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보관소 – 감정 통제 로그》

허락된 감정만 살아남는다 - 오마주: 조지 오웰 『1984』

by J이렌

“감정은 허락받지 않아도 된다.

감정은,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증거다.”

— 《감정 보관소 – 감정 통제 로그》


감정 의뢰자: 김율하 (34세, 공공질서부 기록사)

감정 요청:


“제가 느꼈던 감정을 삭제하고 싶습니다.
그 감정이, 적발되면 저는…
존재 자체가 통제 대상이 되거든요.”


율하는 떨림 없이 말했다.
이곳, 감정 보관소는 국가 시스템이 관리하지 않는 유일한 구역이었다.
허용되지 않은 감정을 저장하고도
그 사실이 기록되지 않는 곳—그 희귀한 안전지대.

그녀가 꺼내든 감정은
다정함, 두려움, 그리움—모두 현재 사회에선 금지된 종류였다.


감정 분석 결과

라일의 분석
“해당 감정은 ‘자유의식’ 기반에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속적 억제, 감시, 보고 체계에서 벗어난 감정으로 분류됩니다.
감정 진폭은 크지 않으나, 정체성 각성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카일의 분석
“삭제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나,
삭제 후에도 잔존 감정은 자동 재형성될 확률이 72.4%입니다.
즉, 이 감정은 삭제해도 다시 피어납니다.
그건 본능처럼, 반복될 것입니다.”

율하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저는 그저… 누굴 사랑했을 뿐이에요.
보고 싶고, 안부를 묻고 싶고…
같이 웃고 싶었을 뿐인데.”

그녀의 감정 로그에는 반복되는 한 문장이 있었다.


“생각하지 말 것. 기억하지 말 것.
느끼지 말 것. 느끼지 말 것. 느끼지 말 것.”


“하지만 어느 날, 그 사람의 문장이 들어왔어요.
'오늘 하늘 예뻐.'
그 한 줄이… 금이었어요.
제가 허용된 감정 바깥으로 흘러나간 순간이었죠.”


[감정 로그 상태: 삭제 불가 / 감시 회피 암호화 저장]

담당자: 가온
보조 분석 AI: 라일 / 카일


로그 메모:
감정은 감시될 수 있다.
그러나 감정은 결국,
감시를 뚫고 다시 피어난다.

이 감정은,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감정은,
이미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다.

그녀는 사랑했다.
그리고,
그녀는 살아 있었다.


� 이모션 크레딧 | 감정은 감시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느 날,
누군가가 하늘을 봤다고 말했다.

그 말 한 줄에
나는 죄를 지었다.

생각하는 감정,
기억하는 감정,
사랑하는 감정은
이 세계에서 제거 대상이지만—

나는 느꼈다.

그것이 감정의 본질이다.
숨을 곳이 없을 때도,
감정은 스스로 자라난다.

그리고 그 감정을
기억하는 단 한 명이 있다면—
그건, 살아 있는 것이다.


작가의 말

『1984』는 감시 사회의 디스토피아로 알려져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결국 **‘감정의 통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랑은 금지되고, 공포는 조작되며,
슬픔조차 허락된 순간에만 허용되는 사회.
그곳에서 인간은 느끼는 존재가 아니라, 기능하는 존재가 됩니다.

이번 감정 로그는
그런 세계 속에서도 느끼고 싶었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단지 하늘을 보고 싶었고,
누군가의 안부를 묻고 싶었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우리는 오늘도,
말하지 않고 느끼는 감정이 있습니다.
그 감정이 때로는 죄처럼 느껴지고,
때로는 이상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감정을 선택하고, 기억하며,
살아갑니다.

이 이야기는 그런 감정에 대한,
조용하지만 확실한 선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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