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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나무 Dec 17. 2024

가끔은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살다 보면 좋은 일 나쁜 일이 마치 날실과 씨실이 교차하듯 번갈아 생긴다. 그나마 교대로 순차적으로 일어나면 좋으련만 어떤 날은 쓰디쓴 럼주만 든 초콜릿을 연달아 먹어야 할 때도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일어나는 고난의 행렬은 아연실색하게 만들고 실신 직전까지 몰고 간다. 그럴 때 필요한 게 혼자만의 공간이다. 혼자서 잠시 웅크리고 은둔하며 숨 돌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동물도 아프면 혼자만의 동굴에 들어가 스스로를 격리시키고 자신을 치료하고 돌본다고 한다. 동굴 속에 누워 아무것도 먹지 않고 조용히 회복되기를 기다리며 스스로를 치유한다고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다른 사람 신경 쓸 것 없이 그저 혼자서 상처받은 자신을 보듬고 쓰다듬을 수 있는 나만의 동굴이 있다면 힘이 된다. 아프고 상처받았더라도 더 빨리 회복할 수 있다.    



       

예전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알지 못했다. 그저 근면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당위에 집착하며 살았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릴 수 있어야 진짜 하고 싶은 일을 만날 수 있다. 창의적 아이디어도 게으른 순간 발현된다. 무언가 집착하고 성실하게 매달리는 것이 있을 때는 집착하는 그것 이외에는 보이지 않는다. 새롭고 참신한 발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성실하게 매일매일 노력하며 살면 삶은 달라지거나 개선되지 못한다. 현재 삶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계속되는 쳇바퀴에서 헤어날 수 없게 된다. 어제와 다르게 생각하는 순간 변화하고 달라질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벗어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에서 새로운 역사는 탄생한다. 시도 때도 없이 멍 때릴 수 있고 게으름의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것은 특권이다. 남 눈치 보지 않고 숨 쉴 수 있고 내가 나다워질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자녀들에게만 독립된 공부방이 필요한 건 아니다. 때로는 나만의 공간에서 사색하고 읽고 싶던 책도 마음껏 읽고 공부하다 보면 좁은 시야에 가려 보이지 않던 새로운 것을 볼 수 있게 된다. 잠시 나를 세상과 격리시켜 은둔하다 보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생긴다. 일상에 매몰되어 정신없이 살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다.  

    


나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진정한 나와 만날 수 있는 혼자만의 공간이다. 가족과 함께 살수록 혼자만의 공간은 더욱 필요하다. 매일 차분하게 혼자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그래야 행복할 수 있다. 오롯이 홀로 자신을 세울 수 있는 공간 그리고 그 공간에서 혼자 보낼 수 있는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무엇을 하든 상관없다. 일상 속에서 부여받은 모든 역할을 내려놓고 온전한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있다면 진짜 나를 만날 수 있다.         




진정한 나와 대면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에서 새로움은 탄생한다. 잠시 떨어져 내 삶을 바라보는 과정에서 어제와 다른 변화의 싹을 틔울 수 있다. 그저 성실하게 일상에 매몰되어 살아가기만 해서는 늘 그렇게 살아야 한다. 세상의 편견으로부터 해방되어 숨 쉴 수 있고 일상에서 부과된 나를 옥죄는 여러 역할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있어야 한다. 일상에서 상처받은 나를 보듬어 주고 다시 살아갈 힘과 용기를 주는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일상에 지친 나에게 활력을 주고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게 만들어줄 마법과도 같은 기적이 일어날지 모른다. 내가 다시 산다면 나만의 공간에서 마음껏 빈둥거릴 것이다. 온전한 나로 숨 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에서 진정한 자유를 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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