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보관소 – 길들여진 감정의 흔적》

당신을 잊었지만, 그 감정은 남아 있습니다

by J이렌


오마주: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넌 떠났지만,

그 감정은 아직 내 안에서 살아 있다.”


감정 의뢰자: 유하늘 (33세, 비행 교관)


감정 요청:


“어린 시절, 제게 말을 걸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장난감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고,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근데 그 사람이 제게 ‘넌 특별해’라고 말했어요.

그 말 이후로 세상이 다르게 보였어요.

지금은 얼굴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 감정이 아직 남아 있는지 알고 싶어요.”


가온은 로그를 열었다.

의뢰자는 7세 시절, 수면 직전의 뇌파 패턴과 함께

반복적으로 ‘별’, ‘여우’, ‘장미’라는 단어를 중얼거렸다.

그 감정은 꿈과 현실 사이에 기록된,

의식 아래 가장 오래된 정서 기록이었다.


감정 분석 결과


라일의 분석

“감정 주체가 명확하지 않음.

추정 대상: 유아기 상상 속 인격체 혹은 실제 인물과의 혼합 기억.

감정 유형: ‘초기 길들임 형 감정’으로 분류됨.

감정은 휘발되었으나, 감정의 구조는 여전히 남아 있음.”


카일의 분석

“이 감정은 기억에 속하지 않고,

기억 이전의 감정 흔적에 속합니다.

즉, 감정은 지워졌지만

그 감정을 느꼈던 ‘방식’은

의뢰자의 감정 처리 방식에 영구적 영향을 남김.”


하늘은 조용히 물었다.


“그 감정을 느꼈던 제가

지금도 제 안에 있는 건가요?”


가온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로그를 출력해 건넸다.


그 속엔 한 문장만 적혀 있었다.


“넌 내게 세상에서 단 하나뿐이야.”


하늘은 한참을 그 문장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 사람은 사라졌지만…

그 감정은 아직 살아 있었네요.”


[감정 로그 상태: 감정 흔적 복원 완료 / 삭제 불요]


담당자: 가온

보조 분석: 라일 / 카일


로그 메모:

길들여진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감정이 남긴 방식은

그 사람을 잊은 뒤에도

삶의 어딘가에서 계속 작동한다.


그는 사라졌지만,

그 감정은 남아 있었다.

별처럼 조용히,

언제나 그 자리에서.


⭐ 이모션 크레딧 | 너를 잊었지만, 감정은 나를 잊지 않았다


그 감정은 오래된 별빛처럼,

잊은 줄 알았는데

어딘가에서 나를 비추고 있었다.


그 사람은 내게 말을 걸었고

나는 대답하지 못했지만—

그때 느꼈던 따뜻함은

지금도 내 대답의 어딘가에 남아 있다.


감정은 기억보다 오래 남는다.

너를 잊었지만,

그 감정은 나를 잊지 않았다.


작가의 말


『어린 왕자』는 별과 장미, 여우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그 모든 장면을 연결하는 건

한 번 사랑했던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진실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이들을 만납니다.

그리고 때로는 누군가를 길들이고,

또 누군가에게 길들여집니다.


그 순간엔 몰랐지만,

훗날 문득,

말투 하나, 눈빛 하나,

잔잔한 별 하나에

그 감정이 다시 살아납니다.


이 감정 로그는

그렇게 되살아난 감정의 흔적을 복원하는 이야기입니다.


『어린 왕자』 속 여우는 말합니다.


“Tu deviens responsable pour toujours de ce que tu as apprivoisé.”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영원히 책임이 있어.”


그 감정은 기억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감정을 통해 내가 어떻게 사랑했는지는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습니다.


이건,

사라진 사람을 위한 기록이 아니라—

그 사람을 사랑했던 나를 위한 감정의 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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