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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TS Mar 20. 2024

1th. 부활 -톨스토이

 인간은 새로워질 수 있는가?

[나를 키운 팔할의 책]     #1. 부활 톨스토이         


 나는 실수가 많은 인생이었다. 성격은 불같았고, 열등감이 많았으며, 변덕이 심했다. 약자에게는 군림하려했고, 강자에게는 비굴했다. 공부도 어중간하게 하는 상황에서 싸움도 어중간하게 했다. 그러다가 중학교 2학년 때 아이들이 다 보고 있는 상황에서 반에서 어중간하게 싸움을 하는 아이에게 된통 맞았다. 그 후로 6개월간 남중에서 나는 동네북이 되었다. 이제사 다 잊은 일이지만, 그 6개월 동안 속칭 왕따라는 것을 혹독하게 당했었다. 하루하루가 지옥이었고, 낮에 겪었던 치욕스러운 일들이 밤마다 떠올라서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았다. 다행인 것은 그 당시에 인터넷이 없었다는 것이다. 만약 나에 대한 조롱을 온라인에서까지 감당해야 했다면, 중학교 2학년 때의 나는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서 중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교회를 열심히 다닌다는 이유로 얼결에 교회 주일학교 중등부 회장이 되었다. 부끄러웠다. 나같은 왕따가 이래도 되는 걸까. 사람들이 시선이 무서웠다. 내가 다니는 교회에 왕따당하는 내 이야기가 퍼질까봐 너무도 괴로웠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생각했다. 진부한 이야기이지만, 힘을 기르고 싶었다. 그래서 유도장에 다니며, 유도라는 운동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를 괴롭히는 친구들이 압도적으로 공부를 잘하는 친구는 괴롭히지 않는 것을 보고,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오는 겨울방학 2개월 동안, 온몸이 부서져라 공부했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고3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던 시간이었다. 성적은 비약적으로 올라서, 2달 만에 듣보잡이었던 내가 전교 최상위 성적이 되었다. 그렇게 되고 나니, 왕따가 사라졌다. 그것만으로도 좋았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부끄러움이 가득했다. 열등감이었다.  

     

  교회에서 회장이다 보니, 사람들 앞에 서야할 일이 많았다. 그 때마다 왕따 당하던 일이 떠올라서, 사람들의 시선에서 나를 조롱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참 멋있는 교회오빠같은 사람들이 많았다. 노래도 잘하고, 음악도 잘하고, 리더십이 있고, 말도 잘하는... 그에 비해 나는 잘하는 게 없었다. 불과 6개월 전까지 왕따를 당하며, 조롱을 당했던 남자였을 뿐이다. 순간순간 열등감이 나를 감쌌다. 그때 나는 교회에서 만난 한 여자애를 일방적으로 짝사랑하고 있었는데, 이 경험들이 융합하여 나를 깊은 우울증에 빠져들게 했다.      


  그 때 이 책을 만났다. 그리고 내 나이 16살 때부터 지금 47살까지 이 책은 내 인생 최고의 책이 되어, 내 삶을 이끌어왔다.      


  [부활]의 내용은 심플하다 못해 진부하다. 한 남자가 있다. 귀족이고, 거만하고, 외모는 괜찮으나, 성품이 덜 되었다. 이모인지 고모인지 집에 놀러갔다가, 여자 하인에게 반해서 그 여자를 범했지만, 그리고서는 그냥 버렸다. 남겨진 그 여자.. 결국 일하던 곳에서 쫓겨나서 여러 곳을 전전하다가, 창녀가 되었고, 누명을 쓰고 재판을 받게 되었는데, 이 남자가 배심원이 된다. 재판장에서 이 남자는 이 여자를 보고, 자신의 지난 삶과 실수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이 남자가 이 여자를 구출하기 위해서 정성을 다하게 되고, 이 여자를 다시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이 여자는 남자를 위해 떠난다. 뭐... 이런 내용이다. 톨스토이가 쓴 3대 걸작 중에서는 완결성이 가장 떨어진다고 평가받는다.      


  그런데, 그러한 결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내 인생 최고의 책이다. [부활]은 사춘기 시절의 사정없이 찢겨서 신음하던 나를 이 땅에서 버티고 살게 해준 책이다. 지난 삶은 언제나 부끄럽다. 그것이 지난 일이기 때문에 지난날의 실수는 언제나 오늘을 사는 인간의 마음을 찌른다. 이것은 사람이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더욱 거세지는 통증이다. 이 통증을 외면하고, 막 사는 방법도 가능하겠으나, 그러한 삶은 내가 되고 싶은 삶이 아니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 때문에 가슴이 찢길 때, 헤어 나오지 못할 만큼 큰 우울에 빠졌을 때, 수많은 오해 속에서 삶의 끈을 놓고 싶었을 때, 이 책은 이 땅에서 뿌리내리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되어 주었다. 부활. 모든 인간은 새로워질 수 있다. 그 변화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그 변화가 거저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지난 삶에 대해 처절하게 반성하고, 회개하는 이에게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존재가 되는 기적이 일어난다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그 기적이 내 삶에도 일어나게 되기를 간절히 원한다.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지는 변화. 나는 이것을 부활이라고 믿는다.


[부활]에서...

* 인간이란 강과 같은 것이다. 어떠한 강이라도 물 자체는 마찬가지이고, 어디까지 가도 물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각각의 강이 어떤 때는 좁게, 어떤 때는 빠르게, 어떤 때는 넓게 흐르는 경우도 있으며, 고요한 때도 있고, 때로는 깨끗하고, 때로는 차갑고, 어느 때는 탁해지고, 어느 때는 따뜻해지고 한다. 인간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 스스로 악하다고 느끼지 않으면서 가장 무서운 죄악을 저지르려면 어떻게 하면 좋은가. 하는 심리적인 질문을 받는다면 그 대답은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그대로의 상태를 만들면 된다.      


* 그날 밤부터 네흘류도프에게는 아주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그의 새로운 시작이 어떻게 끝날 것인지는 미래가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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