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병실

아버지와 구급차를 타고 하염없이

by 웃자

여전히 아버지는 각종 줄과 관을 온몸에 주렁주렁 달았다. 산소호흡기를 사용했고 항생제, 진정제, 영양제, 진통제를 투여했고 소변줄을 달았다. 침상에서 조금만 움직여도 여기저기 줄이 꼬일 정도였다. 상황이 이러하니 기저귀를 착용할 수 밖에 없었다. 어느날 새벽에 아버지는 기저귀를 벗고 화장실에 가겠다고 말씀하셨다. 간호사들이 몰려와서 말렸다. 아무도 아버지를 말릴 수 없었다. 결국 아버지는 산소호흡기와 각종 수액을 뽑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제대로 처리할 수 없었다. 옆자리 환자가 항의했다. 아들이 죄송하다고 양해를 구하고 뒷정리를 했다. 아버지는 기저귀를 사용하는 상황을 용납하지 못했다. 평생 한 분야에서 일했고 업계에서 존경을 받았다. 구급차를 타기 전까지 손에서 일을 놓지 않았다. 열정적이고 자존심이 대단했다. 평소에 본인의 쓴소리를 들었던 아들이 기저귀를 갈아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았다. 성격도 워낙 깔끔했으니 얼마나 힘드셨을까.

아버지는 폐렴과 패혈증을 치료했다. 폐렴은 곰팡이균이 두 종류가 생겼는데 하나는 잡힐 것 같지만 다른 하나는 힘들다고 의사가 말했다. 아버지는 전신 통증을 호소했다. 통증은 패혈증 때문이었다. 균이 발견된 케모포트를 제거했다. 진통제를 맞았지만 너무 많이 투약하면 호흡이 힘들어져 나쁜 상황이 올 수 있었다. 통증이 심할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진통제를 요청했지만 위험하지 않을 수준으로 조절할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잠을 자지 못해서 수면제를 요청했다. 수면제도 진통제처럼 너무 많은 양을 사용하면 호흡이 힘들 수 있었다. 온통 나쁜 소식이었다. 아버지도 가족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하는 것일까. 다행히 다음날 주치의가 회진하면서 항생제 투여량을 줄이고 소변줄을 제거하자고 말했다. 상태가 좋아져서 그런 것인지 투여량이 과다해서 조절하는 것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의사는 바로 다른 병실로 향했다. 그래도 아버지는 기분이 조금 좋으신 것 같았다. 가족들도 조금 안도했다.

다행히 아버지는 욕창은 없었다.

아버지는 기저귀가 수치스럽다고 식사를 거부했다. 아들은 육아 경험 덕분에 기저귀가 익숙했고 식사를 해야지 기운을 차려서 빨리 치료할 수 있다고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똑같은 이유로 소변줄도 제거하지 않았다. 몸은 기약 없이 병상에 누워있는데 마음은 한없이 자유를 원했다. 아버지는 계속 일을 생각했고 전원주택을 마련할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언제 퇴원하는지가 중요했고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길 것 같다고 불안해 하셨다. 불과 보름 전에 아버지와 구급차를 타고 하염없이 응급실 앞에서 기다릴 때 돌아가실 줄 알았다고 지금처럼 대화를 나누는 것도 기적이라고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조금씩 식사를 하셨다. 입맛이 없으면 뉴케어 같은 영양식 음료를 마셨다. 배변을 하시면 깔개매트를 깔고 물티슈로 닦은 후에 기저귀를 교체했다. 앞으로 차근차근 고용량 고정식 산소마스크 벗기, 이동식 변기 사용, 휠체어 산책, 재활 운동 등 작은 목표를 하나씩 이루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언젠가 퇴원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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