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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th. 낭만적인 노예의 선택을 읽고 있습니다

낭만을 아는 노예가 사는 법. 주인과 처자를 사랑하니..

by GTS


저는 모태신앙이었지만, 지금은 교회를 다니고 있지 않습니다. 제가 신앙인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회색인인 거 같습니다. 떠돌이, 탕자, 잃어버린 영혼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같은 교회에서 함께 중고등부 시절을 보냈으며, 가장 소중한 친구의 형님께서 암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을 때, 그 고통 속에서도 제게 편지를 남겼습니다. '하나님께로 돌아오자.' 이 편지를 몇년간 외면해왔지만, 이제는 이 편지에 가타부타 제대로 답을 해야할 거 같습니다. 그래서 성경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다음은 성경을 읽으며, 생긴 온갖 종류의 생각들입니다. 글을 쓰는 목적은 잘 모르겠습니다. 내 생각을 정리하며, 형님의 요청에 정직하게 답을 하기 위해서라고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스물셋. 출애굽기 21장 2절~6절


네가 히브리 종을 사면 그가 육년 동안 섬길 것이요, 제 칠년에는 값없이 나가 자유할 것이며, 그가 단신으로 왔으면 단신으로 나갈 것이요, 장가 들었으면 그와 함께 나가려니와 상전이 그에게 아내를 줌으로 그 아내가 자녀간 낳았으면 그 아내와 그 자식들은 상전에게 속할 것이요 그는 단신으로 나갈 것이로되, 종이 진정으로 말하기를 내가 상전과 내 처자를 사랑하니 나가서 자유하지 않겠노라 하면 상전이 그를 데리고 재판장에게로 갈 것이요, 또 그를 문이나 문설주 앞으로 데리고 가서 그것에다가 송곳으로 그 귀를 뚫을 것이라. 그가 영영히 그 상전을 섬기리라.



나는 자유가 좋다. 98년 1월 30일에 입대를 해서 2000년 3월 29일에 전역을 했다. 군대에서 보냈던 2년 2개월의 시기를 보람이다든가, 성숙이라든가 그 어떻나 말로 미화할 수 있겠으나, 내게 그 2년 2개월의 시기는 지옥과도 같았다.


내가 군복무 시절을 지옥이었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그 시절이 내가 생각한 대로 말하고, 내가 생각한 대로 행동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라를 지킨다는 큰 당위에는 십분 동의하지만, 분명 내게 그 2년 2개월의 시기는 노예의 삶과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 시기가 너무도 힘들었다. 내게 20대 초반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군대를 다시 가야한다면 나는 그것을 거부하고 싶을 정도이다.


위 성경구절은 일반론에 대한 것이지만 한 가상의 인물이 떠올랐다. 그에 대한 상상이다. 그의 성격이 지랄맞게도 유성호를 닮았다고 보자. 어떠한 연유인지 모르지만, 그가 노예가 되었다. 특별할 것은 없다. 어디서나 언제나 집안은 망할 수 있으니까. 그는 노예가 되어 6년의 삶을 처절하게 보냈다. 그리고 은혜로운 율법에 따라 6년을 봉사하고, 자유로워지는 날이 다가왔다. 그런데 그는 그 6년의 시간 동안 결혼을 했다. 그 결혼은 불혹이 될 때까지 결혼을 못하고 있던 노예를 불쌍히 여긴 주인이 연결해준 것이었다. 늦은 결혼에 아이도 낳고, 가정을 이뤄서 나름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힘으로 얻은 아내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 여인은 주인의 소유였다. 그리고 그의 자식도 율법에 따르면 주인의 소유였다. 그는 자유를 얻을 수 있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혼자서 나가야 한다. 그는 깊은 고민을 한다. 그리고 6년의 마지막날... 주인에게 말을 한다. "내가 주인님과 나의 처자를 사랑합니다. 평생 당신의 종이 되어 섬기겠습니다." 그 누구보다 자유를 원했던 그는 기꺼이 평생을 종으로서 살 것을 맹세했다. 이제 돌이킬 수 없다고, 후회하지 않겠냐고 묻는 재판관의 마지막 질문에도 그는 꿋꿋하게 처자와 함께 있는 길을 택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는 노예의 징표로 귀가 뚫렸다.


아... 이 남자 낭만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러한 규정을 정한 하나님도 낭만을 아는 분이시다. 나는 처자를 위해 기꺼이 노예가 되는 길을 선택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43세의 늦은 결혼.. 이 남자는 생각해 온 것처럼 낭만적인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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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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