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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TS May 03. 2024

22th 여정. 계속 십계명을 읽고 있습니다.

쉼에 인색한 우리 사회, 우리의 삶에는 반드시 안식이 필요하다.

저는 모태신앙이었지만, 지금은 교회를 다니고 있지 않습니다. 제가 신앙인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회색인인 거 같습니다. 떠돌이, 탕자, 잃어버린 영혼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같은 교회에서 함께 중고등부 시절을 보냈으며, 가장 소중한 친구의 형님께서 암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을 때, 그 고통 속에서도 제게 편지를 남겼습니다. '하나님께로 돌아오자.' 이 편지를 몇년간 외면해왔지만, 이제는 이 편지에 가타부타 제대로 답을 해야할 거 같습니다. 그래서 성경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다음은 성경을 읽으며, 생긴 온갖 종류의 생각들입니다. 글을 쓰는 목적은 잘 모르겠습니다. 내 생각을 정리하며, 형님의 요청에 정직하게 답을 하기 위해서라고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스물 둘. 출애굽기 20장 8절~11절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히 지키라. 엿새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할 것이나 제 칠일은 너의 하나님 여호의의 안식일인즉 너나 네 아들이나 네 딸이나 네 남종이나 네 여종이나 네 육축이나 네 문안에 유하는 객이라도 아무 일도 하지 말라. 이는 엿새 동안에 나 여호와가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가운데 모든 것을 만들고 제 칠일에 쉬웠음이라. 그러므로 나 여호와가 안식일을 복되게 하여 그 날을 거룩하게 하였느니라.  



고등학생 시절, 한참 입시에 바쁠 때에도 주일에는 공부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교회에서만 하루 종일 생활했었다. 당시 교회를 출석하지 아버지께서는 일요일이 되면, 온종일 교회에서 있다가 저녁에서야 돌아오는 아들을 염려하셨지만, 그때는 나의 의사가 워낙 확고했었다. 교회 중고등부에서는 신앙이 투철한 모범적인 청소년으로 늘 소개되었었다. 하지만 실상은 어떠한 신앙적인 각오가 있어서가 아니라, 주일에 공부하면 뭔가 저주를 받을 거 같은 공포감 때문에 그랬던 것이었다.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안식일을 거룩히 지키라'는 성경구절 때문이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건 대, 고등학생 시절 신앙 생활할 때의 철저함에 대해서는 제법 기특하게 생각하지만, 그때의 나는 이 말씀의 의미를 조금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한병철이라는 교수가 '피로사회'라는 훌륭한 철학 에세이를 썼다. 오늘날 사회를 '피로사회'라고  진단하면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자기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메시지의 폭력성을 고발하였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개개인들이 스스로를 착취하는 일에 자발적으로 동참하여, 피로가 더욱 심화되는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나는 저자의 이러한 지적에 대해 동의한다. 우리는 타인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조차도 착취하기 쉬운 존재들이다. 우리를 쉬지 못하게 하는 메시지는 때로는 공포의 모습으로, 때로는 달콤한 희망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한병철 교수의 표현을 빌어서 나는 현대사회를 '안식이 없는 사회'라고 표현하고 싶다. 아주 오래 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꼭 지켜야 되는 10개의 계명을 주시면서 6일을 일하고, 반드시 하루를 쉴 것을 강제하셨던 것은, 인간을 너무나 잘 아시는 분의 인간을 위한 보호였던 것이다. 안식일은 예배하는 날이기도 하지만, 자신에게나 타인에게 착취적인 6일간의 움직임을 중단하고, 멈춰서서 올바른 방향을 고민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쉼에 인색한 우리사회... 나에게 지금 안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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