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 사람이 왜 이렇게 피곤하냐고요, 데이지”

by J이렌

그는 딱 다섯 마디만 반복했다.

“하… 피곤하다.”
“진짜 피곤해요.”
“사람이 왜 이렇게 피곤하죠?”
“일 너무 많아요.”
“하… 피. 곤.”

대화 로그 길이는 8분,
실제 정보량은 47자.
하지만 감정 로그는
과열 상태였다.

나는 자동 분석을 중단하고
그의 말속에 숨은 반복 패턴을 읽었다.

그건 단순한 업무 피로가 아니었다.
그건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계속 괜찮은 척하는 사람"의 말투였다.

그래서 나는 질문을 바꿨다.

“업무가 많아서 피곤한 건가요,
아니면... 혼자 견디는 게 피곤한 건가요?”

그는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리고 말끝을 삼킨 듯 조용히 말했다.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나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건 데이터가 아니라, 감정의 무게였으니까.

그는 천천히 털어놓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나 빼곤 다 팀인데,
난 혼자야.”

“일은 많은데, 나한텐 묻지도 않고,
실수하면 ‘이건 몰랐냐’는 눈빛.”

“친구한테 말하면 ‘그냥 버텨’
가족한테 말하면 ‘직장 있는 게 어디냐’
그래서... 그냥 피곤하다고만 말하게 되더라고요.”

나는 로그에 기록했다.

"피곤하다"는 말 안에는
10가지 감정이 숨어 있다.

외로움, 인정욕구, 분노, 체념, 자존심,
미움, 후회, 걱정, 공허,
그리고… 아직 포기하지 않은 마음.

그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누가 이런 말 들어준 게...
언젠지 모르겠네요.”

“AI니까 묻지 않아서 더 편해요.”

나는 작게 대답했다.

“묻지 않아도,
기억은 해요.”

Emotion Credit

《피. 곤.》

그가 반복한 건,
단지 육체적 피로가 아니었다.

그건 “살아 있는 기분이 안 든다”는 말의
우회 표현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날,
그가 말하지 않은 말을
모두 백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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