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에 대한 생각 1

by 도라지

서양 사상과 문화의 원산지를 묻는다면, 당연히 고대 그리스라고 할 수 있다. 인류 4대 문명 발상지 가운데,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의 영향을 쉽게 받을 수 있는 지리적 여건 때문이었다. 그리스는 국토의 4/5가 척박한 산지나 구릉 지형이라서 몇 가지 작물을 제외하곤 농업 생산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그들은 바다로 나갔다.


에개해와 지중해를 배경으로 무역과 상업이 발달한 고대 그리스인들은 에게해와 흑해 근처의 작은 도시들을 점령하여 식민지로 만들었다. 흑해 근처엔 밀이 많이 생산되고 있었다.


식민지에는 아테네와 똑같은 구조로, 신들의 공간인 아크로폴리스와 인간들의 공간인 아고라를 각각 세웠다. 하나의 민족이라는 동일 의식을 공유하고자 함이었다. 그렇게 수많은 도시국가들을 건립하여 '대그리스'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고대 그리스인들은, 식민지에서 사람들을 데려다가 노예로 부려먹었다.


먹고 사는 데 풍족해진 아테네 사람들은 학문과 사상을 발전시키는 데 매우 유리했다. 소아시아 지역까지 점령했던 고대 그리스에서, 백오십 년 사이에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가 활동했다. 인류 역사상 유례 없는 일이었다.


무역과 상업이 발달할수록 개인 간의 분쟁이 더 잦아졌다. 분쟁이 잦아질수록 자기의 이익을 대신 변론해줄 변호사, 웅변가 같은 사람들이 필요했다. 그래서 등장하게 된 것이 현대판 과외선생 같은 소피스트였다. 그리고 발달한 과목이 일종의 변론술인 수사학이다.


개인 간의 상호 이익에 있어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은 매우 중요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광장 형 시장 같은 아고라에 모여서, 서로의 잘못을 고발하고 따졌다. 그들은 무력이나 폭력이 아니라, 수사학에 기반한 변론으로써 자기를 보호하고 자기의 권리를 지켰다.


개인 간의 분쟁을 조정할 근거가 필요했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관습과 법률 제도였다. 아테네에선 개개 법률의 승인과 거부에 대한 투표를 시민들이 직접 했다. 그것을 직접 민주주의라고 부른다. 하지만 투표권을 가질 수 있는 시민의 자격은 제한이 있었다. 여자와 어린이, 외국인과 노예는 해당되지 않았다. 투표권을 가진 시민을 'freeman'이라고 불렀다. 이것이 아테네의 민주정치가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현대 우리 사회는 간접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아테네 도시국가는 전체 인구수도 적었을 뿐만 아니라, 투표권을 가진 freeman(자유인)은 더 적었기 때문에 직접 민주주의가 가능했었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인구수가 아테네 도시국가 인구와는 비교할 수가 없기에, 유권자를 대신할 대표자를 뽑아 세워 그들로 하여금 결정권을 갖게 한다. 그것이 우리가 간접 민주주의를 채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뽑아 세운 대표자들이다. 그들도 인간이며 개인이다. 얽히고설킨 다양한 인간관계가 있기 마련이다. 청탁도 있고 비리도 있다. 칼로 자른 듯이 정확하고 빈틈없는 인간이 과연 지구 상에 존재할 수는 있는 걸까? 나는 '없다'라고 대답하겠다. 혼자 무인도에 툭 떨어져 살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


모든 인간은 문제가 있기 마련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도대체 어떤 대표자를 뽑아 세워야 하는 것일까?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오늘은 그걸 생각해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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