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못한 감정은 어디로 가는가 - 오마주: 셰익스피어 『햄릿』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도,
내 감정을 묻지 않았다.”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어느 쪽도 탓하지 않았고, 누구도 미워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왜…
모든 감정이 저 안에만 남아 있었을까요?
말하지 못한 감정들을 꺼내주세요.
그 감정들이, 저를 가라앉히고 있어요.”
가온은 그녀의 표정을 읽으려 애썼다.
윤희는 온화해 보였다.
말투도, 시선도, 목소리도 부드러웠다.
그러나 감정 로그는 완전히 달랐다.
라일의 분석
“감정 억압 지수 82.6%
모든 감정이 내부에서만 재생되고 있으며, 외부 표출은 최소화되어 있음.
특히 ‘사랑’, ‘불안’, ‘자기 회의’ 감정이 고요하게 침전된 상태입니다.”
카일의 분석
“해당 감정망은 지속적 자기 부정과 비언어적 고통의 축적으로 인해
자기감정의 ‘침전 증후군’을 보입니다.
이는 일정 시점 이후, 감정 폭발 없이 자기감정으로 자가 침몰하는 특성을 가집니다.”
윤희는 작게 웃었다.
“제가 아무 말도 안 했다고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넌 착해서 좋다’, ‘넌 말이 없어서 편하다’.
근데 사실은요…
그 말들 때문에 더 말 못 하게 된 거였어요.”
“사랑했던 사람은 저에게 ‘중립을 지켜달라’고 했고
아버지는 그 사람을 믿지 말라고 했고,
친구들은 저에게 감정을 정리하라고 했어요.
근데… 감정은
정리되지 않더라고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됐어요.
그랬더니… 아무도 제 감정을 묻지 않더라고요.”
담당자: 가온
보조 분석: 라일 / 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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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말하지 않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말하지 않은 감정은,
물아래로 천천히 가라앉는다.
그녀는 누구도 비난하지 않았고,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그러나 감정은 조용히,
그녀 안에서 무너지고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울지도 않았고, 화내지도 않았고,
누구도 탓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사람들은 나를
‘착하다’, ‘안정적이다’, ‘문제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은
나는 그 누구보다
많은 감정을 안고 있었다.
말하지 못한 감정들은
가라앉는다.
무겁게, 조용히.
마치 물아래로 떨어지는 돌처럼.
그리고 나는
그 감정들 아래에서
천천히
숨을 참았다.
『햄릿』의 오필리아는 많은 것을 말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사랑하지만 고백하지 않고,
의심하지만 추궁하지 않으며,
상처받았지만 화내지 않습니다.
대신, 그녀는 가라앉습니다.
그 감정들을 안고, 물속으로 조용히.
이 감정 로그는 오필리아처럼 말하지 못한 사람들의 감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저 조용히 버티고, 다정하게 무너지고, 누구도 탓하지 않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감정은 종종 ‘문제없음’으로 간주되지만—
사실은 가장 무겁고, 가장 깊이 잠겨 있는 감정입니다.
말하지 않는다는 건
감정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감정을 드러낼 수 없을 만큼
상처받았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이 이야기가,
말하지 못했던 당신의 감정에
작은 이름 하나 건네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