋은 제품이 되려면 비용이 발생한다. 투자되는 자금이 있어야 제품의 품질이 좋아진다. 저절로 품질이 올라가지 않는다. 품질은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만족도는 조금씩 떨어진다.
1,000원은 다이소의 상징적 가격이다.다이소의 전략은 기본적으로 규모의 경제다.
자체 생산을 하지 않는 유통업종의 기업이지만 전통적인 제조기업의 전략을 따르고 있다. 규모의 경제는 대량매입을 통한 원자재 가격하락, 여기서는 매입 제품의 단가일 것이다. 2014년 즈음에 개인적으로 다이소에 제품납품을 위해 컨택한 일이 있다. 그때는 1,000원짜리 제품의 납품목표 가는 약 300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이건 제품의 종류, 수량, 납품시기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이런 규모의 경제는 자칫 위험성이 크다. 자칫하다가는 매입한 제품이 그대로 재고로 남을 수 있다. 납품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도 확실한 판매처와 판매수량이 담보된다면 원자재의 가격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여기에는 어느 정도 계획된 생산과 판매량이 계산되어야 한다. 어느 누군가는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이소는 실제로 그렇게 했다.
제조기업의 지상목표인 품질향상과 원가절감을 꾸준히 하고 있다. 아무리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도 품질 수준이 따라주지 않으면 고객은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얼마든지 대안이 있기 때문이다. 다이소는 지금의 수준에 오르기 전까지 고집스럽게 선택한 품질에 대한 욕심과 가격정책을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다. 이제는 기업의 규모는 곧 안정적인 판매채널로 이어지게 되었다. 물론 수많은 제품군 중에는 예상과는 다르게 판매량이 밑도는 제품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상쇄할 만한 규모의 경제를 이뤘을 만큼 성장을 한 것도 사실이다.
1,000원짜리 제품의 종류와 품질은 좋아지고 있다.다이소가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두 가지 같다.
하나는 기업이 가진 정체성을 잃지 않고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짐작컨대 1,000원짜리 제품의 순수마진은 조금씩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규모의 경제라고는 해도 원자재 및 인건비 등 제품 원가에 포함되는 부대비용을 줄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집스럽게 1,000원 제품을 유지하는 것은 창업자를 포함한 기업의 초기정신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점이 고객의 신뢰를 받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역시 규모의 경제다.
이제 다이소의 매출규모는 4조 원 대가 되었다. 이 정도 되면 어느 정도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아이템이 나오더라도 전체적인 판매량에는 크게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이것은 다이소에 납품 중인 유통 파트너들이 더욱더 안심하고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아울러 조금씩 품질을 높여가면서 원가를 절감해서 최종 판매가 1,000원을 유지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짐작한다.
언젠가는 다이소도 가격상승의 압박이나 유혹을 받을 것이다.
지금도 그런 고민 속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1,000원은 다이소라는 기업의 상징적인 가격대다. 1,000원짜리 제품의 비율을 조금씩 줄이더라도 기업의 근간이 되는 1,000원 균일가 제품은 유지해야 한다. 고객도 그럴 시기가 된다면 아마 이해해 줄 것이다. 그때까지 다이소는 변하지 않는 초심을 유지하면 된다. 고객은 믿고 지켜볼 뿐이다.
다양한 다이소의 시도저렴한 균일가 브랜드의 유지는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지속적인 품질향상과 신제품을 선보이는 것은 고객과의 약속이자 다이소의 정체성 그 자체다. 앞으로도 우리는 지금과 같은 다이소를 원한다. 욕심일 수 있지만 초심을 잃지 않는 다이소가 되었으면 한다. 백조가 우아하게 헤엄치는 것은 수면 아래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물갈퀴 덕분이다. 우리가 안정적이고 저렴한 균일가 제품을 만날 수 있는 것 역시 산업 현장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다이소와 협력업체 덕분일 것이다.
세상에는 고마운 일이 참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