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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TS Apr 29. 2024

# 31. 여유롭고 젠틀한 이들이 있는 곳-아제르바이잔

'곳간에서 인심난다'. 나 또한 넉넉한 곳간 주인이 되자.  

16th 국가: 아제르바이잔

20th 여정: 바쿠, 셰키 (7.11-7.14)


그간의 여정(3.10 출발)

① 한국 → ②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시베리아 횡단 열차) → ③ 러시아  모스크바 → ④ 우크라이나 키이우  → ⑤ 그리스 아테네 → ⑥ 그리스 산토리니 → 그리스 고린토스 → 알바니아 티라나 → 몬테네그로 포드코리차 → ⑦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 ⑧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 오스트리아 비엔나 →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 ⑨ 체코 프라하 → ⑩ 독일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부르크, 본 → ⑪ 네덜란드 뒤셀도르프, 노테르담 → 벨기에 브뤼셀 → ⑫ 이탈리아 베니스 → ⑬ 이집트 카이로 → ⑭ 짐바브웨 빅토리아 폭포 + 보츠와나 국립공원  ⑮ 남아공 케이프타운 → ⑯ 나미비아 나미브사막  ⑰ 스페인 바르셀로나 → ⑱ ~ ㉓산티아고 순례길 → ㉔ 포르투갈 포르투, 리스본, 에리세이아, 신트라 → 라고스 → 파고 → 세비야, 론다 ㉕ 모로코 탕헤르 → 테투안 → 쉐프샤우엔 → 페즈 → 쉐프샤우엔 → 마라케시 → 터키 안탈리아 → 아제르바이잔 바쿠

낯선 나라여서 선택했다. 코카서스 3국(아제르바이젠, 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바쿠 → 셰키



* 여행지에서 휴대폰을 분실하고, 아직 구입하지 않은 상황이라, 쓸만한 사진이 없음을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사십춘기 방랑기 D+123일(2017.7.11.) 코카서스 3국 첫째날 아제르바이잔 in 바쿠


 설사병의 영향으로 터키에서는 숙소의 안락함만을 느끼고 떠나게 되었다. 다행인 것은 자고 일어나니, 컨디션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다는 것이다. 아침 7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이른 시간 공항을 향했다. 역시나 터키 안탈리아 공항은 승객의 편의 따위는 가뿐히 무시하는, 알 수 없는 운영의 극치로 그냥 짜증을 유발하였으나, 짧은 만남으로 터키에 대한 인상을 확정하는 것이 주제넘기 때문에, 그냥 이번 터키 방문은 코카서스 3국을 입국하기 위한 경유지였구나라고만 생각하기로 했다.


 바쿠행 비행기를 탑승하면서 깨달았다. 동양인이 나밖에 없었다. 비행기 안의 사람들이 신기한 듯 쳐다봤다.  앞으로 코카서스 3국에서의 분위가가 어떠할지 당연 예상이 되었다. 이런 분위기는 싫지 않다. 모로코에서 한국과 가장 시간이 멀어졌었는데, 이제부터는 오히려 시간이 더 가까워지는 쪽으로 이동하는 셈이다. 코카서스 3국 첫방문지 아제르바이잔.. 한 2년 전(2015년)까지 비자를 받는 것이 거의 헬수준이라, 방문자가 많지 않았던 나라이다. 지금은 비행기로 입국하는 한, 공항에서 도착비자를 받는 것이 가능해졌다. 꼭 비행기로 입국해야 한다. 육로로 입국하면, 비자받는 것이 지옥 수준으로 괴롭다.  


 검색으로 알아본 결과 코카서스 산맥 근처에 있어서 흔히 코카서스 3국으로 불리는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아르메니아의 관계가 조금 특별하다.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서로 적대하는 국가(종교와 영토 문제로 인한 전쟁)로 여권에 해당 국가 방문 기록이 있으면, 입국이 힘들다. 대신 이 두 나라 모두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조지아를 거치면 가능하다고 했다. 거기에 아제르바이잔의 비자는 육로 입국과 항공 입국에 따라 그 난이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원활한 이동을 위해서는 아제르바이잔부터 시작하는 것이 코카서스 3국 여행의 정도였다. 그래서 아제르바이잔의 수도인 '바쿠'를 코카서스 3국 여행의 첫 시작 지점으로 정한 것이다.  


 아제르바이잔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이 낯선 땅에 대한 약간의 호기심이 더 생겼다. 어떤 곳일까. 이슬람교를 국교로 한 나라이니, 그간 방문했던 이슬람국가들(이집트, 모로코 등의) 분위기를 떠올렸었다. 약간은 정신없고, 약간은 낙후된 모습이 아닐까. 시간을 거슬러 가는 이동의 덕을 봐서 오후 1시라는 제법 이른 시간에 바쿠공항에 도착했다. 그리고 공항에서 내리면서, 너무도 깔끔한 공항의 모습에 놀랐다. 특히 안탈리아 공항과는 달리 승객의 동선을 고려한 최적의 출입국 수속으로 또 한번 놀랐다. 공항은 인천공항이나 도하 공항에 견줄 수 있을 만큼, 매우 세련되게 운영되고 있었다. 공항 근무자들도 매우 친절했으며, 시내까지 운행하는 공항버스도 처음 방문한 이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찾기 좋은 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곳간에서 인심이 나는 것일까. 바쿠에서 만난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고, 그 모습도 매우 여유로왔다. 석유가 나오는 도시라니.


 공항버스를 타고, 수도 '바쿠' 시내로 들어오는 길.. 아주 잘 닦여진 왕복 10차선 도로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간 모로코나 유럽 등에서 보던 답답한 길이 아니라, 정말 차를 몰고 싶어지는 그런 잘 닦여진 도로가 시내까지 곧게 나 있었다. 그리고 맞이한 시내의 광경은 나의 예상을 전부 무너뜨렸다. 건물들이 매우 현대적이었으며, 거리에는 쓰레기가 없었고, 벽에는 어떠한 낙서도 없었다. 사람들이 많았지만, 매우 질서를 잘 지키고 있었고, 유럽에서 자주 나던 소변 지린 냄새도 거의 나지 않았다. 거리 자체에 대한 인상은 독일 도시와 비슷했다. '바쿠'라는 이름의 이 낯선 도시는 여유로움과 풍족함, 자신감이 느껴지는 도시였다. 검색해 보니, 바다보다 낮은 카스피 해 연안에 위치하여 해발 고도가 낮아 세계에서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수도라고 한다. 해발 고도는 -28m. 리고 무려 석유가 나온다는..


사진 출처: 나무 위키 바쿠 정경

 숙소 체크인을 하고, 거리를 나섰다. 숙소비는 1박에 5,400원 정도로 무척이나 쌌다. 바쿠에는 공원이 참 많았다. 도시 곳곳에 펼쳐져있는 공원에서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예상했던 이슬람 특유의 경직된 문화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여성들도 매우 활동적이었다. 여성들의 복장도 매우 세련되었고, 남자들의 평범한 외모에 비해 여성들의 뛰어난 외모가 돋보이는 도시였다. 거기에다가 도시 전체에 경찰들이 매우 많았는데, 경찰들이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매우 젠틀했다. 많은 경찰들이 치안에 힘써서인지, 도시 자체는 매우 안전한 느낌이었다. 휴대폰을 마음껏 들고 다녀도, 누군가가 훔쳐갈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또한 바다를 접하고 있는 해안도시의 특성으로 도시 전체를 조망하는 풍경이 무척이나 예뻤다.

  

바쿠에 온 곳을 환영한다는 문구. 바쿠는 힘숨찐의 도시이다. 직접 가서 보면 매우 세련되었다.
바쿠의 상징물이 보이는 곳. 도시가 매우 세련되었다. 부유함이 느껴지는 여유로운 동네.

  도시 전체에 현대식 건물이 매우 많았다. 특히 시드니오페라 하우스를 닮은 건물과 피구왕 통키의 불꽃슛 모양을 닮은 건물은 단연 눈에 띄었다.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 올라가니, 해가 졌고, 각 건물들은 다양한 조명을 품어 냈다. 이곳은 참 예상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다. 이 전망대에는 워낙 뷰가 좋기 때문에 나들이객들이 많았다. 연인들 또한 많았는데, 이 연인들을 찾아 다니며 장미꽃을 파는 떠돌이 아이들이 있었다. 내 앞에서 데이트를 즐기던 연인에게 꽃을 팔다가 실패한 친구와 내가 눈이 마주쳤다. 그녀석이 잠시 멈칫하다니, 나를 그냥 지나쳐가는 거였다. 피렌체에 있을 때에도 이와 유사한 일이 있었었다. 그래서 그 친구를 불러 세웠다. 너 왜 그냥 가냐? 그가 어물어물했다. 그래서 장미꽃을 샀다. 바르셀로나를 여행하고 있는 그녀를 잠시 생각했다.

휴대폰을 분실하고, G-패드로 사진을 찍다보니, 화질이 이렇다. 실제로 보면 매우 예쁘다.

숙소에 돌아오니 저녁 11시가 되었다. 확실히 안전한 동네이기는 하다. 숙소 직원에게 물어보니, 이곳은 뜨거워서 보통 새벽 3시까지는 잠 안자고 잘 노는 편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기와 술 한잔 하겠냐고 묻길래, 쿨하게 싫다고 했다. 코카서스 3국에서의 첫째날, 전반적으로 한국 사람들이 좋아할 모습이다. 그간 알려지지 않아서, 한국 방문객들이 없는 듯 했다. 방송을 한번 타고나면, 관광객이 급증하게 될 것 같은 느낌. 암튼, 코카서스 3국에서의 일정은 겨우 9일 뿐이다. 각 나라별로 3일씩밖에 안되는데... 동선짜는 게 쉽지 않다. 내일은 어디로 가야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 동선을 좀 짜보자.




사십춘기 방랑기 D+124일(2017.7.12.) 코카서스 3국 둘째날 아제르바이잔 in 바쿠 → 셰


 어제 저녁 고민하여 기차가 아닌 버스로 국경을 넘기로 최종 결정을 했다. 버스로 국경을 넘으려면, 그전에 샤키라는 산악 마을에서 하루 머물러야 되는데, 계속된 이동에 지친 상태여서 2박을 셰키에서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짐을 챙겨서 10시 경에 숙소를 출발했다. 시내버스를 탔는데, 현금 계산이 안되는 자동화시스템이었다. 바쿠에는 하루밖에 있지 않다보니, 준비 없이 버스에 탄 것이었다. 이게 제법 당황스럽다. 교통카드를 쓰더라도 현금 결제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바쿠에서는 아예 현금 결제가 안된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공항 밖에 있는 교통 카드 구매기에서 교통 카드를 구매해야 했었다고 한다. 공항 버스가 현금으로 이용 가능해서, 나는 이 과정을 건너띄고 그냥 시내로 들어온 것이다. 이때, 누군가가 나를 위해 대신 자신의 버스카드로 계산을 해주었다. 그에게 돈을 지불하려고 하자, 한사코 거절하며 선물이라고 한다. 이렇게 친절을 받고 나면, 해당 국가에 대한 호감도가 MAX로 커진다. 아제르바이잔 땡큐.


  셰키행 버스를 탑승할 수 있는 터미널에 도착하고 나니, 시간을 알고 온 것도 아닌데, 셰키행 버스 출발 10분 전이었다. 부랴부랴 탑승을 하니, 자리는 맨뒤자리 바로 앞이었다. 셰키행 버스는 바쿠의 일반적인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남루했다. 그리고 바쿠를 떠나자 펼쳐지는 광경들은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그것도 좋았다. 셰키까지 가는 길은 매우 멀었다. 6시간이 걸렸는데, 냉방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6시간 동안 한낮 중동의 뜨거운 햇살을 그대로 받은 차안은 그야말로 찜통이 되었다. 어차피 각오하고 탄 버스였지만, 2시간 정도가 지나고 나자, 여기 저기서 신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특이한 장면이 펼쳐졌다. 이 버스에는 차장이 함께 탑승하고 있었는데, 이 젊은 친구가 30분 간격으로 버스 안을 다니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냉방이 안되는 문제를 이친구가 해결해 줄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이 친구가 한번씩 들려서 사람들의 불만을 듣고, 웃어주고 가면, 그 더위를 한결 더 잘 견딜 수 있었다. 순간 작년에 하나고 면학실 감독을 할 때가 떠올랐다. 나는 거의 감독 때에 아이들을 방치했었는데, 이 차장처럼 아이들을 찾아 격려하고, 웃어주는 일을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셰키를 향하는 버스 안. 최신식이었던 바쿠 시내 버스와는 달리, 확연하게 옛날 버스의 풍경이다.


 오후 5시가 되어서 셰키라는 이름의 산악마을에 도착했다. 여기서는 이제 조지아 국경을 3시간 이내로 넘어갈 수 있다. 조지아를 육로로 넘어가기 위한 여정으로 선택한 곳인데, 생각보다 동네가 예뻤다. 예약한 숙소를 향해서 올라가는 길, 시장이 펼쳐져 있었다. 물가가 엄청나게 쌌다. 우리나라 돈으로 버스비는 120원, 1리터 콜라는 500원, 수박 1통은 1000원 정도... 모로코보다 싼 물가였는데, 모로코처럼 호객꾼들이 많지도 않았다. 그저 동양인이 신기한지 멀찍 서서 쳐다보다가 가끔씩 손을 흔들어 아는 척을 하고, 몇몇은 다가와서 사진을 찍자고 할 뿐이다.

셰키는 바쿠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의 인정이 많은 시골 마을 느낌이다.

 분명... 내가 좋아하는 광경이고, 셰키 또한 충분히 만족스런 장소였는데... 이상스레 흥이 안났다.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은 후에는 시간이 제법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밖으로 나가지 않고, 침대에 누워서 찬찬히 생각해 보았다. 몸이 아픈 건가. 향수병인가. 생각해 보니, 내 정신이 나하고 있지 않았다. 뒤늦은 상사병인가. 내 몸은 여기에 있는데, 내 정신이 나를 떠나서 바르셀로나에 가 있었다. 내 정신이 온통 바르셀로나의 소식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나의 여행에 집중하자.  





사십춘기 방랑기 D+125일(2017.7.13.) 코카서스 3국 셋째날 아제르바이잔 in 셰키


지난 밤은 불면의 밤이었다. 새벽 4시에 잠들었기 때문에 오늘은 다소 늦잠을 잤다. 숙소 주위에서 산새가 울어서 아침을 알린다. 1박에 5500원하는 숙소인데, 숙소가 매우 만족스럽다. 인도가 아니라, 여기에 틀어박혀서 글을 써야 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지만, 이미 델리행 비행기표를 예매해 놓았다. 숙소의 주인은 내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는지, 내가 숙소 밖으로 나와서 마당을 거닐고 있자, 간단한 다과를 준비해서 주었다. 1박 5,500원에 이런 대접을 받다니...  


 오늘은 어제처럼 처져 있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리움은 그리움대로 키워가면 될 것이고, 일상은 일상대로 살아야 한다. 10시 30분에 숙소를 나섰다. 버스비가 120원밖에 안했기 때문에, 무조건 버스를 타고 투어를 하기로 했다. 특정한 장소를 정하고 돌아다니는 것은 나의 취향이 아니기 때문에 제일 먼저 오는 버스를 타고 거의 종점까지 이동했다. 그렇게 샤키에 있는 버스 노선들을 하나씩 점령해 갔다. 샤키는 굉장히 양면적인 모습이었다. 사람들의 삶은 내가 중학생 때의 우리나라(1990년대 초반)와 비슷하다. 물가도 거의 그렇게 보면 될 거 같다. 그런데 상당수 사람들의 스마트폰을 들고 있고, 조금 규모가 되는 식당에서는 와이파이가 빵빵하게 터진다. 대략 20년 정도의 상이한 문화가 공존하며, 그 격차를 점차 줄여가고 있는 양상이다.


셰키라는 마을은 아무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다시 돌아오는 형식으로 여행해도 좋다. PC방은 반갑다.


 점심 시간에는 대부분의 시내 버스가 집결하는 시장의 가게에 들어갔다. 지금 바르셀로나를 여행하고 있는 그 사람은 로컬음식 먹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 또한 따라해보겠다고, 여기 현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달라고 했다. 그러면 안되는 일이었는데... 음식이 나왔는데... 콩과 양고기가 뒤섞여있는 스프였다. 그 맛은.... 묘했다. 양고기 특유의 냄새와 큼큼한 향신료, 미끌미끌 식감이 어우러진 형언하기 힘든 맛이었다. 나는 뼛속까지 한국인이구나. 닭볶음탕 먹고 싶다.

의식주 중에서 '의'와 '주'는 전혀 가리질 않는데, '식'은 너무도 가리고 있다. 모든 음식을 닥치는 대로 먹는 몰골을 하고서는, 음식에 대한 낯가림이 심하다.
냉동 시설 같은 것은 없다. 그냥 이렇게 자판에서 고기를 판다. 이건 좀 낯설고, 적응이 힘들다.

 식사 후에 버스를 타고, 시내를 종횡무진 돌아다녔다. 그래도 2000원을 채 못썼다. 정말, 샤키는 좋은 곳이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내리고 싶은 곳에서 내렸다가, 시장에서 간단한 빵이나 과일 등을 사서 먹고(그 가격도 600원을 넘지 않는다),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는 일을 저녁까지 반복했다. 버스타고 마을 돌아다니기. 이게 내가 제일 좋아하고, 나에게 맞는 여행방식이구나.


여기는 이슬람교가 국교인데, 이 지역에는 아주 역사가 오래된 알바니아 교회가 있다고 했다. 구글맵은 위대하다. 인터넷이 안되어도, GPS 기능으로 매우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구글맵의 도움으로 버스를 타고 몇 번을 왕래하는 끝에 알바니아 교회에 갔다. 아주 역사가 오래된 교회였기 때문에 그 규모가 크지는 않다. 무언가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건물 같았는데, 그 세세한 내막을 이해하기에는 내 영어실력이 너무도 짧고, 나는 피곤했다.

뭔가 더 의미가 있는 곳이겠으나, 나는 그저 교회를 보고 오는 것으로 만족할 뿐이다.


 교회를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 무엇인가 성채가 있다. 굉장히 잘 가꿔진 곳으로 보이는데, 휴대폰이 없는 상태여서 그저 짐작만 할 따름이다. 셰키는 역사가 오래된 도시라고 했는데, 그와 관련된 성채같았다. 이런 산골 마을에서는 이례적인 큰 규모의 성채였다.


아직도 이 건물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성채를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동네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구경했다. 아이들의 모습이 해맑았다. 그 친구들 노는 모습을 구경하다가 같이 사진을 찍었다.  숙소에 돌아와서는 내일의 동선을 고민하였다. 내일은 조지아의 수도인 트빌리시로 이동해야 한다. 방을 검색해보니, 대략 5,000원선이었다. 도심에서 가까운 곳에 우선 1박을 예약했다. 조지아라는 나라는 정말 생소하다. 어떤 곳일까?

내 피부는 뜨거운 햇살에서 살아가는 이 친구들보다 더 걺다. 순례길 완주 이후, 나는 매우 구릿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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