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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 Jul 13. 2023

해와 달의 시소

삿구루 하타요가 12일 차

12일 차가 끝났다. 처음 이틀은 내가 이 코스를 잘 선택한 거지 의문이었다. 3일 차부터 내 몸, 특히 작은 근육들이 달라진 걸 느낄 수 있었다. 4-5일 차에는 내 안에 무언가가 일어나는 걸 느꼈다.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설명할 순 없었지만.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는 점점 내 안의 목소리를 더 잘 듣게 되는 경험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자연의 변화를 더 잘 느끼게 되고, 내가 그 자연의 일부로써 어떻게 에너지를 쓰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해와 달, 음과 양처럼 우리 안에는 남성과 여성이 둘 다 존재한다. 나는 여자이면서 여자이길 거부했다는 것을 알았다. 받아들이고, 부탁하는 것을 꺼려했다. 포용하고, 나눠주고, 창조하는 에너지를 잘 쓰지 못했다.


반면 계획하고, 전략을 짜고, 성취하는 에너지를 엄청나게 썼다. 아니, 거의 그것만 10년을 넘게 써왔다. 그러니 더 빨리 지치고, 해내면서도 시들어 갔다. 무엇을 그렇게 증명하고, 무엇을 그렇게 성취하고 싶었을까.


하타요가의 하(HA)는 태양을 뜻하고 타(THA)는 달을 뜻한다. 하타요가를 통해서 나는 내 안의 태양과 달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분명 더 차분해졌고, 더 안정적인, 두 발을 잘 딛고 서있는 듯한(grounded) 느낌을 받는다.


내 본래의 자연(nature)을 잘 꺼내 쓰려고 하니 지난날의 무수한 점들이 쉽게 이해가 됐다. 내가 왜 관계를 그렇게 맺었는지, 왜 그런 문제가 생겼는지, 내가 진짜 피하고 싶었던 건 무엇이었는지 그냥 한 순간 알게 되었다.


진짜 자연스러워지고 싶다. 내가 가진 능력을 더 잘 쓰고 싶다. 내가 가진 욕망을 더 잘 표현하고 싶다. 내가 만나는 모든 것들을 더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싶다. 점점 그 길로 걸어가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 새삼 느끼지만 요가를 시작한 건, 참 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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