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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TS May 01. 2024

# 32. 낭만적인 중재자, 조지아

어느 나라와도 연결될 수 있는 중재자의 미덕을 배워보자.

17th 국가: 조지아

21th 여정: 트빌리시 (7.14-7.16)


그간의 여정(3.10 출발)

① 한국 → ②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시베리아 횡단 열차) → ③ 러시아  모스크바 → ④ 우크라이나 키이우  → ⑤ 그리스 아테네 → ⑥ 그리스 산토리니 → 그리스 고린토스 → 알바니아 티라나 → 몬테네그로 포드코리차 → ⑦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 ⑧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 오스트리아 비엔나 →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 ⑨ 체코 프라하 → ⑩ 독일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부르크, 본 → ⑪ 네덜란드 뒤셀도르프, 노테르담 → 벨기에 브뤼셀 → ⑫ 이탈리아 베니스 → ⑬ 이집트 카이로 → ⑭ 짐바브웨 빅토리아 폭포 + 보츠와나 국립공원  ⑮ 남아공 케이프타운 → ⑯ 나미비아 나미브사막  ⑰ 스페인 바르셀로나 → ⑱ ~ ㉓산티아고 순례길 → ㉔ 포르투갈 포르투, 리스본, 에리세이아, 신트라 → 라고스 → 파고 → 세비야, 론다 ㉕ 모로코 탕헤르 → 테투안 → 쉐프샤우엔 → 페즈 → 쉐프샤우엔 → 마라케시 → 터키 안탈리아 → 아제르바이잔 바쿠  ㉙ 조지아 트빌리시   

조지아는 중립국이다. 그래서 서로 적대하는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를 이동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한다.
아제르바이잔: 바쿠 → 셰키 → 조지아: 트빌리시


* 여행지에서 휴대폰을 분실하고, 아직 구입하지 않은 상황이라, 쓸만한 사진이 없음을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사십춘기 방랑기 D+126일(2017.7.14.) 코카서스 3국 넷째날 조지아  in 트빌리시


오늘은 국경을 넘어 조지아로 가는 길이다. 어제 저녁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의 숙소를 예약했다. 트빌리시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으나, 일단은 트빌리시까지는 무조건 가서 그곳을 중심으로 인근을 돌아다녀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침 7시 40분에 숙소를 나와서,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여기까지는 이렇게나 긴 시간의 이동이 될지는 몰랐다. Qax이라는 셰키보다는 조금 더 큰 도시로 이동하는 버스를 탑승했다. 차비는 600원 1시간 정도를 달려서 9시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트빌리시로 향하는 25인승 버스를 찾아서, 10시 30분에 탑승하였다. 그런데 그날 트빌리시로 넘어가는 인원이 많았다. 버스 안은 통로까지 간이 의자를 꺼내서 앉아야할 만큼 사람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중동의 뜨거운 햇살... 이 뜨거움을 식힐 만큼 시원한 냉방시설은 차에 있지는 않았다. 사람이 가득한 차안에서 그렇게 열기와 사투를 벌이며, 자다 깨다를 반복하였다.


버스로 국경을 넘는 과정. 여름에 아제르바이잔에서 조지아로 육로로 넘어가는 길은 매우 고생스럽다.
아제르바이잔과 조지아는 다리를 맞대고 있다. 그리고 국경을 통과하려면, 차에서 내려서 걸어가야 한다.
검문소를 지나 국경을 넘는 길.. 날씨는 뜨겁고, 심사는 길게 늘어선다.
조지아. 원래는 그루지아였는데,  러시아에게 영토 일부를 침략당한 이후로, 이름을 영어식으로 바꾸면서, 조지아가 되었다


12시 30분 경에 국경에 도착했다. 그리고 국경은 차에서 내려서 걸어서 이동을 하게 되었다. 아제르바이잔을 나오는 수속을 밟는데 한참이 걸리고, 조지어를 입국하는 수속을 밟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국경을 통과하는 데에만 2시간 30분이 넘게 소요되었다. 버스에 다시 탑승하니, 시간은 3시였다. 그리고 다시 트빌리시로 이동... 생각보다 먼 길이었다. 다시 지쳐서 자다깨다를 반복했고, 오후 6시가 되어서 트빌리시 터미널에 도착했다.


트빌리시는 조지아의 수도이다. 도시 전체가 약간 들떠있다.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약간은 흐느적거리는 '파리'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오늘 하루는 깔끔하게 10시간 버스를 타는 것으로 전부 보낸 셈이다. 몸에서는 땀내가 가득났다. 다행히 GPS가 작동해서, 숙소까지 찾아올 수 있었다. 걸으면서 보는 트빌리시는 관광객들이 많았다. 여기가 조지아 여행의 중심축인 듯싶었다. 여기를 메인으로 하여, 인근도시들을 방문하는 투어 프로그램들이 여기 저기 안내되어 있었다. 보통은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데, 내일은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돈을 아끼는 것도 좋지만, 일단 딴 곳에 가있는 내 정신을 돌아오게 하려면, 나도 좀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체험해야 할 필요가 있을 거 같기 때문이다.


숙소에서 샤워를 하고, 쉬고 있는데, 옆침대의 친구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이 친구의 이름은 “샤만”이고, 이란 친구였다. 여행하면서 이란에서 온 친구를 처음 만났기 때문에 궁금한 것이 많았다. 이란은 위험하지 않느냐, 이란이 궁금하지만, 섣불리 가지는 못하겠다 등등... 그는 이란에 대한 사람들의 선입견에 대해서 이해한다고 이야기한 후에, 자신의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조근조근 해준다. 나보다 훨씬 영어를 잘하는 그를 감탄하고 쳐다보니, 자기 직업이 선생님이라고 한다. 나도 그랬다고 하니, 무슨 과목을 가르쳤냐고 묻는다. 한국문학과 한국어 문법이라고 하니, 자기는 2과목을 가르치는데, 영어하고 건축학이라고 했다. 샤만을 통해서 듣게 된 이란은 매우 매력적인 나라였다. 인도 입국이 예정되어 있지 않았다면, 당장 이란으로 가고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음 여행의 여정에 이란을 꼭 넣어보고자 한다.




사십춘기 방랑기 D+127일(2017.7.15.) 코카서스 3국 다섯째날 조지아  in 보르조미 / 트빌리시


어제 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대략 3만 5천원 정도 되는 금액이니만큼, 여기 액수로 따지면 제법 되는 금액이었지만, 나는 당분간 귀족처럼 살 것이다. 투어는 보르조미라는 트빌리시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산악마을을 왕래하는 것인데, 투어측에서 가장 추천을 해서 참여하게 되었다. 추측건대, 아마도 가장 비싼 프로그램 중 하나였기 때문이리라. 문제는 투어 회사가 그다지 건실한 곳이 아니었던 것이다. 투어팀은 나를 포함하여 두바이 모녀 2명까지 총 3명이었는데, 출발시간 약속을 10시에 했건만, 11시 30분이 되어서야 차량이 나타났다. 차량이 문제가 생겼었다고 이야기하는데, 일단은 그냥 넘어갔다. 그냥 그렇게 금같은 시간을 공중에서 날려버렸다. 그리고 토요일어서 차가 많이 막혔다. 그래서 원래 예상보다 차안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되었다.

③ 트빌리시에서 ④ 보르조미를 왕복하다. 대중 교통으로 왕복은 다소 힘들다. 

그렇게 시간이 계속 늦어지다보니, 원래 가기로 했던 곳 한곳은 안가자고 한다. 늦게 출발한 것은 여행사측 잘못이었는데, 그 책임들을 참여자측에서만 지게 되는 것이 불만스러웠다. 그런데 내가 휴대폰을 분실한 상태다. 사람들과 같이 돌아다니는 것을 싫어하기도 하고, 가이드가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해서 혼자 있기로 했는데, 동선이 어긋나면서 가이드와 서로 만나느라 고생을 했다. 그런데 가이드가 정색하며 화를 내는 것을 보니, 가이드 또한 아침에 1시간 30분 늦었던 것을 잊었는가 싶어서, 그 가이드와 말다툼을 했다. 영어로 훈계하는 그의 질책에 내가 그냥 우리말로 대꾸를 했더니, 그는 자기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영어로 하라고 하고, 나는 그냥 네가 알아서 알아들으라고 우리말로 이야기하니, 그도 나중에는 조지아어로 언성을 높였다. 서로가 하는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 서로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는 대충 알 수 있었다. 감정의 전달은 참 오묘하다.

보르조미.. 산악마을. 투어 프로그램에서 강추한 만큼 내게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굳이 여기를 올 필요가 있었을까..


그렇게 트블리시로 돌아오는 길, 나는 운전하는 가이드 옆자리에 앉아서, 무거운 침묵을 견뎌야 했다. 우리 덕택에 뒷자리의 두바이 모녀도 같이 어쩔줄 몰라했지만, 그냥 똥밟은 셈 치라고 생각했다. 아, 내가 생각보다 쓰레기구나. 무언가, 내 삶의 리듬의 일부가 깨져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이럴 때는 철저하게 내 스타일로 다녀야 한다. 다시는 투어프로그램은 신청하지 말자, 돌아오는 길에 다짐을 했다.


밤 10시가 되어서 트블리시에 도착했다. 야경이 예쁜 도시. 특히 저 뒤로 보이는 산성이 예뻤다. 그래 내일은 저 곳을 가보자. 힘이 들어서, 일단은 숙소로 돌아왔다. 나중에 검색해보니, 나리칼라 요새라고 한다.

출처: 나무위키 나리칼라 요새




사십춘기 방랑기 D+128일(2017.7.16.) 코카서스 3국 여섯째날 조지아 in 트빌리시


오늘은 조지아를 떠나서 아르메니아로 넘어가야 되는 날이다. 시간과 숙박 비용을 아끼고자, 야간 기차 이동을 결정했다. 숙소에 짐을 맡겨 두고, 아르메니아 예레반으로 가는 밤기차가 있는지 문의하고 예약하고자, 트빌리시 중앙역으로 향했다. 모처럼 타는 지하철, 입구를 내려 가니, 거의 갱도수준으로 내려간다. 이러한 경험을 어디서 했든가 떠올려보니, 모스크바와 키에프에서의 기억이 떠올랐다. 아.... 여기도 옛 소련 연방이었구나. 미사일 대피소로 사용할 수 있는 지하철...

깊이도 엄청 깊은데, 속도도 엄청나게 빠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조지아까지 이러한 걸 보면, 구 러시아 연방의 지하철은 비슷한 거 같다.


트빌리시 중앙역은 철도가 밖으로 도출되어 있지 않아서, 찾느라고 한참 고민했다. 건물 뒤에 천연덕스럽게 숨겨져 있는 철도들... 예레반으로 가는 시간을 물어보니, 저녁 10시 15분에 출발하는 것이 있어서, 이등석으로 예매를 했다. 비용은 60.25라리! 이게 우리돈으로 대략 30,000원. 표를 예매하고 나니, 내신 뿌듯해졌다. 이렇게 말도 안통하는 나라에서 예매도 할 정도로 적응이 되었구나. 이게 4개월 간의 방랑생활 나름의 결실이구나.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재래시장이 있어서 한참을 구경했다. 재래시장의 모습만 보면, 우리나라 시골장터와 참 비슷하다. 그래서 정겹다.


오늘은 트빌리시를 떠나야하기 때문에, 그동안 둘러보지 않았던 트빌리시 시내를 둘러보면서 깨달았다. 아. 이 도시는 정말로 예쁜 곳이구나. 트빌리시는 산과 물, 건물과 구도 등등이 아주 잘 구현된 정말로 관광하기 좋은 도시였던 것이다. 이 멋지고 좋은 곳을 둘러보지 않고, 어제 그 의미없는 곳을 돌아다녔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허무함이 몰려왔다. 왜... 이곳을 먼저 둘러볼 생각을 안했을까. 이렇게나 예쁜데...


출저: 나무위키 트빌리시 정경
나리칼라 요새를 향하여 가는 길에, 케이블카가 보인다. 케이블카를 타고 도시를 내려다 보는 풍경도 예쁠 거 같다.

트릴리시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으로 케이블카가 이동한다. 그런데 그 옆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어서, 케이블카를 타지 않고, 올라왔더니, 정말로 멋진 뷰가 펼쳐지는 나리칼라 요새에 이를 수 있었다. 그냥 여기에 자리를 펼쳐놓고, 시내를 구경만 해도, 충분히 즐거웠을 터인데... 아, 너무도 아쉬웠다. 파랑새라는 동화가 떠올랐다. 파랑새를 찾아서 온 세상을 돌아다니고 왔더니, 자신의 집에서 키우던 새가 파랑새였다는... 트빌리스를 오늘 떠나야 되는데... 이 아름다운 풍경에 새삼 아쉬워진다. 가까이 있는 존재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 것은 참 어려운 거 같다. 내 주위에 있는 파랑새가 무엇인지 오늘밤 기차를 타면서 고민해봐야겠다.

출처: 나무위키 트빌리시 정경
트빌리시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나리칼라 요새. 여기에서 내려다보는 광경은 참으로 으뜸이다. G패드의 화질이 별로여서, 낭만적인 분위기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메일함을 봤더니, 카타르항공에서 두바이까지 이동하는 비행기표가 취소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얼마 전, 인터넷 상으로 카타르와 주변 나라들 사이의 관계가 안좋다는 기사를 본 거 같은데, 그것때문인 듯 싶다. 인도에 가기 전에 두바이에 이틀 정도 들리고자 비행기표를 예매했던 것인데, 새로운 동선을 짜야할지, 다른 항공편으로 두바이를 가야할지 살짝 고민이다. 숙소를 미리 예약을 했기 때문에, 두바이행 다른 항공편을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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