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와 바람피운 여자는 내 친구였다. 나와 개인톡을 주고받고 모임에 나와 같이 놀았다. 심지어 그 모임에는 나랑 남자가 사귀는 걸 아는 사람들도 있었으므로 남자와 여자가 낌새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도
부정했다.
(아는 사람이 있는데... 설마 하며)
같은 회사에 입사하게 된 사람들. 그 남자는 그중 하나였다. 동기 모임을 가지면서 같이 일 끝나고 노는 일이 잦았다.
그 남자가 내게 관심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뜬금 그 남자에게 기습키스를 받았다. 술에 취한 우리들은 택시를 타고 가고 있었고, 좌측에 그 남자, 우측에는 그 남자와 바람피울 그 여자. 취한 와중에 스킨십을 받으니 번뜩 정신이 차려졌는데, 내 양손은 그들이 각각 잡고 있었다.
취한 와중이라 당황했을 뿐 밀쳐내지 못했다.
어차피 양손은 잡혀있어서 밀칠 손도 없었다.
택시에서 내린 뒤,
술을 많이 마신 나는 그 여자 집에 가서 먼저 뻗어 잤고 그 둘은 내가 자는 사이 편의점에 갔다 왔다.
이때 그 여자는 남자를 쌩깠다고 한다. 나에게 한 짓을 봐서인지, 남자에게 마음이 있는데 내게 그런 짓을 하는 봐서인지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내게 그때 상황을 전해준 남자 생각이다.)
처음 입사했을 때 자기를 끌고 집 보러 같이 가자 하며 자기 집 근처 계약하라고 골라주는 것을 보고, 또 키스사건 후 편의점을 같이 가는데 자기를 쌩까는 걸 보고,
남자는 이 여자가 자기에게 마음이 있구나를 알았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여자는 아니라고 할 것이고 남자는 맞다고 할 것이다.)
이후 남자는 내게 카톡으로 두서없는 말을 하며 대시하고, 그 여자에게는 나와 만나고 싶다는 연애 상담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내 친구였지만 내 남자 친구와 바람피울 그 여자는 나에게 그 남자가 너를 아주 많이 좋아하니 한 번만 만나봐, 사귀어 주라고 나를 설득했었다.
그 후 남자와 처음으로 모임에서가 아닌 사적으로
둘이 만나는 약속을 잡게 되었다.
처음으로 둘이 만나는 날이었는데 전철역에서 나온 그 남자는 그 여자 목덜미를 잡고 끌고 오고 있었다.
첫 데이트나 다름없는 마당에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다.
변명은 이러했다. 개찰구에서 그 여자를 만나게 되었는데, 자기가 친구 만난다며 중요한 약속이라 했는데도 그 여자가 모르는 사람 만난다고 해도 굳이 굳이 따라왔다고 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데려왔고(거절할 줄 모르나?) 막상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나와 둘이 만나는 약속이라는 걸 알게 된 그 여자는 자리를 비켜주려고 했다. 그런데 남자가 그 여자가 못 가게 목덜미를 잡고 같이 걸어왔다.
첫 만남이 별로라 생각되고 이상했는데, 이때의 나는 그 여자가 내 친구이기도 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혼자 돌려보내기 뭐해서 같이 놀게 되었다.
돌이켜 생각하면, 이때부터 잘못된 걸 알아야 했다. 굳이 그 여자를 못 쳐내고, 그렇게 나와 만나고 사귀고 싶어 하던 남자가 자기 발로 가려는 그 여자를, 내가 먼저 "그냥 다 같이 놀자" 하지도 않았는데, 못 가게 했다는 점.
이 이상한 점을 똑바로 캐치해야 했다.
..
하지만 우선 한번 만나보기로 한 이상, 이상한 점을 짚고 넘어가지 않고 사귀게 되었다.
모임을 가지고 부대끼어 있을 일이 많을 때마다 남자가 그 여자에게 하는 스킨십이 거슬릴 때가 많았고, 여자도 남자를 막 대하고 내 앞에서 둘이 자주 싸웠다.
같이 만난 사람들도 그들이 왜 싸우는지 모른다. 그냥 여자가 화를 내거나 삐져있고 남자는 쩔쩔매고 있던 모습만 기억한다. 남자친구였을 때 왜 허구한 날 둘이 매번 싸우냐고 물어보면
별로 시답잖은 문제로 그런 거다, 알 필요 없다는 식이었다. 어느 시점부터 둘이 매일 싸우고 잘 지내고를 반복하길래 어느 시점부터 난 대수롭지 않게, 신경을 안 썼다.
왜 그때 나는 제대로 물어보지 않았는가.
이상한 첫 만남이었지만 남자는 그 여자에게 연애상담까지 하며 나와 만나고 싶어 했고, 마음이 폭발한다는 등 너무 솔직한 표현을 하며 다가오는 정성스러운 대시에 만나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