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흔들리는 나를 지탱해 주고 힘이 되었던 건 사람이 아니라 책이었다. 어려움에 봉착할 때마다 책을 읽었다. 사람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와 지식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정보의 출처가 불명확한 경우도 있고 정확한 정보가 아닌 경우도 많았다. 때로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기도 한다. 책도 사람에 의해 기술된 것이지만 출판 과정을 거쳤기에 조금 더 공신력을 담보한다고 생각한다.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과 문제에 봉착한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갈피를 잡기 힘들었던 순간마다 도서관에 달려갔다. 책에서 해답을 찾고 아이디어를 구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잘한 일이 있다면 책과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거라 생각한다. 만일 내가 다시 산다면 지금보다 더 많이 읽고 더욱더 책과 친해지고 싶다. 마르셀 프루스트가 "진정한 발견은 새로운 땅을 찾는 데 있지 않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데 있다"라고 한 것처럼 독서야 말로 이전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이 변하면 인생이 달라지고 운명이 바뀌게 된다. 독서는 삶의 근간이 되기도 하고 인생과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흔히 독서의 장점으로 언급되는 것은 독서를 통해 사고의 폭을 넓히고 간접 체험의 기회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독서는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는 통로이자 통찰력을 기르는 수단이며 창조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흔히들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 생활이고 생활 그 자체여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독서를 통해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경험을 통해 배우고 공감하기도 하면서 내면의 아픔이나 트라우마가 치유되기도 한다. 나만 겪는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한 번쯤은 비슷한 과정을 겪었고 그 고비를 넘겨 지금에 이르렀음도 알게 된다. 또한 독서를 통해 모르던 것을 알게 되고 새로운 정보를 습득한다. 습득한 지식을 사유함으로써 성장하고 한 단계 더 심화된 배움으로 나아갈 수 있다. 게다가 독서를 통해 새로움을 창조할 수도 있다. 김정운은 「에디톨로지」에서 창조는 편집이라고 주장한다. 정보를 아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정보와 정보의 관계를 잘 엮어내는 것이 창조이며 천재란 정보와 정보의 관계를 남들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엮어내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창조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정보와 지식을 전혀 다르게 편집하는 것이기 때문에 독서를 통해 새로움을 만들 수 있다.
독서는 '나'라는 개인의 한계를 뛰어넘어 보다 크고 넓은 세상으로 향할 수 있도록 안내하며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책을 통해 위대한 석학들과 언제든 만날 수 있다. 그들의 위대한 정신을 만나고 보지 못한 이면의 것에 대해 알게 되고 보다 성숙한 시각을 갖게 되는 지적 희열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한 주제를 선정해 해당되는 책을 읽고 그 분야에 몰입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게 된다. 이처럼 한 주제에 천착하고 끝장을 볼 수 있는 '몰입의 힘'이야말로 앞으로의 디지털 사회에서 성공을 좌우할 요인이 될 수 있다. 김난도는 "디지털 기술이 확산되는 시기에는 디지털 격차에 따라 기회가 차별되지만 이 확산이 끝나가는 시점에서는 도리어 책과 같은 매체를 얼마나 익숙하게 다룰 수 있느냐 하는 아날로그 격차로 그 차별점이 환류할 것이다."라고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 시대일수록 오히려 책과 같은 아날로그 매체와 더 가까워져야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책이야 말로 고집스럽게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몰입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는 사람을 육성하기 위해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s Technology) 기업의 메카인 실리콘 밸리의 유명 사립학교들은 디지털을 차단한다고 한다. 독서하고 사색하고 성찰하며 진심으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아날로그 방식의 수업을 고수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ICT기술을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흔히들 오늘날 우리는 평생학습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한다. 평생을 배우고 공부해야 현역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이다. 우리가 종사하던 직업도 사라지고 없어지기도 한다. 더 이상은 한 가지 직업만으로는 살 수 없는 시대이다. 개인이 몇 가지 직업을 동시에 가지고 삶을 영위하는 N 잡러의 시대이다. 이런 시대일수록 독서는 취미를 넘어 생존을 위한 생활 그 자체여야 한다. 인생의 어느 시기를 통과하고 있든 독서야 말로 내 인생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독서하고 사유하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부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 특정 시기에만 공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전 생애에 걸쳐 공부가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에 배움의 깊이를 더해줄 독서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만약 내가 다시 산다면 더 부지런히, 폭넓게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려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