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병원에서 잠들지 못했다. 오래 전부터 불면증으로 고생했고 낯선 장소에서 잠을 자지 못했다. 그동안 다양한 수면제를 복용하셨다. 어머니가 힘들어도 약에 의지하지 말라고 부탁했지만 아버지는 형제와 지인을 통해서 수면제를 구했다. 중환자실 트라우마와 낯선 환경 때문에 불면증은 악화되었다. 이삼일 동안 한숨도 못자면 극도로 불안해 하셨고 험한 말을 하셨다. 어느날 집에 있는 수면제를 가져오라고 말씀하셨다. 다급한 목소리로 십분마다 재촉하셨다. 다행히 집에는 아버지가 찾았던 수면제가 없었다. 아버지는 실망한 목소리로 다시 찾아보라고 말씀하셨다. 일부러 다시 찾지는 않았다. 이미 병원에서 수면제를 제공하는데 의료진 허락 없이 추가로 복용하면 위험하니까 포기하라고 대답했다. 아버지는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 너무 힘들다고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편안하게 잠을 자든 부작용으로 죽어버리든 두 가지 방법 밖에 없다고 말씀하셨다.
다행히 헤블리스 굿밤 밖에 없었다.아버지는 가족, 지인, 거래처 등 스마트폰에 저장되어 있는 모든 연락처에 전화해서 수면제를 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전에 그분들께 전화해서 좋은 말로 거절하라고 부탁했다. 아버지는 수면제를 구할 수 없자 의사와 간호사에게 막무가내로 수면제 용량을 늘려달라고 요청하셨다. 호흡 곤란을 비롯한 부작용 때문에 하루 한 알만 제공할 수 밖에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아버지가 잠을 자지 못해서 아들도 옆에서 눈을 붙이지 못했다. 밤새도록 짜증을 냈고 누워있는 자세를 이리저리 바꿔달라고 말씀하셨다. 같은 병실 옆자리 환자는 소음을 참지 못하고 병실을 교체했다. 새로 입원한 옆자리 환자와 간병인도 소음 때문에 잠을 깨서 항의했다. 그분들도 중병에 걸려서 필사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죄송했다. 나중에는 아들도 지쳐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다. 잠이 부족해서 하루종일 몽롱한 상태였다.
아버지는 본인의 성격이 급하고 아직도 욕심이 많아서 잠을 자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인생도 세상도 마음대로 되는 것이 거의 없는데 너무 멀리 생각하지 마시고 오늘 하루만 어떻게 잘 보낼 수 있을까 생각하자고 부탁드렸다. 어떤 날은 잠을 잘 주무셨다. 낮잠은 세시간 주무셨고 밤잠은 두시간 주무셨다. 띄엄띄엄 주무셨고 자세를 이리저리 바꿔드리느라 아들은 눈을 붙일 수 없었다. 그래도 아버지가 주무시고 조금씩 호전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또다시 이틀 동안 한숨도 못자서 힘들어 하셨다. 아버지는 잠이 부족해서 힘들었고 아들은 온갖 짜증을 참아내느라 힘들었다. 회진 때 의사에게 호소하니 수면제 종류를 교체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다른 수면제를 복용해도 효과가 없었다. 수면제를 먹고 잠을 자지 못하면 더 불안해 하셨다. 아버지가 겨우 잠들려고 하는 순간에 옆자리 환자가 테레비를 시끄럽게 틀어서 잠이 달아나는 경우도 많았다. 소리를 낮춰 달라고 부탁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분도 중환자라서 다른 사람을 배려할 여유는 없는 것 같았다. 아버지도 밤마다 시끄럽게 피해를 주었으니 할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