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하는 마음이 올라오면 그냥
삿구루 하타요가 14일 차
오늘은 새로운 학생이 왔다. 그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요가고수의 비주얼을 하고 있었다. 고대 잉카를 떠올리게 하는 하늘색의 알라딘 바지에 말라(mala) 목걸이까지 레이어드로 하고 있었다. 거의 열 손가락 모두에 우붓스러운 반지가 끼여 있었고, 가볍게 질끈 묶은 머리까지 힙해 보였다.
그녀는 무심하게 이샤하타스쿨의 오가닉 면 매트를 고무 매트 위에 툭 펼쳤다. 이미 포스에서 졌다. 이기고 지는 게 없다는 걸 알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로운 시퀀스를 배웠다. 햄스트링이 한 마디로 조져지는. 햄스트링에 햄스트링을 더한 동작들이었다. 여태까지 눈을 감고 했는데, 오늘은 눈을 뜨고 하란다. 아니, 왜 갑자기요. 안 그래도 스탠딩으로 햄스트링 늘리는 동작 제일 못하는데, 바로 옆에 요가 고수가 있다고요. 안 보고 싶다고요.
역시나 그녀는 2시간 넘게 이어지는 모든 동작을 완벽하게 다 소화했다. 속도도 힘도 좋았다. 내가 너무 느리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나도 한 요가하는데 말이지. 조급함이 올라왔다. 속도를 맞추고 싶은 마음, 뒤쳐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올라왔다.
또 성급하게 내 몸뚱이를 놀리다간 햄스트링이 찢어질 것 같았다. 다치고 싶진 않은데 나만 못하는 것도 싫으니까. 정신이 다른 곳에 팔려 있으니 잘하던 자세도 놓쳤다. 정확도도 자연스럽게 떨어졌다. 몸이 아니라 내 마음이 요가를 하고 있었다.
눈을 감고 하는 우파요가를 할 땐 정말 평안해지고 싶었다. 눈을 감는 게 이렇게 좋을 줄이야. '그래, 지금이 기회야. 다시 호흡에 집중하고, 내 몸에 집중하자!'라고 되뇌었다. 마음의 파도가 그렇게 쉽게 잠잠해지면 얼마나 좋았을까.
구름처럼 생각이 떠다니는 게 보였다. 화장실도 가고 싶고, 저녁 메뉴도 고민되고, 어디서 왔는지도 모를 모기는 내 몸 곳곳 4-5방을 물어뜯었다. 온갖 잡생각들이 먹구름처럼 내 마음의 하늘을 뒤덮었다.
요가가 끝나니 너어무 피곤했다. 몸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정신이 털려서 힘들었다. 매일 걸어서 돌아오는 집도 차를 불렀다. 바다도 못 가겠고, 밥 생각도 없고, 그냥 빨리 집에 와서 자고 싶었다. 쉬고 싶었다.
생각의 스위치를 끄고 싶었지만 지금 이 기분, 이 생각, 이 느낌을 남기고 싶다. '나는 나만의 요가를 하는 거야'라고 곱씹지만 여전히 시선을 의식하는 나를 기억하고 싶다. 그저 눈을 떴을 뿐인데. 이렇게나 내 마음을 헤집어 놓다니. 나는 지금껏 얼마나 많은 것들을 알게 모르게 불편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었을까?
그래, 차라리 눈을 감아버리자. 눈 뜨고 평온하지 못한 나를 미워할 필요 없이 그냥 눈을 감아버리자. 먹구름이 몰려오더라도, 남이 아니라 나를 바라보자. 마음이 흔들거리면 흔들거리는 대로 몸도 흔들거리며 요가를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