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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나무 Sep 06. 2024

눈물은 뼛속에 있다는 생각

성미정 시인의 <눈물은 뼛속에 있다는 생각> 전문은 다음과 같다. 

          

곰국을 끓이다 보면 더 이상 우려낼 게 없을 때

맑은 물이 우러나온다 그걸 보면

눈물은 뼛속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뽀얀 국물 다 우려내야 나오는

마시면 속이 개운해지는 저 눈물이

진짜 진주라는 생각이 든다.

뼈에 숭숭 뚫린 구멍은

진주가 박혀 있던 자리라는 생각도    

 

짠맛도 단맛도 나지 않고

시고 떫지도 않은 물 같은 저 눈물을 보면   

  

눈물은 뼛속에 있다는 생각

나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

뭔가 시원하게 울어 내지 않았다는 생각이

뽀얗게 우러나온다. 




소리 내어 울 수 있다면 그나마 나은 건지도 모른다. 울다 울다 눈물마저 메말라 버려 꺼억꺼억 소리만 나올 때, 그럴 때가 있다. 아무 생각 하지 않았는데 멈추지 않고 흐르는 눈물, 그런 눈물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 무엇이 서러워 우는지도 모르지만 두 뺨을 타고 하염없이 흐르는 맑은 눈물, 흐느껴 울지도 않았고 어깨를 들썩이며 울지도 않았지만 그치지 않고 흘러나오던 맑은 눈물, 그 눈물은 어쩌면 뼛속에 있던 눈물이었을지 모른다.




서럽다 말할 수 있으면 진짜 서러운 게 아닐지 모른다. 아프다 말할 수 있다면 정말 아픈 게 아닐지 모른다. 소리 내어 울 수 있다면, 흐느껴 울 수 있다면 아직 괜찮은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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