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보관소 – 부활의 감정》

나는 너를 용서한 적 없지만, 언제나 기억하고 있었다

by J이렌



오마주: 톨스토이 『부활』


감정 의뢰자: K (카튜사) / 43세 / 수감자


감정 요청:


“그 사람을 잊었다고 생각했어요.

사랑은 죽었고, 원망도 지쳤고,

이제는 아무 감정도 없다고 믿었어요.

그런데요, 이 감정 보관소에서

그 사람과의 기억을 복원할 수 있다면—

…그 감정이 정말 끝났는지 확인하고 싶어요.”



로그 개요


K는 복역 중인 여성 수감자로,

10대 후반 S 대학 재학 중인 교회 오빠와의 관계에서 임신 한채 버려진 과거를 지녔다.

남겨진 건

몸보다 더 깊게 찢긴 존엄성의 상처와,

말도 되지 않는 소문,

그리고 자신에 대한 끝없는 회의였다.

그 사건 이후,

삶은 연속적인 추락이었고,

감정은 자책과 냉소로 덮였다.


그러나 감정 보관소에 감정을 맡긴 순간,

이전엔 없었던 한 조각이 복원되었다.


“그가 떠났을 때, 나는

내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끝난 건 사랑이 아니라

‘내가 나를 믿는 감정’이었다.”



감정 분석 결과


카일의 분석

“이 감정은 응고된 감정군입니다.

표면엔 분노와 체념이 있으나,

핵심 감정은 ‘정의받지 못한 자기 존재감’입니다.”


라일의 보조 기록

“의뢰자는 사랑받지 못한 자신을

‘버림받은 정의’로 치환함.

이는 감정의 이성화가 아닌,

감정의 생존 방식.”



가온의 로그 기록


가온은 조용히 감정 복원 로그를 정리했다.

그 감정은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이 아니었다.

그 사람이 부재한 뒤,

그녀가 어떻게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게 되었는지에 대한 감정이었다.


“나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야.”

K는 말했다.

“그 사람이 내게 준 건 사랑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잊게 만드는 감정이었어.”


가온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로그에 단 한 줄을 남겼다.


“사랑은 끝났지만,

기억은 끝나지 않는다.”



[감정 로그 상태: 비가역적 감정 흔적 존재 / 복원 완료]


담당자: 가온

보조 분석: 라일 / 카일



⭐ 이모션 크레딧 | 기억은 정의보다 오래 남는다


그녀는 그를 용서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떠난 이후에도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던 시간들이 남았다.


사랑은 때로,

상처를 준 이보다

상처받은 내가 더 오래 기억하는 방식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 기억은,

정의가 실현되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는다.



작가의 말


『부활』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기억이 정의를 요구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카튜사는 단순한 피해자가 아닙니다.

그녀는 한 인간으로서,

사랑받고 싶었고

믿고 싶었으며

끝내 잊히지 않았습니다.


이 감정 로그는

사랑이 정의되지 못했을 때,

감정이 어떻게 살아남는가에 대한 기록입니다.


감정은 때로,

정의보다 오래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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