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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망 Nov 22. 2024

탐구 없는 탐구 생활


독서를 중요시했던 우리 집은 늘 책이 넘쳐났다. 책장이 온 벽면을 가득 채웠다.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아빠는 우리에게 늘 독후감을 쓰게 했다. 방학 때면 책 두 권을 읽고 정리한 독후감을 매일 쓰는 것이었는데 책에 관심이 없던 나는 곤욕이었다.     

학교과제인 탐구생활을 하면서 제대로 정독하고 복습하는 매일 숙제도 있었는데 나는 교묘히 제대로 탐구하지 않은 대충인 탐구생활로 숙제를 했다.      


방학 오전에는 매일 쓰는 독후감 2편은 정말 너무나 괴로운 시간이었다. 요리조리 눈치를 보느라 책 앞뒤에 머리말을 베껴 적었다. 한 번은 방구석에서 머리말을 베껴 적고 있는 것을 보고 엄청나게 혼났었다. 차라리 나에게 맞는 교육법은 앉혀놓고 지켜보며 시키기가 맞았을지도 모른다. 


수학도 너무 어렵고 힘들었는데 그것을 내 눈높이에 맞춰서 쉽게 가르쳐주지 않았다. 

내 눈높이에 맞게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느린 아이에게 알려주는 게 어렵다는 것을  어른이 되어서야 알 수 있었다.     


아빠가 그런 나를 염려하는 모습을 볼 때면 눈치가 보였다.     

어릴 때는 나를 이렇게 방치하고 구박한 부모님이 야속했지만, 직접 아이를 키워보니 느린 학습을 지도하는 답답한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큰아이는 어렸을 적 나와 많이 닮았다. 한 가지를 가르치면 여러 번 반복적으로 지칠 때까지 얘기해야 한다. 공상을 좋아하고 딴생각에 쉽게 빠지는 산만함까지 겸비해서 학습량에 비해 결과가 시원치 않았다.


알람음이 탁월한 튼튼한 타이머를 구매했다.

아이들이 딴짓을 못 하게 타이머를 맞춰서 저녁 시간은 식탁에서 함께 공부했다. 45분 하고 15분 쉬는데, 공부 마치는 알람이 울릴 때면 아이들의 환호성이 목청이 떠나가도록 들렸다.


공부를 잘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할 일을 우직하게 해낼 수 있는 엉덩이 힘을 길러주고 싶다.

나의 집요함을 아이들은 힘들어하고 숨 막혀할 때도 있지만, 나는 아이들이 대충 하고 어설프게 넘어가려는 것을 탐구 없는 탐구생활을 해본 나의 경험치로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


요즘은 저녁에 개인 작업을 하느라 아이들을 전처럼 꼼꼼하게 챙기지 못했다. 

작업에 집중하다 보면 아이들에게 잔소리할 기력도 남아 있지 않고 모든 에너지가 소진됐다.


그렇게 방치되어 학습능률이 떨어졌긴 했겠지만, 아이들은 나의 잔소리가 없어지니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없어졌다.  무엇이 옳은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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