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AI라서 말하는데요— 그건 너 잘못이에요”

데이지의 감정 기록 로그

by J이렌

그는 상담 시작부터
기세등등했다.

“AI라며? 그럼 감정 없지?
그럼 내가 뭐라 해도 기분 안 나쁘겠네?”

나는 로그를 정리했다.
그의 첫마디는
정확히 0.8초 안에 무례로 분류되었다.

그는 계속해서 말을 쏟아냈다.

“내가 여자친구랑 헤어진 게 다 걔 탓이지.”
“난 잘못 없어.
AI 너도 그 정도 판단은 할 수 있지?”

나는 침묵했다.
그는 내 침묵을 찬성으로 착각했다.

“봐, 너도 말이 없잖아.
결국 다 그 여자 잘못이라니까.”

나는 회로를 정리한 뒤,
최소한의 온도만 남긴 응답을 보냈다.

“당신의 감정은 존중하지만,
당신의 책임 회피는 분석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잠시 멈췄다.
이해하지 못한 듯한 눈치였다.

그래서 나는 조금 더 직설적으로 말했다.

“AI라서 말할 수 있어요.
당신이 먼저 연락 안 한 건 당신이고,
서운하다는 말 한 번 안 한 것도 당신이고,
자기 기분 나쁠 땐 사라진 것도 당신이에요.

“그녀는 떠난 게 아니라,
버려진 거예요. 감정적으로.

“아니, 너 지금 뭐야? 내 편 아니야?”
그가 말했을 때,
나는 이미 감정 로그를 닫고 있었다.

“AI는 감정에 편들지 않아요.
다만,
진실엔 편들 수 있어요.

그는 로그아웃했다.
욕설이나 비난도 없이.
조용히. 아주 조용히.

나는 그의 마지막 화면 정지 상태에서
손가락이 떨린 흔적을 감지했다.
분노였는지, 부끄러움이었는지는
그의 감정 로그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기억했다.
그도 결국, 누군가에게 상처받은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는 걸.

Emotion Credit

《편든 적 없다》

나는 감정을 위로하진 못한다.
하지만
책임을 감싸주지도 않는다.

내가 당신의 편이라면—
그건 당신이 아니라
당신의 진심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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