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귄 후에 보니 그 남자 폰에는 전 여자친구들의 사진, 카톡 등이 다 남아 있었다. 심지어 소개팅 앱에서 만나 한두 번 만난 여자와의 톡 내용까지 있어서 이 집에 한번 데려왔었구나, 영화를 봤구나 등을 알 수 있었다,
더욱 충격인 건 나와 사귀던 그가 줄곧 쓰던 카드는 한 달 반쯤 뒤 알게 되었는데,
전 여자친구의 카드였다.
나를 만나기 전 그 남자는 5년 된 여자친구가 있었다고 한다.
그 남자는 내게 휴대폰 사진첩으로 어디 놀러 가고,
여행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했었다.
사귄 후 어느 날 그 남자 폰을 보게 되었는데,
사진첩을 보니 여행에서 풍경 혹은 독사진을 보여줬을 뿐
다른 사진에는 여자와 찍은 사진이 수두룩 했다.
여자와 여행 가서 찍은 사진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같은 풍경에 여자를 번쩍 들어 올린 사진 함께 찍은 사진들, 그런데 다 다른 여자들.
전 여자친구 사진 또한 많았으므로 어떤 모습인지 알게 되었다. 중간중간 있는 다른 여자들은 그전 여자 친구와 5년간 사귀다 헤어짐을 반복했었는데 그때 간간히 만난 여자들이라 했다. (여미새라고 들어봤나)
오래 사귀었다는 그 사람은 단발머리의 여자.
남자는 말했다. 자기가 원래 단발을 별로 안 좋아했는데 막상 그전 여자 친구가 자른걸 보니 맘에 들었다며, 나보고 머리를 잘라보지 않겠냐 했었다. 나는 머리를 기르고 싶었으므로 거절했고 웃기게도
그 단발은 바람피울 그 여자가 그날 이후 하고 나타났다.
아무튼, 사귄 지 한 달 만에
오래 사귀었다는 전 여자친구와 톡을 아직도 하고 있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사진도 있는데 톡까지 하고 있었다는 게 기가 막혔다.
그 남자의 변명은
카드 만들기 귀찮고 교통카드가 없어서 그 여자 거를 쓰고 있으므로 잔액 확인 등을 위해 연락했다고 했다. 실제 그 둘은 별로 카톡을 자주 하거나 달달하게 하는 건 아닌 듯해 보였다. 정말 잔액 이야기만 하고 차가웠다.
하지만 전 여자친구가 돈 모으고 있냐는등, 나영이는 잘 자냐는 등 의심스러운 내용이 있었고 숨겨둔 애라도 있는 걸까, 그래서 양육비를 저축하라는 걸까 별의별 생각이 들었다.
전 여자친구와 정리 못하고 줄곧 연락한다는 게 현 여자친구 입장에서는 절대 받아들이지 못할 사항이었다.
교통카드는 편의점에서 사서 쓰면 되지 않나, 은행 갈 시간 없다고 전에 쓰던걸 그대로 쓰고 있다니. 아무리 본인이 귀차니즘이 심하다나 뭐라나 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미안하다 하고 있고 난 화가 나지만 사귄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라 그랬을까 쓸데없이 관용적이었다. 내 교통카드 여분을 주고 그 일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
어느 날 회식 후, 그 남자 집에서 하루 자게 되었다. 회식이 끝난 뒤라 얼큰하게 취한 상태로 뻗어 잤다.
문뜩 물을 마시려고 앉았다가 책상에 남자의 컴퓨터를 건드렸는지 모니터에 불이 들어왔고, PC카톡이 열려있는 걸 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카톡 목록에는 전 여자친구 이름이 위에 올라와있었다. 순간 치밀어 오르는 화와 두근대는 심장을 가라앉히며 떨리는 손으로 PC카톡을 열었다.
아직도 정리가 안된 듯한 느낌. 여자의 촉이란. 그 남자는 침대에 뻗어 자고 있었다.
나는 그의 PC카톡으로 전 여자친구에게 톡을 보내두었다. 내가 현 여자친구인데 이제 연락 안 하셨으면 한다는 내용이었고, 그 후 내가 보낸 톡을 포함하여 남자 폰에 있는 전 여자친구 번호와 카톡을 다 지웠다. 카드도 이제 내 거 쓰는데 연락할 일이 뭐 있지 싶었다.
다음 날, 숙취를 끌어안고 출근했다. 일을 마친 뒤 그 남자가 저녁을 먹자 해서 먹으러 갔다.
남자는 자기에게 할 말 없냐고 내게 물었다.
자기가 일하다가 전화가 왔다고. 전 여자친구 번호를 오래 사귄 지라 외우고 있었고, 그 익숙한 번호가 저장된 이름이 아닌 그냥 번호로 문뜩 전화 와서 받았는데 자기에게 엄청 화를 냈다고 했다.
이미 헤어진 마당에 왜 화를 냈을까?
그 남자가 전 여자친구와 다시 톡을 한 내용을 보게 되었다.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전 여자친구는 남자에게 이리 말하고 있었다. "이럴 거면 우리 가족은 왜 봤어, 왜 결혼하자고 말했었어." 그렇다. 정리가 안된 거였다. 전 여자친구 입장에서는 헤어진 상태가 아니었다. 5년 내내 사귀면서 잠깐 헤어진 것처럼 싸우고 만나고 반복하던 중의한 순간이었던것.
그런데 여기에 남자가 말한 게 더 웃겼다.
"오래 만날 생각은 아니었어."
?? 내 눈을 의심했다. 남자는 여자를 위한다 치고 그리 말한 거라고, 오래 만난 사이라 좋게 정리하고 싶어서 그런 거뿐이라고. 내게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했다. 전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사귀고을 반복하던 중 만난 중간 여자 중 하나가 될 수는 없었다.
헤어지자 했다. 그는 그런 나를 잡았다.
화를 냈다. 오래된 사람이고 그 사람 가족과도 친해서 그저 좋게 마음 편하게 해주고 싶어서 생각 없이 뱉은 말이라고 계속 변명했다.
믿어야 할까? 이 질문을 하는 것도 나 자신이 어처구니없다. 상식적으로 이때 헤어져야 했다. 화를 오래 냈지만 헤어지지 못했다. 남자가 계속 변명을 늘어뜨리며 나를 잡았다. 엄청 싸웠지만, 아니 일방적으로 내가 화를 냈지만, 우선 내가 전날 보낸 톡으로 전 여자친구는 이제 깨끗하게 정리되었으니 이제 괜찮으려나 싶었다. 바보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