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치료실

아버지와 구급차를 타고 하염없이

by 웃자

의사가 예고했던 삽관 제거 예정일이 다가왔다. 전날부터 초조하게 소식을 기다렸다. 하지만 아버지는 산소포화도와 가래 때문에 삽관 제거가 힘들다고 연락을 받았다. 언제 재시도 가능한지 물어보니 상태에 따라서 결정하기 때문에 예정일을 말하기 곤란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기약 없는 기다림이 계속되었다. 추석이 코앞이었다. 동생과 나는 교대로 고향에서 추석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나부터 먼저 부산으로 갔다. 큰 딸이 세 살인데 잠자리에서 아빠 냄새가 난다고 아빠 이불을 뒤집어 쓰고 새벽에 깨서 아빠와 전화하자고 떼쓴다고 아내가 말했다. 동생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우리가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것만큼 조카도 아빠를 그리워하는 것 같다고 이해해줘서 고마웠다. 밤늦게 부산에 도착해서 과자와 장난감을 사서 집으로 향했다. 열흘 만에 아이를 보니까 눈물이 흘렀다. 잠자기 전에 손녀는 "할아버지 사랑해요. 아프지 마세요." 라고 동영상을 찍어서 할아버지에게 카톡을 보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건강하세요.

희망을 가지고 기다렸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부정적인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중환자실에서 나오실 수 있을까. 한편으로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런데 다음날 아버지는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실로 옮겼다. 아버지가 기도 삽관을 제거하실 때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의사가 말했다. 울면서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아버지는 물을 조금씩 마셨고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지만 피검사에서 곰팡이균이 나왔다. 원인은 면역력 저하였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회복하는 사례가 드문 것 같았다. 그동안 아버지는 중환자실에서 콧줄로 식사했고 움직이지 못했다. 앞으로 이겨내실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곰팡이는 위험하기 때문에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데도 바로 투약을 시작했다. 약 하나에 19만원이고 매일 하나씩 투약했다. 곰팡이균을 확인하면 보험이 적용된다고 하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의사소통 수준은 일상적인 대화가 약간 가능한 수준이었다. 점점 나아질 거라고 말했다.

병원에서 코로나를 검사했다.

병원은 코로나 때문에 보호자를 엄격하게 통제했다. 코로나 때문에 폐쇄된 응급실 앞에서 아버지와 구급차를 타고 하염없이 기다렸던 일을 떠올리면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했다. 보호자가 견디기 힘들 정도로 상주, 면회, 교대, 외출을 통제했다. 인터넷에서 보호자가 환자를 자유롭게 볼 수 없고 환자가 외롭게 투병하는 사연이 많았다. 아산병원은 예외적으로 코로나 음성이 확인된 보호자 한명만 상주를 허용했다. 이러한 경우에도 병원에 출입하기 2일 이내에 실시한 코로나 결과만 인정했다. 미리 집근처 선별진료소나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으면 좋겠지만 병원 검사소에서 검사를 할 수도 있었다. 응급실 앞 가건물에는 보호자들이 검사를 받으려고 줄서서 기다렸다. 비용은 환자는 1만원, 보호자는 9만원 정도였고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대 8시간 정도 걸렸다. 상주보호자 출입증은 환자와 동일한 팔찌로 발급되었다. 예전 출입증은 목걸이라서 보호자들이 병원에 알리지 않고 몰래 교대를 했던 것 같았다. 보호자 교대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으면 1회만 허용되는데 병동마다 상이해서 간호사실에 사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병원은 코로나 지침을 위반하는 보호자를 퇴실시키고 전산으로 출입을 제한하기 때문에 보호자는 1인만 상주하고 교대시 출입증을 반드시 반납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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