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안 된 남자의 판도라상자

비쏘티드[Besotted] #3

by 카믈리


사귄 후에 보니 그 남자 폰에는
전 여자친구들의 사진, 카톡 등이 다 남아 있었다.
심지어 소개팅 앱에서 만나 한두 번 만난 여자와의 톡 내용까지 있어서
이 집에 한번 데려왔었구나, 영화를 봤구나 등을 알 수 있었다,

더욱 충격인 건 나와 사귀던 그가
줄곧 쓰던 카드는 한 달 반쯤 뒤 알게 되었는데,

전 여자친구의 카드였다.




나를 만나기 전 그 남자는 5년 된 여자친구가 있었다고 한다.

그 남자는 내게 휴대폰 사진첩으로 어디 놀러 가고,

여행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했었다.

사귄 후 어느 날 그 남자 폰을 보게 되었는데,

사진첩을 보니 여행에서 풍경 혹은 독사진을 보여줬을 뿐

다른 사진에는 여자와 찍은 사진이 수두룩 했다.

여자와 여행 가서 찍은 사진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같은 풍경에 여자를 번쩍 들어 올린 사진 함께 찍은 사진들,
그런데 다 다른 여자들.


전 여자친구 사진 또한 많았으므로 어떤 모습인지 알게 되었다.
중간중간 있는 다른 여자들은
그전 여자 친구와 5년간 사귀다 헤어짐을 반복했었는데 그때 간간히 만난 여자들이라 했다. (여미새라고 들어봤나)

오래 사귀었다는 그 사람은 단발머리의 여자.

남자는 말했다.
자기가 원래 단발을 별로 안 좋아했는데
막상 그전 여자 친구가 자른걸 보니 맘에 들었다며,
나보고 머리를 잘라보지 않겠냐 했었다.
나는 머리를 기르고 싶었으므로 거절했고 웃기게도

그 단발은 바람피울 그 여자가 그날 이후 하고 나타났다.




아무튼, 사귄 지 한 달 만에

오래 사귀었다는 전 여자친구와
톡을 아직도 하고 있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사진도 있는데 톡까지 하고 있었다는 게 기가 막혔다.


그 남자의 변명은

카드 만들기 귀찮고 교통카드가 없어서 그 여자 거를 쓰고 있으므로
잔액 확인 등을 위해 연락했다고 했다.
실제 그 둘은 별로 카톡을 자주 하거나 달달하게 하는 건
아닌 듯해 보였다. 정말 잔액 이야기만 하고 차가웠다.

하지만 전 여자친구가 돈 모으고 있냐는등,
나영이는 잘 자냐는 등 의심스러운 내용이 있었고
숨겨둔 애라도 있는 걸까, 그래서 양육비를 저축하라는 걸까
별의별 생각이 들었다.

전 여자친구와 정리 못하고 줄곧 연락한다는 게
현 여자친구 입장에서는 절대 받아들이지 못할 사항이었다.

교통카드는 편의점에서 사서 쓰면 되지 않나,
은행 갈 시간 없다고 전에 쓰던걸 그대로 쓰고 있다니.
아무리 본인이 귀차니즘이 심하다나 뭐라나 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미안하다 하고 있고 난 화가 나지만
사귄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라 그랬을까 쓸데없이 관용적이었다.
내 교통카드 여분을 주고 그 일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


어느 날 회식 후,
그 남자 집에서 하루 자게 되었다.
회식이 끝난 뒤라 얼큰하게 취한 상태로 뻗어 잤다.

문뜩 물을 마시려고 앉았다가
책상에 남자의 컴퓨터를 건드렸는지 모니터에 불이 들어왔고,
PC카톡이 열려있는 걸 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카톡 목록에는 전 여자친구 이름이 위에 올라와있었다.
순간 치밀어 오르는 화와 두근대는 심장을 가라앉히며
떨리는 손으로 PC카톡을 열었다.

아직도 정리가 안된 듯한 느낌. 여자의 촉이란.
그 남자는 침대에 뻗어 자고 있었다.

나는 그의 PC카톡으로 전 여자친구에게 톡을 보내두었다.
내가 현 여자친구인데 이제 연락 안 하셨으면 한다는 내용이었고,
그 후 내가 보낸 톡을 포함하여 남자 폰에 있는
전 여자친구 번호와 카톡을 다 지웠다.
카드도 이제 내 거 쓰는데 연락할 일이 뭐 있지 싶었다.

다음 날, 숙취를 끌어안고 출근했다.
일을 마친 뒤 그 남자가 저녁을 먹자 해서 먹으러 갔다.

남자는 자기에게 할 말 없냐고 내게 물었다.

자기가 일하다가 전화가 왔다고.
전 여자친구 번호를 오래 사귄 지라 외우고 있었고,
그 익숙한 번호가 저장된 이름이 아닌 그냥 번호로
문뜩 전화 와서 받았는데 자기에게 엄청 화를 냈다고 했다.

이미 헤어진 마당에 왜 화를 냈을까?


그 남자가 전 여자친구와 다시 톡을 한 내용을 보게 되었다.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전 여자친구는 남자에게 이리 말하고 있었다.
"이럴 거면 우리 가족은 왜 봤어,
왜 결혼하자고 말했었어."
그렇다. 정리가 안된 거였다.
전 여자친구 입장에서는 헤어진 상태가 아니었다.
5년 내내 사귀면서 잠깐 헤어진 것처럼 싸우고 만나고 반복하던 중의 한 순간이었던 것.

그런데 여기에 남자가 말한 게 더 웃겼다.

"오래 만날 생각은 아니었어."


?? 내 눈을 의심했다.
남자는 여자를 위한다 치고 그리 말한 거라고,
오래 만난 사이라 좋게 정리하고 싶어서 그런 거뿐이라고.
내게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했다.
전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사귀고을 반복하던 중 만난
중간 여자 중 하나가 될 수는 없었다.


헤어지자 했다.
그는 그런 나를 잡았다.


화를 냈다.
오래된 사람이고 그 사람 가족과도 친해서
그저 좋게 마음 편하게 해주고 싶어서
생각 없이 뱉은 말이라고 계속 변명했다.


믿어야 할까? 이 질문을 하는 것도 나 자신이 어처구니없다.
상식적으로 이때 헤어져야 했다.
화를 오래 냈지만 헤어지지 못했다.
남자가 계속 변명을 늘어뜨리며 나를 잡았다.
엄청 싸웠지만, 아니 일방적으로 내가 화를 냈지만,
우선 내가 전날 보낸 톡으로 전 여자친구는
이제 깨끗하게 정리되었으니 이제 괜찮으려나 싶었다. 바보같이.


전조증상 같은 거였는데 이때는 몰랐다.


몇 달 후. 나는 그 남자가

전여자친구에게 카톡 한 걸 또 목격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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