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에 마음을 쓸 이유가 없어서
김해에게
지금까지 살면서, 김해도 누군가에게 잘못한 적이 있었지.
하지만 김해는 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알면 곧바로 사과하는 사람이야.
그건 네가 가진 가장 단단하고 예의 있는 태도 중 하나야.
그런데, 김해야.
내가 지금 하려는 이야기, 너도 알고 있지?
김해는 김해에게 작정을 하고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서
단 한 번도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본 적이 없어.
그런데 말이야,
이상하게도 하나도 속상하지 않아.
그리고 이제는, 꼭 사과를 받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아.
왜 그런지 생각해 봤어.
그 이유는 아마도, 이 세 가지 때문이겠지.
첫째, 이미 지나간 일이니까.
예전에 김해가 성적이 좋고 선생님들께 인정받는다는 이유로
질투를 받은 적이 있었지.
근거 없는 따돌림도 있었고.
그건 참 힘든 일이었지만,
지금은 과거야.
되돌릴 수 없고, 되돌릴 필요도 없는.
둘째, 지금은 그 아이들에게 어떤 감정조차 남지 않았으니까.
만약 그 아이들 중 누군가가 지금 와서 사과를 한다면,
그저 이렇게 생각할 것 같아.
“아, 저 아이도 어른이 되고, 자식을 키워보니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웠나 보다. 다행이다.”
그 정도면 충분해.
반대로, 아직도 자신의 잘못을 모른다면
그건 개선의 여지가 없는 거겠지.
셋째, 김해는 그 사과 없이도 잘 지내고 있으니까.
김해는 지금,
김해를 아껴주는 가족과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 속에서 살아가고 있어.
질 낮은 관계를 붙잡기보단,
질 좋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삶이 훨씬 나으니까.
솔직히 말하면,
그 아이들이 지금 찾아와 사과한다고 해도
김해는 도망갈 것 같아.
이미 끝난 인연이고,
그걸로 무언가 이어지는 것도 싫어.
사람의 결은 쉽게 바뀌지 않잖아?
그렇다면 김해는,
마음결이 고운 사람들과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과
겸손한 사람들과 새 인연을 맺는 게 더 좋지.
나는 생각해.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마음에 매달리지 않는 지금의 김해가 참 기특하다고.
이 마음, 계속 간직하자.
김해는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실수는 하겠지만
결코 일부러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은 아니야.
그건 정말 멋진 일이야.
김해야,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자.
안녕.
홀가분한 마음으로,
김해 씀
“내가 지금 행복하다는 사실이,
그 어떤 사과보다 더 분명한 결말이다.”
-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