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정의 톡을 받고 신화 병원에서 가장 술렁거린 곳은 수술실이었다. 오드아이라는 전설적인 닉네임이 탄생한 성지답게, 오드아이 민재의 숭배자들이 가장 많은 곳 또한 수술실이기도 했다.
마치 자기의 연인이라도 되는 냥 오드아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민재를 숭배하며 다정하게 바라보던 정세현 팀장이 퇴사하면서, 수간호사로 있던 조은진이 팀장이 된 지 삼 년 되었다.
조은진은 현재 신화병원 내에 남아있는 오드아이의 팬들 가운데 수장급이다. 오드아이가 신화병원 첫 근무 날부터 마지막 퇴사한 날까지 그의 모든 걸 지켜본 간호사는 현재 신화병원에선 은진 한 사람뿐이다. 조은진은 민재보다 두 살 연상이지만, 민재 앞에서 나이 따위 생각하지 않은 지 오래다.
팀장 조은진을 따르는 책임간호사 유민지가 톡을 보고 깜짝 놀란 눈빛으로 은진에게 물었다.
"팀장님, 오민재쌤이랑 지난주에도 같이 식사하셨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은진도 톡을 받고 지난주 술자리를 떠올리고 있던 참이었다. 오민재가 신화병원을 떠나기 전부터, 신화병원에 현재 남아있는 다른 의사들과 수술실의 화합을 도모한다는 목적으로 어울리는 자리에 은진은 주로 현경과 초대되어 참석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다른 의사들이 없는 술자리에도, 민재는 은진과 현경을 따로 불러 함께 술을 마시곤 했다. 김현경은 은진의 바로 아래 수간호사다. 그러다가 민재 병원에서 근무한다는 간호조무사가 따라 나와서 함께 술을 먹기 시작했다. 치매에 걸린 민재 아버지를 가끔 돌보느라고 수고하는 직원이라며, 민재는 하은을 데리고 나왔다. 장하은 나이가 47세, 김현경이 48세, 오민재가 49세, 조은진이 51세다.
지난주에도 저녁 식사 후에 이차로 갔던 노래방에서 은진은 민재와 가볍게 부르스도 한 곡 추었다. 그리고 민재는 현경과도 부르스를 한 곡 추었었다. 하지만 민재는 하은을 마치 계집종 부리듯이 함부로 대하면서, 하은과는 부르스도 추지 않았다. 네 사람이 헤어질 때도 은진이 타고 갈 택시를 눈치껏 먼저 호출하지 않았다고, 은진과 현경 앞에서 대놓고 하은을 면박주기까지 했었다.
은진이 먼저 택시를 타고 떠나고 그다음에 하은을 택시에 태워 보낸 뒤, 현경과 민재는 같은 택시에 탑승했다. 오민재와 김현경은 아파트가 이웃해서 붙어있는 한 동네 주민 사이였다.
그랬던 오민재가 하은과 섹스를 나누는 사이라고 하니, 은진은 이게 진짜 사실일까 의심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최유정이 근거 없는 소문을 속보로 띄워 보낼 사람은 아니다. 유정이 깡으로 버티는 거에는 다소 아쉬운 면이 있지만, 없는 소릴 지어낼 만큼 한가로운 캐릭터도 아니었다.
수술실 문이 열리고 가벼운 정형외과 수술을 막 끝내고 나온 현경에게 민지가 달려가서 귓속말로 속닥거린다. 푸른색 마스크를 아직 벗지 않은 현경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은진이 놓치지 않고 예리하게 바라보았다.
은진도 현경도 민재의 골수팬이긴 마찬가지지만, 민재와 함께 술을 먹을 때는 민재의 마음을 훔치려는 라이벌 외에 다른 서열 같은 건 없었다. 은진이 현경보다 급이 높은 팀장이긴 해도 현경의 실무 능력은 은진보다 뛰어난 점이 두루 많아서, 은진은 현경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은 연합군이 되고 있었다. 현경이 팀장 은진의 옆으로 바짝 다가와 심각한 눈빛으로 물었다.
"민지쌤 말이 진짜예요, 팀장님? 설마, 아니죠?"
알 수 없는 배신감에 가득 찬 현경의 심정을 은진은 충분히 헤아릴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현경이 안쓰럽게 여겨지거나 위로해주고 싶거나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아니었다. 은진이 현경을 향해 드는 마음은, 한 남자에게 버림받은 여인들이 느끼는 일종의 동질감 같은 연대의식뿐이었다. 은진이 현경보다 나이가 세 살 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민재의 사랑을 얻으려는 다툼에서 은진은 늘 불리한 포지션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은진도 현경도 아닌 고졸 장하은이 결국 민재를 차지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억울한 심정을 은진과 현경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알 수 있었다. 은진이 현경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폰을 현경의 눈앞으로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