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단상

2026년 4월 14일 (맑음)

by Stella Lee

마감이 코앞에 닥쳤다.


아침부터 노트북과 씨름 중이다. 천재지변을 방불케 했던 개인 사정으로 작년에 몇 번 일정을 못 지켰기에, 이번만큼은 깔끔하게 납품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번역은 고도의 집중력과 정밀도를 요구하는 까다로운 작업이다. 잠깐씩 딴짓을 할지언정 또 다른 대상에 오롯이 입하는 은 허용되지 않는다.

오늘은 새로 그린 따끈따끈한 그림 대신 작년 11월에 완성한 묵은 습작-20세기 초 모던걸의 초상-을 올리는 까닭이다.

암 진단을 받기 전까지는, 밤을 새우면 된다는 생각에 비교적 여유를 부릴 수 있었지만, 이제 철야 작업은 금물이다. 항암을 위해 약을 복용하고 식이 조절을 하는 처지다. 재발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행동은 자제하는 것이, 나와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예의요 책임이다.

‘무리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할 것.’
중증 환자가 된 후 세운 철칙이다.

일뿐 아니라 놀기, 먹기, 자기, 운동하기 등 모든 활동을 ‘적당한 선’에서 멈추는 것은 의외로 쉽지 않다. 관성의 노예인 지라, 하던 일을 계속하고만 싶어진다.

매일 그리기를 5일 정도 지속하다 보니, 햇살을 받으며 그림을 그리는 루틴에 익숙해졌다. 노트북이 아니라 드로잉북을 펼치고 싶었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안 될 노릇이다. 지금 쓰고 있는 문장들은, 기록인 동시에 나 자신을 타이르는 경고이기도 하다.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심은 하루만 유보하고. 일단 고객과 약속한 일부터 끝내라고.

해가 베란다 창문 위쪽에 걸렸다. 옅은 귤색 햇발이 돋보기 안경테를 물들이고 속눈썹에 내려앉는다.

머릿속 시계가 알람을 울렸다.

“자, 이제 슬슬 남은 번역 일을 해치울 시간입니다. 오래 살고 싶다면, 밤이 되기 전에 퇴고까지 마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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