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모자 도둑 후기

by 도라지

아침부터 소주라도 한 잔 하고 싶은 늦은 가을날이다. 나이트 근무하고 아침에 퇴근한 큰아들 밥상을 차리고, 뒤이어 남편의 식탁을 또 차리고, 나도 밥을 한 술 떴다. 여전히 식구들은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줄 모르고 있다. 불편할 것도 기대할 것도 딱히 없다.


지난번 <청춘 스케치>도 무작정 쓰고 싶어서 시작했었는데, 이번에 <모자 도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십분 구상하고 쓰기 시작했다. 독자님들께 양해를 구하자면, 나는 열 시간 구상한다고 더 나아질 게 없는 사람이다. 툭툭 툭툭 던지듯이 글을 써 내려가는 타입이다. 다음 회차에 대한 구상도 미리 하지 않는다. 마치 여행을 떠나듯, 그날 타는 기차에 따라서 행선지도 풍경도 바뀐다. 다른 데서도 즉흥적일 때가 있지만, 글쓰기 분야에선 내 태생이 더욱 즉흥적이라는 걸 나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모자 도둑>은 이제껏 글쓰기와는 또 다른 시도를 처음 해본 작품이다. 나름대로는 내게 큰 의미가 있을 수밖에 없다. 소설적 재미 충당의 요소 면에서 색다른 공부들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설을 쓰면서 줄곧 첫눈을 기다렸다. 약속한 사람도 없는데 말이다. 아마 내 나이를 지나가고 있는 사람들은 비슷하게 그러할 것도 같다. 누군가와 만날 약속도 없이, 그냥 첫눈 같은 특별한 설렘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부질없는 허황된 생각인 줄 알면서도, 마음은 늘 따로 논다.


약간 서둘러 <모자 도둑>을 마감했다. 다음 작품 구상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글을 써놨다가 내일 올리거나 적당히 분배해서 올리는 방법도 있다고 누군가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게 안된다. 그러면 내가 재미가 없다. 나는 무슨 일에서고, 내 재미가 우선이다. 썼으면 바로 올려버린다. 즉기즉재 방식이다. 뭘 계산하고 어물쩡 망설일 새도 없다. 쓰고 싶은 말들은 많고 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많은데, 밥하고 살림하느라 시간이 부족하게 여겨질 따름이다.


신출 작가는 열심히 글 쓰는데, 겨우 몇 분 모셔온 독자님들마저 취향도 각각이시다. 어떤 분은 아예 소설을 읽지도 않으신다. 독자님들의 취향이 정확하시듯, 나도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쓸 것이다. 밑져야 본전이다. 나는 무에서 시작한 작가다. 겁날 것도 눈치 볼 것도 없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조금 더 진하고 야한 소설을 써보는 게 단기적인 목표다. 내 살아온 시간들이 질기고 독해서, 여간해선 뒤로 후퇴할 생각은 들지가 않는다. 못 먹어도 고다. 나는 뒤로 물러설 공간조차 없는 놈이다.


혹시라도 도라지라는 작가에게서 일말의 재능이라도 보셨다거나, 혹은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을 쓰는 정성을 기특하게라도 보신 독자님들이 계시다면, 응원의 댓글 한 줄 부탁드린다. 지금 내게는 응원과 위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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