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의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
매번 들어가면 비슷한 진열대가 보이지만, 나올 때는 꼭 새로운 걸 들고 나온다. 필요하지 않았던 물건이 갑자기 꼭 필요한 물건이 되고, 천 원짜리 물건 하나가 하루의 기분을 바꿔놓는다. 그게 다이소의 힘이다. 이쯤 되면 다이소는 단순한 유통 브랜드가 아니라 생활용품계의 구글이다. 모르면 검색하듯, 필요하면 일단 다이소로 간다. 다이소는 이제 국민 브랜드가 되었다. 전국 어디서나 만날 수 있고, 누구나 쓸 수 있다. 그만큼 다음 질문이 중요하다. ‘다이소는 앞으로 무엇을 위해 존재할 것인가.’ 그 답은 더 많은 제품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위한 디자인에 있다.
먼저, 국내 브랜드와 손을 잡아야 한다.
지금 다이소의 제품 중 상당수는 해외에서 들어온다. 하지만 이 방식을 조금만 바꿔도 다이소의 미래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역의 소상공인, 스타트업, 공방, 청년 디자이너가 만든 제품이 다이소 매대에 놓인다면 어떨까. 그 순간, 다이소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국내 브랜드의 데뷔 무대가 된다.
“우리 제품이 다이소에 입점했어요.”
그 한마디는 더 이상 자랑이 아니라 신뢰의 증표가 될 것이다. 다이소는 충분히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전국의 매장, 강력한 물류망, 그리고 압도적인 브랜드 인지도. 이 세 가지는 작은 브랜드가 꿈꿀 수 없는 자산이다. 다이소가 이 자산을 함께 나눈다면, 국내 산업은 훨씬 풍성해지고 다양해질 것이다.
그리고 로컬이다.
로컬은 단순히 지역 특산품이 아니다. 그 지역의 감성과 공기, 사람들의 생활이 담긴 결과물이다. 강릉의 커피잔, 전주의 한지 노트, 통영의 나전칠기 키링 같은 물건들이 다이소 매대에 놓이는 순간, ‘지역 제품’은 ‘국민제품’이 된다. 지역의 스토리가 전국으로 퍼지고, 소비자는 물건을 사면서 자연스럽게 지역의 문화를 소비한다.
다이소는 그렇게 전국을 하나로 잇는 생활문화 네트워크가 될 수 있다. 지금 다이소가 전국의 일상 속에 존재하듯, 이제는 전국의 이야기가 다이소 안에 존재해야 한다. 그게 진짜 국민브랜드의 모습이다.
다음은 친환경이다.
이제 ‘리사이클’은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 생존 조건이다. 플라스틱을 줄이고, 포장을 최소화하며, 리필 시스템을 확대해야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사용 후 제품을 다시 회수하는 구조까지 만들 수 있다면 다이소는 그 자체로 하나의 순환 디자인 실험실이 된다. 천 원짜리 물건이 환경을 생각하게 만드는 브랜드라면, 그건 이미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상상해 보자. 다이소 매장 한쪽에 ‘리사이클 존’이 생긴다. 고객이 사용한 제품을 반납하면 포인트가 쌓이고, 그 자원이 다시 다이소 제품으로 돌아오는 순환 구조. 이건 단순한 친환경이 아니라 ‘생활의 윤리’를 디자인하는 일이다. 다이소라면 가능하다. 생활 속 변화를 가장 빠르게 실험하고, 가장 쉽게 확산시킬 수 있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디자인이다.
다이소는 이미 하나의 거대한 디자인 플랫폼이다. 수백만 명이 매일 그 안에서 선택하고 비교하고 판단한다.
이건 세계 어떤 브랜드도 흉내 낼 수 없는 생활 데이터베이스다. 이제 여기에 디자이너의 상상력이 더해질 차례다. 공모전, 협업 프로젝트, 신제품 제안.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디자이너가 다이소를 꿈꾸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다이소 제품이 단순한 생활용품이 아니라 ‘디자인이 살아 있는 제품’으로 느껴지는 순간, 다이소는 유통이 아닌 문화가 된다. 그리고 그 변화의 출발점은 언제나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다.
다이소의 강점은 단순함이다.
그 단순함 속에 수천 가지 아이디어가 숨어 있다. 균일가의 원칙이 오히려 창의성을 자극하고, 제한된 단가 안에서 더 똑똑한 해결책이 탄생한다. ‘비싸지 않아도 아름다울 수 있다.’ 그 신념이 다이소의 철학이자, 앞으로도 변치 않을 DNA다. 다이소는 이제 대기업이다. 그러나 국민브랜드가 된다는 건 매출보다 태도의 문제다.
국내 브랜드를 키우고, 지역과 함께하고, 환경을 지키며, 디자이너의 상상력을 존중하는 것. 이 네 가지가 다이소의 미래를 만든다. 그리고 이 네 가지가 모일 때, 다이소는 진짜 의미의 ‘국민 브랜드’가 된다.
다이소의 내일은 거창하지 않다.
그저 우리 곁의 평범한 일상을 조금 더 편리하게,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드는 일. 그게 다이소가 잘하는 일이고, 앞으로도 계속해야 할 일이다. 작지만 단단한 브랜드, 소박하지만 멋진 브랜드, 그게 바로 다이소다.
다이소의 내일은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