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오드 아이 3

by 도라지

간호사 최유정의 입에선 무심코 '오쌤'이란 단어가 튀어나왔다. 직원들 앞에서 민재를 칭할 때 원장님이란 호칭으로 부르라고 민재로부터 주의를 받은 적도 있었지만, 급하면 불쑥 '오쌤'부터 튀어나온다. '오드 아이'라고 부르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최유정은 민재가 있던 종합병원의 외래병동에서 근무했었다. 아이들 키우며 3교대 근무가 어려워서 종합병원 일을 그만두고, 몇 년 동안 병원일을 하지 않고 지냈다. 두 해 전 민재 병원에서 간호사 채용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종합병원에 근무할 때부터 유정은 민재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종합병원 근무하던 간호사들치고 민재를 짝사랑하지 않은 간호사는 드물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들이나 그때 당시 사십 먹은 오민재를 아저씨 취급했을지도 모르지만, 이십 대 후반 간호사부터 오십 대 간호사들까지 그 병원의 여심은 민재가 싹 쓸어 독차지했었다.


180센티의 키에 우수 어린 눈빛 하며 모델이나 하고 다니는 장발머리를 병원에선 뒤로 반 묶음 머리로 묶었다가, 퇴근 후 술자리에서 풀어놓기라도 하는 날에는 여자 간호사들은 그냥 죽음이었다. 아마 팬티가 축축하게 젖은 채로 허무하게 혼자 집으로 돌아간 여자도 꽤 있었을지 모른다.


하은이 유정의 찢어지는 음색의 질문에 눈치를 잠시 보는가 싶더니, 입술을 옴지락거리며 수줍게 대답했다.


"3개월 전부터요~"


하은이 내뱉는 소리에 유정이 기가 막혀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


"3개월 전부터 원장님이랑 모텔을 드나들었다? 한 달에 몇 번이나 간 거니?"


"일주일에 한 번 갈 때도 있고 한 달에 두 번 갈 때도 있고, 대중없어요."


최유정이 매서운 눈초리로 지엄한 상궁 마마님의 흉내를 내며 하은을 무수리 다루듯 훈계했다..


"니가 뭘 모르는 거 같아서 말해주는 건데, 니가 원장님이랑 모텔을 드나드는 사이라고 해서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어. 니가 원장님 사모님도 아니고, 새컨드도 아니고, 원장님이 널 특별하게 여겼다면 당연히 오더가 내려왔겠지. 아니면 널 집으로 고이 모셔갔든가. 그런데 지금 상황을 봐봐. 그러니까 내 말은 너는 그냥 간호조무사 장하은 일뿐이라는 거야. 알겠어? 간호사를 어시스트하는 성실한 조무사~ 그게 너의 역할이라는 거 잊지 마."


유정의 뼈 때리는 설명을 듣고 있자니, 하은이 듣기에도 유정의 말은 틀린 데가 없었다. 민재가 하은을 사랑한다면, 하은이 이 병원 다니며 천대받는 걸 벌써 그만두게 했어야 한다. 민재는 하은과 섹스를 수차례 나누었지만, 병원에서도 혹은 다른 곳에서도 하은을 대하는 태도에서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


하은을 바깥으로 내보내고, 유정은 재빨리 단톡방에 문자를 날렸다.


"속보: 오드아이, 여자 생겼대요. 상대는 우리 병원 간호조무사 장하은."


이 톡을 받은 여자들은 민재가 근무했던 종합병원의 간호사들이었다. 이 문자 한 통에 겉으로는 드러나 보이지 않았지만, 신화병원은 삽시간에 발칵 뒤집어졌다.


오민재가 '오드 아이'란 닉네임을 얻은 건, 삼년 전 신화병원에서 퇴사한 과거 수술실 팀장의 취향 때문이었다. 민재가 신화병원 첫 근무를 시작하던 날, 수술실 팀장 정세현이 수술실 직원들 앞에서 선포하듯이 말했었다.


"앞으로 비뇨기과 수술이 많아질 겁니다. 세브란스에 계시던 매우 실력 있는 비뇨기과 선생님이 오늘부터 새로 오셨습니다. 게다가 데이빗 보위처럼 신비로운데 강인해 보이는 인상까지 매력적이셔서.. 흠흠, 여러분은 데이빗 보위를 잘 모르죠? 영국 출신의 뮤지션이자 배우예요. 그는 신비한 눈을 가지고 있죠. 여러분도 혹시 배운 기억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일명 '오드 아이(odd eye)', 즉 두 눈동자의 홍채 색깔이 다른 걸 말해요. 데이빗 보위는 청소년 시절 부상으로 홍채 이상이 왔다고 해요. 자, 새로 오신 오드 아이 선생님께서 얼마나 신비한 실력을 가지고 수술실에 들어오실지 기대해봅시다."


그때 이미 오십 대 초반이었던 정세현 팀장의 예언은 그대로 적중했다. 사십이라는 나이가 주는 은근한 섹시함을 온몸으로 풍기고 다니는 오민재는 그날부터 5년 동안 신화병원의 새로운 신화를 창조했다. 그리고 '오드 아이'의 전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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