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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TS May 05. 2024

23th. 낭만적인 노예의 선택을 읽고 있습니다

낭만을 아는 노예가 사는 법. 주인과 처자를 사랑하니..


저는 모태신앙이었지만, 지금은 교회를 다니고 있지 않습니다. 제가 신앙인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회색인인 거 같습니다. 떠돌이, 탕자, 잃어버린 영혼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같은 교회에서 함께 중고등부 시절을 보냈으며, 가장 소중한 친구의 형님께서 암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을 때, 그 고통 속에서도 제게 편지를 남겼습니다. '하나님께로 돌아오자.' 이 편지를 몇년간 외면해왔지만, 이제는 이 편지에 가타부타 제대로 답을 해야할 거 같습니다. 그래서 성경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다음은 성경을 읽으며, 생긴 온갖 종류의 생각들입니다. 글을 쓰는 목적은 잘 모르겠습니다. 내 생각을 정리하며, 형님의 요청에 정직하게 답을 하기 위해서라고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스물셋. 출애굽기 21장 2절~6절


네가 히브리 종을 사면 그가 육년 동안 섬길 것이요, 제 칠년에는 값없이  나가 자유할 것이며, 그가 단신으로 왔으면 단신으로 나갈 것이요, 장가 들었으면 그와 함께 나가려니와 상전이 그에게 아내를 줌으로 그 아내가 자녀간 낳았으면 그 아내와 그 자식들은 상전에게 속할 것이요 그는 단신으로 나갈 것이로되, 종이 진정으로 말하기를 내가 상전과 내 처자를 사랑하니 나가서 자유하지 않겠노라 하면 상전이 그를 데리고 재판장에게로 갈 것이요, 또 그를 문이나 문설주 앞으로 데리고 가서 그것에다가 송곳으로 그 귀를 뚫을 것이라. 그가 영영히 그 상전을 섬기리라.



나는 자유가 좋다. 98년 1월 30일에 입대를 해서 2000년 3월 29일에 전역을 했다. 군대에서 보냈던 2년 2개월의 시기를 보람이다든가, 성숙이라든가 그 어떻나 말로 미화할 수 있겠으나, 내게 그 2년 2개월의 시기는 지옥과도 같았다.


내가 군복무 시절을 지옥이었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그 시절이 내가 생각한 대로 말하고, 내가 생각한 대로 행동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라를 지킨다는 큰 당위에는 십분 동의하지만, 분명 내게 그 2년 2개월의 시기는 노예의 삶과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 시기가 너무도 힘들었다. 내게 20대 초반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군대를 다시 가야한다면 나는 그것을 거부하고 싶을 정도이다.


위 성경구절은 일반론에 대한 것이지만 한 가상의 인물이 떠올랐다. 그에 대한 상상이다. 그의 성격이 지랄맞게도 유성호를 닮았다고 보자. 어떠한 연유인지 모르지만, 그가 노예가 되었다. 특별할 것은 없다. 어디서나 언제나 집안은 망할 수 있으니까. 그는 노예가 되어 6년의 삶을 처절하게 보냈다. 그리고 은혜로운 율법에 따라 6년을 봉사하고, 자유로워지는 날이 다가왔다. 그런데 그는 그 6년의 시간 동안 결혼을 했다. 그 결혼은 불혹이 될 때까지 결혼을 못하고 있던  노예를 불쌍히 여긴 주인이 연결해준 것이었다. 늦은 결혼에 아이도 낳고, 가정을 이뤄서 나름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힘으로 얻은 아내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 여인은 주인의 소유였다. 그리고 그의 자식도 율법에 따르면 주인의 소유였다. 그는 자유를 얻을 수 있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혼자서 나가야 한다. 그는 깊은 고민을 한다. 그리고 6년의 마지막날... 주인에게 말을 한다. "내가 주인님과 나의 처자를 사랑합니다. 평생 당신의 종이 되어 섬기겠습니다." 그 누구보다 자유를 원했던 그는 기꺼이 평생을 종으로서 살 것을 맹세했다. 이제 돌이킬 수 없다고, 후회하지 않겠냐고 묻는 재판관의 마지막 질문에도 그는 꿋꿋하게 처자와 함께 있는 길을 택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는 노예의 징표로 귀가 뚫렸다.


아... 이 남자 낭만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러한 규정을 정한 하나님도 낭만을 아는 분이시다. 나는 처자를 위해 기꺼이 노예가 되는 길을 선택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43세의 늦은 결혼.. 이 남자는 생각해 온 것처럼 낭만적인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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