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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모 Sep 25. 2023

명절이란 무엇인가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매년 추석이 돌아오면 김영민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라는 책의 이 구절이 생각난다.


-추석을 맞아 모여든 친척들은 늘 그러했던 것처럼 당신의 근황에 과도한 관심을 가질 것이다.

취직은 했는지, 결혼 계획은 있는지, 아이는 언제 낳을 것인지, 살은 언제 뺄 것인지 등등.

-중략-

'그런 질문은 집어치워주시죠'라는 시선을 보냈는데도 불구하고 친척이 명절을 핑계로 집요하게 당신의 인생에 대해 캐물어 온다면, 그들이 평소에 직면하지 않았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게 좋다.

당숙이 "너 언제 취직할 거니?"라고 물으면, "곧 하겠죠 뭐"라고 얼버무리지 말고 "당숙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추석 때라서 일부러 물어보는 거란다"라고 하거든, "추석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엄마가 "너 대체 결혼할 거니 말거니?"라고 물으면, "결혼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거기에 대해 "얘가 미쳤나?"라고 말하면, "제정신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아버지가 "손주라도 한 명 안겨다오"라고 하거든 "후손이란 무엇인가?"  "늘그막에 외로워서 그런단다"라고 하거든 "외로움이란 무엇인가?"라고.

"가족끼리 이런 이야기도 못 하니?"라고 하거든 "가족이란 무엇인가?"라고.

정체성에 관련된 이러한 대화들은 신성한 주문이 되어 해묵은 잡귀와 같은 오지랖들을 내쫓고 당신에게 자유를 선사할 것이다.-



요즘 이런 질문을 하면 벌금을 물게 하는 유쾌한 대처법들이 나오던데 벌금형이 안 통한다면 이 방법을 써먹어도 좋을 것 같다. 미쳤나? 돌았나?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면 성공이다.


혹시나 나도 이번 명절에 만나는 동생들이나 조카들에게 여자친구 있던데 언제 결혼해? 아직 둘째 계획은 없어? 공부는 잘하니?라는 둥.

"너에게 관심이 있어서 물어보는 거야"라는 뉘앙스의 쓸데없는 질문들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기 위해 통통한 돼지가 되더라도 먹을 것을 계속 집어먹거나 조용히 있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아... 명절이란 진짜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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