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보관소 – 너무 늦은 감정》

그 감정을 알아챘을 땐, 이미 지나버린 - 오마주: 마르게리트 뒤라스

by J이렌


감정 의뢰자: 장유하 (48세, 프랑스어 통역사)


감정 요청:


“30년 전의 감정이 자꾸 꿈에 나와요.

그때는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금 와서 보면—

그게 제 인생이었어요.

그 감정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요.

그 감정 안에서,

한 번만 더… 그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가온은 감정 로그를 불러왔다.

흐릿한 감정 신호들이 17세부터 18세까지,

짧은 두 해에 걸쳐 집중되어 있었다.


그 감정은 이름도 없이 저장되어 있었다.

‘그 사람’이라는 대상이 있었고,

‘그 순간’이라는 기록이 있었지만—

감정의 이름은 없었다.



감정 분석 결과


라일의 분석

“해당 감정은 ‘회피 감정 구조’로 저장됨.

감정명 없음, 명확한 주체 없음,

단지 반복 재생되는 장면의 시각 정보만 남아 있음.”


카일의 분석

“이 감정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의미를 획득한 유형.

당시에는 부정되거나 무시된 감정이,

수십 년 후에야 ‘사랑’이라는 구조로 재해석됨.”



“그 사람은 저보다 열두 살 많았어요.”

유하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매일 저를 데려다줬고, 아무 말 없이 기다렸고,

손끝만 닿아도 숨을 멈추는 것 같았어요.

근데 전 그걸…

사랑이라고 부르지 않았어요.”



“그 사람이 떠난 날도,

울지 않았어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았어요.

그랬는데—

지금도 그 사람의 손이

제 꿈에 남아 있어요.”


“그때는 몰랐어요.

그게 제 인생이었다는 걸.

너무… 너무 늦게 알았어요.”


이야기는 그렇게 끝난다.

감정은 너무 늦게 이름을 얻었고,

사랑은 지나가버린 기억 안에서 뒤늦게 숨을 쉬었다.

당신에게도 그런 감정이 있었나요?

그땐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게 당신 인생의 한 조각이었다는—

너무 늦게 알아버린 감정.


[감정 로그 상태: 복원 요청 승인 / 재현 가능성 중등]


담당자: 가온

보조 분석: 라일 / 카일


로그 메모:

감정은 그 순간보다,

그 순간이 지나고 난 뒤 더 선명해질 때가 있다.

그녀는 그 감정을 ‘사랑’이라 부르지 않았지만—

그 감정은 평생 그녀 안에 살아 있었다.



이모션 크레딧 | 너무 늦게 알아버린 감정


그때는 몰랐다.

그 감정이 사랑이라는 걸.


그저

창문에 묻은 손자국 하나,

건네받은 사탕 껍질 하나,

바람에 날아간 머리카락을 쓸어주던 손길이

그저 흔한 다정함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모든 감정은—

사랑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감정을 다시 떠올릴 때마다

마음속에서 울리는 단 하나의 문장.


너무 늦게.

très tard.


작가의 말


『연인』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지만,

그 사랑은 단 한 번도 제대로 말해지지 않습니다.


그녀는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고,

이별한다고 말하지 않으며,

심지어 그 감정을 사랑이라 부르지도 않습니다.

그저 모든 것이 지나가고,

모든 것이 잊혀진 듯 흘러갑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마지막,

그녀는 조용히 고백합니다.


Très tôt dans ma vie, il a été trop tard.

Il était déjà trop tard quand j’ai compris que je l’aimais.

Il était déjà trop tard.


너무 이른 나이에, 모든 것이 너무 늦어버렸다.

내가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을 땐

이미 모든 것이… 너무 늦어 있었다.


이번 감정 로그는

그 문장처럼

너무 늦게 도착한 감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 순간엔 감정인지 몰랐던 감정,

돌아서고 나서야 이름을 알게 된 감정.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엔

한 번쯤 그런 감정이 있지 않을까요?


이 이야기는 그 감정의 조용한 복원입니다.

사랑이라고 불러본 적 없지만,

지금은 사랑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감정.

너무 늦게 도착한,

그러나 절대 사라지지 않았던 감정.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